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만금, 더는 ‘미래’일 수 없다”…이재명 정부, 30년 숙제와 마주하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전북의 오랜 숙원인 새만금 개발이 다시 국가 핵심 아젠다로 주목받고 있다. 전북도가 '2036 하계올림픽'과 더불어 전략적으로 내세우는 또 하나의 국책사업이 바로 새만금 개발이다. 그간 구상과 구호는 넘쳤지만, 현실은 여전히 ‘지체된 약속’의 공간이다.
새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국정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 만큼, 3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해온 새만금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새만금을 신재생에너지와 첨단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매립은 끝났지만, 미래는 아직”…새만금의 현재
새만금은 지난 수십 년간 동북아 경제 중심지, 재생에너지 메카, 수소·첨단산업 클러스터 등 수많은 비전이 제시됐지만, 실제 눈에 띄는 성과는 제한적이다. 매립이 상당 부분 완료된 지금도 산업단지 조성은 지연되고 있으며, 투자 유치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상징적 인프라인 새만금 국제공항조차 매년 국회 예산 심의에서 삭감 논란에 시달려왔고,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철도 등 핵심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말뿐인 새만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첨단산업, 생태 복원, 재생에너지”…다시 주목받는 새만금의 가능성
전북도는 새만금을 균형발전의 핵심 축으로 다시 설정했다. 2036 하계올림픽과 연계해 새만금 개발을 지역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새만금이 지역혁신의 거점이 되도록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며 "새만금을 이차전지 중심의 첨단산업 특화단지로 육성하고 해수 유통 확대를 통해 생태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조력발전소 건설과 풍력·태양광·조력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국가산업단지 조성, 새만금 주요 SOC의 조기 완공 역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접근성 개선…글로벌 물류 허브로 도약 준비 중”
이에 전북도는 내부 교통망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서도로와 남북도로를 이미 완공했고, 올해 말 개통 예정인 새만금~전주 고속도로까지 더해지면 교통 여건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올해 안에 실시설계를 마칠 계획이며, 새만금 신항만은 2026년 잡화부두 2선석 개항을 앞두고 있다. 신항만과 연결되는 인입철도도 2025년 상반기 기본계획 확정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새만금이 글로벌 물류 허브로 성장할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며 “신속한 인프라 확충을 통해 새만금을 아시아 경제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가 철학 반영돼야 할 공간…그러나 ‘예산’은 여전히 벽”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견고하다. 새만금 공항 건설 예산은 매년 국회에서 삭감 논란에 휘말리고 있으며, 내부 연결도로와 신항만, 배후물류단지 등 핵심 SOC 확충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새만금 개발 누적 집행률은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으며, 전북의 정치적 위상과 예산 확보 역량에 대한 회의론은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전력 공급과 송전 인프라 부족, 입지 규제 등은 재생에너지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 부처 간 사업 타당성 평가 이견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균형발전, 이제는 계획이 아닌 실행의 문제”
전북에 있어 새만금은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다. 이는 ‘국가가 지역과의 약속을 어떻게 지키는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수십 년간 반복된 개발 지연과 중앙정부의 무관심은 지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재명 정부가 이러한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균형발전이 단순한 슬로건을 넘어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새만금은 전북의 미래이자, 이 정부의 균형발전 철학이 실현되는 공간”이라며 “투자 확대, 규제 완화, 정부 주도의 마스터플랜 재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과 중앙, 함께 움직여야 균형발전 현실화”
2036 하계올림픽이 전북의 ‘이벤트형 유치 전략’이라면, 새만금은 ‘인프라 기반 성장 전략’이다. 균형발전은 이 두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현실화될 수 있다.
전북은 이제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차원을 넘어, 균형발전 자체를 국가 아젠다로 끌어올리는 정치력을 요구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선택은 결국 새만금이 다시 ‘미래’로 미뤄질지, 아니면 ‘현재’로 앞당겨질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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