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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중심'→'시민 중심' 개발정책 전환, 잠재력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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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중심'→'시민 중심' 개발정책 전환, 잠재력 살려야

[기획] 흔들리는 '기회의 땅', 평택을 가다

▲평택 포승지구 ⓒ평택시

한때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평택이 지금은 도심 공동화, 생활 인프라 부족, 공공개발 지연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 연재의 마지막 편에서는 평택을 현재의 상황으로 몰고 온 구조적 병목을 되짚고, 도시 회생을 위한 해법을 모색해본다.

전략 없는 속도, 숫자에 치우친 도시계획

지난 10여 년간 평택은 ‘성장률’, ‘투자액’, ‘면적 확장’ 등 외형적 수치에 집착해왔다. 미군기지 이전, 삼성 반도체 단지 유치, 고덕국제신도시·브레인시티·포승·현덕지구 등 대형 개발 사업이 잇달아 발표됐지만,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전략은 부재했다.

계획은 있었지만 실행은 없었다. 고덕국제신도시는 서울 접근성만 강조한 채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했고, 브레인시티는 기반시설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표류 중이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완의 사업지’로 남은 셈이다.

시민 없는 도시계획, 기능 잃은 공간

평택의 도시계획은 행정과 기업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시민의 삶은 그 안에서 뒷전이었다. 고덕국제신도시의 상업시설 공실률은 70%를 넘고, 생활 편의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브레인시티는 지식산업단지로 조성되었지만 핵심 유치 대상인 대학과 병원은 여전히 들어서지 못했다. 포승지구는 규제와 전략 부재로 인해 산업과 관광 기능이 모두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평택은 ‘사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숫자를 위한 도시’로 기능하며 시민의 삶을 외면하고 있다.

다시 짜야 할 도시 구조

이제 평택은 도시 전반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첫째, 각 개발지구 간의 유기적 연결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단지는 산업단지로, 주거지는 주거지로 분절되지 않고, 정주-산업-교통이 통합된 계획이 요구된다.

둘째, 시민 중심의 생활 인프라를 과감하게 확충해야 한다. 대중 교통망 재정비, 공공의료와 교육 인프라 보강, 문화·복지 기반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셋째, 행정·민간·시민이 함께 설계하는 협치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민간 사업자의 손에만 맡겨주거나 행정 주도로만 개발을 밀어붙이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평택이 배워야 할 도시들

인천 송도는 항만·도심·교육·국제기구를 복합적으로 연결해 스마트시티로 진화했다. 세종시는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생활 인프라를 조화롭게 구축하며 정착률을 높였고, 동탄은 자족도시 모델을 구현하며 기업·주거·문화 기능을 통합해냈다.

이들 도시의 성공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고유한 지역 특성과 요구에 맞춘 전략 수립에서 비롯되었다. 평택 역시 표면적인 벤치마킹이 아니라, ‘평택에 맞는’ 방식으로 배워야 한다. 도시는 복사할 수 없다. 처음부터 지역 맞춤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도시의 기능과 사람의 삶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 정주와 산업, 교통과 인프라, 그리고 시민의 삶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평택은 다시 기회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가 진단하는 평택의 병목

김정훈(도시공학 박사) 평택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평택시는 지난 10여 년간 미군기지 이전, 삼성 반도체 투자, 고덕국제신도시 조성 등 초대형 국책사업을 바탕으로 수도권 남부의 대표 성장거점 도시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급속한 외형 확장과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생활 기반 인프라의 구축 지연, 지역 간 불균형, 산업의 단일화, 행정 기획력의 한계로 인해 도시 내 실질적인 삶의 질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삼성 중심의 산업 의존도는 도시 외생변수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라며 “고덕국제신도시, 브레인시티 등 신도시 개발지구는 계획 대비 낮은 정주율과 상업공간 공실률 문제를 겪고 있는 실정으로 산업 유치와 도시개발이 공간 구조와 삶의 패턴을 함께 설계하지 못한 결과로 ‘외형은 글로벌, 체감은 불균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평택은 성장에서 ‘전환’으로 패러다임을 옮겨야 할 시점이다. 단일 중심축에서 벗어난 다핵형 산업생태계 조성, 각 생활권별 정부 기반시설(보육,의료,교육.여가 등)의 균형적 확충, 그리고 주민 체감형 도시정책으로의 전략적 이동이 필요하다”라며 “행정은 예산 중심의 공급 기획이 아닌 공공성과 실효성을 담보할 실행중심 구조개편으로 전환, 외형 성장 이후의 도시가 가야 할 길은 ‘사람의 일상’으로 수렴되어야 하며, 이때 도시의 이름값은 비로서 시민의 삶의 질과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기덕 경기연구원 공간 주거연구실 연구위원은 “평택시의 정체는 단기적 성과 위주의 개발에서 기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하였지만, 정주환경과 주민 삶의 질 향상 부분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생활밀착형 인프라와 돌봄 등 지속가능한 주거·생활환경 구축이 부족하고, 산업구조의 삼성 의존성이 심화돼 경제적 자생력이 약화됐다”라며 “지자체는 앞으로 산업 다변화와 연령(청년·고령층)에 따른 맞춤형 생활기반 확충을 중심으로 중장기적 균형발전 전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도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경제청이 유치하는 글로벌 기업의 다수는 단순 제조보다는 R&D, 아시아본부, 서비스 전초기지 등의 기능을 요구한다”며“이를 충족할려면 평택시 금융지원 체계, 외국인 교육시설, 글로벌 커뮤니티 인프라 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산업 입지뿐 아니라 고급 인력의 정주 여건이 국제도시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가능성 있는 도시, 희망은 있다

‘국제도시’, ‘첨단도시’, ‘성장도시’라는 수식어는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금의 평택은 숫자 중심 개발에 매몰된 결과, 시민 없는 도시가 되었다. 개발 사업은 발표되었지만, 실행되지 않았고, 연결되지 않았고, 정주 기반은 미비하다. 이대로라면 평택은 ‘거품 빠진 도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평택은 입지, 산업기반, 항만 기능 등에서 여전히 가능성을 갖고 있는 도시다. 이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선 실적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도시의 이름값은 결국,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결정된다. 지금이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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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은

경기인천취재본부 윤영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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