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홍수로 여름 캠프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무더기로 실종됐다. 폭우로 강물이 급격히 불며 5일(현지시간)까지 어린이 15명을 포함해 5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AP>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이 지역에 3~4일 밤 300mm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자 과달루페강 수위가 순식간에 8m까지 높아지며 홍수가 일어나 텍사스 커 카운티에서 5일까지 15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43명이 숨졌다. 당국에 따르면 트래비스 카운티에서 4명, 버넷 카운티에서 3명, 켄달 카운티 및 톰그린 카운티에서도 각 1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여자 어린이들을 위한 기독교 여름 캠프인 '캠프 미스틱'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홍수에 휘말려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캠프에 참여한 10살도 안 된 여아들의 사망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홍수가 발생한 뒤 36시간이 지나도록 27명의 여아가 실종 상태다. 실종된 아이들은 커 카운티 과달루페 강둑에서 150m 가량 떨어진 저지대 오두막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오두막은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 중에서도 초등학생 등 더 어린 학생들이 묵던 곳이었다. 상급생들이 머물던 숙소는 강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고지대에 있었다고 한다. 이번 주 이 캠프에 참가한 학생 수는 총 750명 가량이다.
<AP>를 보면 캠프 미스틱 상급생 숙소에 머물다 구조된 엘리너 레스터(13)는 숙소에 넘치는 물을 헤치고 동료들과 함께 헬기를 통해 탈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8살부터 참여할 수 있는 캠프의 어린 아이들이 묵는 저지대 숙소가 가장 먼저 침수됐다고 설명했다. 레스터는 "캠프가 완전히 파괴됐다.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레스터의 어머니 엘리자베스는 아들 또한 인근 다른 캠프에 참여 중이었고 물살이 숙소로 들이치자 창문을 통해 수영해 탈출했다고 전했다.
미 CNN 방송은 당국이 과달루페강을 따라 18개의 여름 캠프가 운영 중이었고 캠프 미스틱이 실종자가 남아 있는 유일한 캠프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기상당국은 이 지역에 비가 내릴 것은 예상했지만 규모와 집중도는 예측하지 못했다.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커 카운티에는 3~4일 밤 단 4시간 동안 4달 치에 해당하는 비가 쏟아졌다. 인근 지역에서 내린 폭우를 흡수한 과달루페강 수위는 45분 만에 2m에서 8m로 상승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멕시코 상륙 뒤 소멸한 열대성 폭풍 배리가 남긴 매우 습한 기단과 멕시코만의 습기가 결합해 이번 폭우가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일반적 여름 뇌우와 달리 이번 폭우는 정체돼 같은 지역에 반복적으로 비를 뿌릴 수 있는 방식으로 형성됐다고 한다.
이 지역 기상 예보관들은 3일 오후까지도 폭풍 배리의 잔여 습기와 멕시코만 습기가 합쳐질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돌발 홍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경우의 수가 많아 이러한 결합이 일어날지, 결합된다면 장소가 어디일지 불분명하다고 밝힌 상태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멕시코만 수온이 최근 몇 달간 평균 이상으로 유지되며 더 많은 수증기가 발생해 홍수를 강화하는 추가 연료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화석 연료 배출량 급증으로 지구 기온이 상승한 가운데 따뜻한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품을 수 있고 수온 상승 수역에선 더 많은 수증기가 발생하며 텍사스를 강타한 것과 같은 폭우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 있다.
텍사스 비상관리국 님 키드 국장은 4일 실제 쏟아진 엄청난 양의 강우는 "어떤 예보에도 없었다"며 기상청을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기조에 따라 올 봄까지 미 기상청 인력 4000명 중 600명이 해고되거나 퇴직했다고 지적했다. 기상청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들을 담당하는 기상청의 텍사스 샌앤젤로 사무소엔 선임 수문학자, 예보관, 기상학자 자리가 공석이었다고 한다.
노조 쪽은 다른 피해 지역을 담당하는 샌안토니오 사무소에도 경보 조정 기상학자, 과학 담당관 등 여러 공석이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직책 담당자들은 지역 비상 관리자들과 협력해 주민 경고 발령 및 대피를 포함해 홍수 계획을 세우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무소의 경보 조정 기상학자가 트럼프 정부의 조기 퇴직 패키지를 통해 지난 4월30일 사임했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해당 사무소들의 일부 공석은 트럼프 정부 이전에 생겼지만 노조 쪽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출범 뒤 두 사무소의 공석률이 거의 두 배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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