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부산을 찾아 21대 대선 첫 지원유세에 나섰다. 다만 그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생각이 다르다며 김 후보와 같이 유세를 다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친한계는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도 그 편이 지지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엄호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빅텐트는 고사하고 텐트에 들어가지도 않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일 부산 광안리 유세에서 "이재명이 가져올 위험한 나라를 막아야 한다"며 "위험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고 당을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 전 대표는 "여기 나오지 않으려 했다. 양심과 정치철학이 계엄과 탄핵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지금의 우리 당에 동조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김 후보를 위시한 당의 계엄과 탄핵에 대한 대응에 불만을 표했다.
이어 "계엄과 탄핵의 바다를 건너고 극우 유튜버와 극우 세력들의 휘둘림에서 당을 구해낼 것"이라며 "그러니 (저를) 믿고 일단 위험한 이재명 세력을 함께 막자"고 김 후보가 아닌 자신을 부각했다.
당일 한 전 대표는 김 후보의 수도권 유세현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 전 대표는 이날 대구 서문시장, 오는 22일 충북 청주, 강원 원주를 찾을 계획인데, 역시 김 후보와 동선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 유세 뒤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표는 ‘김 후보 유세에 합류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생각의 차이가 있다"며 "김 후보가 안 가는 곳에서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설득하는 것이 우리의 승리, 이재명의 위험한 세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지원유세를 김 후보 지지로 이해해도 되나‘라는 질문에도 그는 "이재명 후보가 가져올 위험한 세상을 막는 방법이 뭐냐. 지금 국민의힘 후보가 낸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라며 김 후보와 거리를 두는 듯한 답을 했다.
한 전 대표는 지지율 복원 방안에 대해서는 "계엄과 탄핵에 대한 과감한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단절과 절연이 필요하다. 극우유튜버 등 자통당(자유통일당) 세력 등과 선긋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선 과정에서 3:1, 5:1로 싸웠다. 누군가는 그런데도 왜 돕냐고 배알도 없냐고, 호구라고 한다. 나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호구가 되겠다"고 했다.
친한계 의원들은 한 전 대표의 '따로 유세'를 일제히 옹호했다. 조경태 의원은 21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생각에 차이가 있다면 전략적으로라도 별도로 유세하는 것도 또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중도층, 무당층, 젊은층에서 김 후보 지지가 상당히 약하다. 그럴 경우 별도로 (유세)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확장성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의원도 같은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는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호응받지 못했던 부분을 꾸준히 지적했기 때문에 본인의 정치적 자산도 거기에 있다고 판단한다"며 "김 후보의 모든 것을 지지하는 형태로 가는 것보다 잘못과 다름은 인정하면서도" 지원유세를 하는 것이 "시너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연욱 의원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7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독자적인 지원 유세를 했다"며 "그게 각자의 지지층을 결합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최선의 방식이었다"고 한 전 대표를 옹호했다.
당 지도부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표의 유세방식에 대해 "후보랑 같이 하는 것보다 유명한 분들이 따로 유세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한 전 대표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반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빅텐트 운운하더니, 빅텐트는 고사하고 텐트 기둥이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텐트 안이 텅텅 비고 어떤 분은 텐트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빙빙 돌겠다고 한다. 한동훈 대표 이야기"라고 국민의힘 상황을 비꼬았다. 이어 "김 후보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정당의 결집을 통한 호소가 보이지 않는 정당의 후보에게 5년이나 대한민국을 맡길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윤여준 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당 선대위 회의에서 "한동훈 후보는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는데 윤석열과도 스스로 선을 긋지 못한 김 후보에 대해 지원유세를 시작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일종의 자기부정 아닌가"라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