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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화염병'에 담긴 시민들의 응원…5년만 광주퀴어문화축제, 후원목표액 700%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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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화염병'에 담긴 시민들의 응원…5년만 광주퀴어문화축제, 후원목표액 700% 돌파

모금 두 시간 만에 목표액 100%, 일주일 만에 700% 돌파…"모두가 인간답게 살자는 게 5·18 정신"

5년 만에 다시 열리는 광주퀴어문화축제에 시민들의 열렬한 응원이 쏟아졌다. 조직 운영과 축제 진행을 위해 시작한 모금 운동에 목표액의 700% 넘는 후원금이 모인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만날 새로운 세상에서는 성소수자도 더욱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하고,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게 곧 '5·18 정신'을 잇는 것이라는 데 뜻을 모은 결과다.

26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보면, 지난 20일 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조직 운영 및 축제 진행을 위해 시작한 모금 운동에 900여명의 참여로 3800만여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모금 2시간 만에 목표액 500만원을, 일주일 만에 목표액의 7배 넘는 금액을 모은 것이다.

이번 펀딩에 모인 후원금은 조직위가 전혀 예상치 못한 액수다. 앞서 조직위는 지난 2018년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할 당시 같은 방식의 모금 운동으로 후원금 429만원을 모았다. 당시 경험에 비췄을 때 이번 축제 후원금은 300만원정도를 모을 수 있겠다는 게 내부 판단이었다. 이에 축제 개최 직전 펀딩을 한 번 더 여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예상과 정반대로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져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재창립을 기념하는 '무지개 화염병'ⓒ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모금 성공에 따라 광주에서는 2020년 이후 5년 만에 퀴어문화축제가 다시 열리게 됐다. 그간 열린 광주퀴어문화축제는 다른 지역 퀴어문화축제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 풍경이 펼쳐져 소소한 화제가 돼왔다. 2018년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서는 축제 참여자와 성소수자 혐오집회 참여자 모두 오후 5시 18분 금남로에 울려 퍼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2019년에는 지역언론 <전남일보>가 성소수자 인권존중의 의미를 담은 6색 무지개 제호를 사용한 신문을 배포했다.

2년간 성공적으로 개최된 광주퀴어문화축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진 2020년 영화제 형식의 축제를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겼다. 이에 광주퀴어문화축제 부활을 꿈꾸는 시민과 활동가들이 지난해 간담회에서 결집한 이래로, 수 차례 성소수자 관련 행사와 토론 끝에 올해 4월 조직위를 재발족하면서 본격적으로 축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수 년 만에 다시 열리는 광주퀴어퍼레이드에 응원과 지지가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프레시안>이 만난 후원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함께 맞을 새로운 세상에서 성소수자도 더욱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게 곧 '5·18 정신'을 잇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탄핵 시위를 기점으로 소수자들과 연대하고 있다는 서울시민 스테끼(30, 활동명) 씨는 "지난 18일 광주를 답사하며 오월의 광주 정신을 후대가 이어가는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불의함에 맞서는 힘에는 여러 사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펀딩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광주 거주자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남색한죄(27, 활동명) 씨는 차기 대통령에게 성소수자 정책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하던 중 자신을 모른체하는 성소수자 지인들을 보고 퀴어문화축제에 후원을 결심했다. 그는 "그들은 서명에 참여하는 순간 아웃팅(동의 없이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밝혀지는 일)을 당할까 봐 걱정했던 것"이라며 "광주가 진보적 도시라고는 하지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서는 굉장히 보수적이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후원에 참여했다"고 했다.

▲2019년 광주퀴어문화축제 당시 지역언론 <전남일보>가 성소수자 인권존중의 의미를 담은 6색 무지개 제호를 사용한 신문을 배포했다.ⓒ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조직위도 시민들과 같은 마음으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조직위가 준비한 후원 답례품 중 하나는 '무지개 화염병'이다. 조직위는 "화염병은 억압과 불의에 맞서 싸운 1980년 광주시민의 상징이자 평범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었던 마지막 불꽃"이라며 "이 화염병의 상징성을 이어받아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사회에 맞서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았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조직위는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광주의 성소수자 인권단체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바리 광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은 26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어리둥절하면서도 감사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도 된다. 늦지 않게 꼭 찾아뵙겠다"며 "호랑이 등에 탄 격이니 축제를 포함해 광주퀴어인권단체로서의 움직임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겠다"고 다짐했다.

▲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재창립총회ⓒ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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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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