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청년세대 내의 극우화 및 여성혐오 정서 확산 등 사회갈등 양상을 두고 "악성 정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편을 갈라서 싸움을 시킨 다음에 한쪽 편을 들어서 쉽게 자기 편으로 만들고 누군가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게 극우"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2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 캠퍼스 내 율곡관에서 진행한 대학생 간담회에서 '사회갈등 통합 비전'을 묻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과거의 사회 변화는 다 청년으로부터 시작했는데, 지금은 청년세대 중 일부는 사실 매우 보수적이 됐고 어떤 경우는 극소 일부긴 하지만 극우화되기 까지 한다. 다른 세대보다 오히려 더 극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특히 "청년사회의 젠더 갈등, 이게 이렇게까지 갈등할 일인가"라며 "저는 이게 정치 때문이라고 본다. 정치의 일반적인 속성 때문이 아니고 악성 정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을 필두로 차용한 '젠더 갈라치기' 전략을 간접 지목한 셈이다.
이 후보는 "(정치가) 역량을 발휘하고 선의를 가지고 설득해서 지지를 획득하는 게 아니고 편을 갈라서 싸움을 시킨 다음에 한쪽 편을 들어서 쉽게 자기 편으로 만들고 누군가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게 이제 극우다. 이 극우적인 방식은 편하기는 한데 사회를 좀먹는다"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극우적 사고는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들이 서로) 대립·혐오를 하게 한 다음에 한쪽 편들이 어쩔 수 없이 자기 편을 들게 한다"며 "그럼 과반을 차지하진 못하지만 적극적인 극렬 지지층 소수를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다. 이걸 (극렬 집단을) 몇 개를 모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어 세대갈등 양상을 두고도 "예를 들면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을 부추긴다"며 "(청년들에게) '너희들이 뺏기고 있는 거야', '우리 노인세대 부양만 하다 죽는 거 아냐?', 이렇게 (갈라치기를) 해서 사회 연대의식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치 때문에 청년세대들이 많이 오염된 것 같다"고도 했다. 역시 지난 20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 측이 주장한 '세대포위론' 등 세대 갈라치기 전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정치가 대결·대립을 최소화하고 차이와 다름을 넘어서서 한 방향으로 가도록 힘을 모아야 하는데, 지금은 갈등하고 자기 것을 챙기고 다른 쪽은 배제하고 배제를 넘어서서 심지어 제거하려고 한다"며 "이 제거 행위의 극단 형태가 이번의 이 계엄"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혐오정치'를 비상계엄 사태의 근간으로 지목한 것이다.
그는 "(정적을) 말로 설득하기 어려우니까 아예 싹 제거해버리려고 (권력의) 100%를 아예 다 자기가 갖겠다고 군대를 동원해 쿠데타 한 것이지 않느냐"며 "이게 우리 정치의 나쁜 면의 최극단이다", "이게 현실화될 뻔한 것을 어쨌든 막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다만 이 후보는 "작년 12월 3일 밤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일의 이 변화 행동의 주체가 젊은이들이었다"며, 정치적 주체로서의 '청년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기성세대가) 걱정했던 청년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정면에서 더 열심히 더 아름답게 이 어려움을 뚫고 나갔다"고 평했다.
이 후보는 또 "밤을 새고 그 눈비 속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청년들)"에 대한 찬사를 보내며 "특히 여성, 젊은 여성이 많았다"고 했다. '빛의혁명' 과정에서의 2030 여성들의 정치적 역할을 강조한 것인데. 앞서 그가 지난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응원봉 시위를 이끈 2030 여성계층에 대한 사회·정치적 인정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질의에 답을 피하는 등 여성 의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데에서 소폭 변화한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 관련기사 : 이재명 '비전 발표회'..."지금도 내란 계속되고 있다")
한편 이 후보는 지난 3월 18년만에 이뤄진 연금개혁 합의안과 관련, 유승민·안철수·한동훈 등 보수진영 비주류 일각에서 제기한 바 있는 '청년 독박론'을 두고도 "이것도 이제 일종의 (세대) 갈라치기 논란의 일부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이날 간담회 중 '이번 연금개혁이 기성세대로 이뤄졌고, 논의 과정에서도 청년세대의 입장이 배제됐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오자 "'청년세대에게 더 좋게 바꿨어야지' 이렇게 주장하면, 맞다. 그런데 (합의가) 불가능하다. 현 상태로 방치하면 더 나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재학생의 지적에 "그 지적도 틀리지 않다. 맞는 면이 있다"면서도 "그런데 생각해보면 기존에 있는 연금제도는 지금보다 훨씬 문제가 심각하다. 내는 것보다 너무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이걸 (조금이라도) 줄여야 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쪽으로 해도 욕을 먹기 때문에 연금개혁이 안 되는 거다. 그때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연금개혁을) 진짜 한 사람이 누군가, 노무현이다"라며 "정치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주장을 하고 비평을 하는 건 비평가가 하는 것이고 정치는 현실의 권력을 위임받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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