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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정부안에도 없던 ‘전북 피지컬AI 예산’…382억 반영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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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동영, 정부안에도 없던 ‘전북 피지컬AI 예산’…382억 반영의 주역

상하이 화웨이 현장 직접 보고, 대통령실‧기재부 설득…1600쪽 보고서로 끌어낸 집념의 정치

▲11일 전북 완주군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피지컬AI 모빌리티 실증 선도사업 전북 세미나’에서 정동영 국회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 페이스북


“실패는 없었습니다. 결국 해냈습니다.”

처음엔 없었다. 정부 추경안에 전북 피지컬AI 예산은 ‘한 줄’도 없었다. 그럼에도 정동영 국회의원(전주시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장)은 정부안 바깥에서 시작된 이 사업을 ‘국가전략사업’으로 끌어올렸다.

국회 본회의에서 국비 229억 원, 지방비 및 민자 153억 원 등 총 382억 원의 실증 예산이 반영된 것은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보이지 않던 예산을 만들어낸’ 정치력의 증명이다.

“중국은 이미 앞서가고 있다”…상하이 현장 방문이 만든 위기감


지난 6월 말, 정 의원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화웨이 AI R&D센터를 직접 찾았다. 화웨이는 이미 통신장비를 넘어 AI 중심 기업으로 재편 중이며, 상하이 외곽 50만 평 부지 위에 젊은 엔지니어 3만 5000명이 상주하는 거대한 AI 신도시를 조성하고 있었다.

정 의원은 “평균 나이 30세의 공과대 졸업생들이 24시간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대한민국의 20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귀국 후 곧바로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통령실 정책실장, AI수석 등 핵심 인사들에게 이 상황을 공유하고, 관련 사진과 자료를 전달했다. “보고서 만들 시간도 없다. 이미 중국은 저만치 앞서 있다”며 신속한 대응을 호소했고, 이 위기의식이 예산 확보를 위한 정치적 동력으로 이어졌다.


▲중국 상하이에 조성된 화웨이 R&D 센터 전경. ⓒ정동영 의원 사무실

세 차례 시도, 두 번의 좌절…"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미 두 차례 예산 편성을 시도한 바 있다. 2024년 12월 2일. 정 의원은 처음으로 피지컬AI 실증사업을 국비 예산안에 제안했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로 ‘제조특화 선도사업’이라는 틀로 접근했지만, 정부 예산 편성 단계에서 빠졌다. 12월 10일, 이른 추경 예비심사에서도 국회 증액은 끝내 무산됐다.

정 의원은 2025년 5월 1일 다시 도전했다. 이번에는 ‘미래 모빌리티 제조공정 피지컬AI 실증’이라는 이름으로 1차 추경에 반영을 시도했지만, 데이터센터 예산 2조 6천억 원이 포함된 와중에도 피지컬AI는 또다시 배제됐다.

하지만 상하이 방문 직후인 6월 셋째 주부터 본격적인 3차 시도가 시작됐다. 정 의원은 기획재정부 국장, 장차관은 물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과 수차례 면담을 이어갔다. 국회 예결위원 50인 전원에게는 1600쪽 분량의 정책 보고서를 일일이 전달하며 예산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그 결과 7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피지컬AI 실증 예산 총 382억 원이 포함된 2차 추경안이 최종 통과됐다.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정동영 의원 페이스북


‘AI조찬포럼’이 이끈 1년…“국회가 산업을 주도한 첫 사례”

이번 예산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성과가 아니다. 정 의원이 2024년 8월 시작한 ‘AI조찬포럼’은 이미 1년째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네이버, 리벨리온, 카이스트, 전북대, 성균관대 등 국내 대표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매달 두 차례 포럼에 참여해, 산업계와 국회를 연결하는 접점이 되어왔다.

2025년 2월에는 현대차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GIC)를 견학했고, 3월에는 주요 6개 기관과의 MOU 체결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작성된 740쪽 분량의 전략 보고서는 피지컬AI 실증사업이 단순한 지역 프로젝트가 아닌 ‘국가 전략’으로 전환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정동영 의원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AI 조찬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 페이스북


"캠퍼스 독점은 실패를 부른다"…성과 확산 위한 대안도 필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성과가 특정 대학이나 기관에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지역 전체로의 확산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전북대와 캠틱이 중심이 된 캠퍼스 기반 실증 계획이 주를 이루면서, 일부에서는 “또 하나의 혁신도시처럼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의 여러 대학과 산업체, 특히 원광대·우석대 등 AI와 관련한 특화 역량을 갖춘 지역 대학들과의 협업 체계가 병렬적으로 설계되지 않으면, 인력 분산과 기술 편중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지역 관계자는 “캠퍼스 단독 중심이 아니라, 구도심과 낙후 지역에도 유연하게 실증 거점을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혁신도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역 곳곳에 분산된 혁신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 역시 “예산 확보는 출발일 뿐”이라며 “이 성과가 전북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적 설계와 실행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새만금 이후 전북 30년…이제는 AI로 도약”

정 의원은 “이번 예산 확보는 새만금 이후 30년 만에 전북이 손에 잡히는 미래 전략사업을 다시 갖게 된 순간”이라며 “전북이 피지컬AI의 메카가 되면, 대한민국 제조AI의 주권도 전북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도는 이미 관련 부지 제공과 제도 정비에 나섰고, 참여 기업과 대학들은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과 연구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 사업은 단순한 예산이 아니라 전북의 인구·경제 회복을 이끌 전환점”이라며 “앞으로도 AI 혁명의 맨 앞칸에 전북이 설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피지컬 AI 예산 확보’ 기자회견에서 정동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

“전북이 드디어 잡은 기회…이제는 놓치지 않겠습니다”

정 의원은 예산 확보 직후 자신의 메시지를 통해 이번 성과가 단순한 숫자를 넘어서는 중대한 전환점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AI 혁명의 한복판에 있지만, 아직 피지컬AI를 선도하는 국가는 없다”며 “그 기회를 전북이 잡았고, 가장 큰 미래 산업이 전북에 안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만금 이후 40년 동안 전북은 농업 중심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첨단 산업으로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이야말로 전북이 피지컬AI를 선도할 결정적 시기”라며 “대한민국 AI 혁명 열차의 선두칸에 전북이 올라탔고, 반드시 이 기회를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소회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안에 없던 예산을 끌어낸 집념의 정치, 국회가 지역의 미래를 설계한 희귀한 사례로 기록될 이번 성과는, 정치가 지역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기도 하다.

▲11일 전북 완주군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피지컬AI 모빌리티 실증 선도사업 전북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피지컬 AI센터는 완주로!’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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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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