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는 정연했고 메시지는 강했다. 우렁차게 울부짖는 사자후는 아니라도 울림은 깊었다.
헌정사상 수많은 정치인이 전북자치도 익산역에서 열변을 토했지만 차분한 어조로 균형발전의 중대성을 명쾌하게 풀어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만큼 공감을 준 이는 없었다.
이재명 후보의 유세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45분간 이어졌다. 당초 일정은 20분으로 잡혀 있지만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 시간이 좀 되십니까?"라며 다시 말을 이어가 연설 시간은 2배로 늘었다.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인데 임금이 세상을 왕권으로 지배하고 탄압하거나 착취한다면 백성이 체제를 엎어버린다. 임금이 권위를 누리려면 백성을 존중해야 한다.
이 후보의 연설 중간에 마이크가 종종 문제를 일으키자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호하며 어색한 시간을 메웠다.
전북은 다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려는 동학혁명의 발상지이다. 당시에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지만 지금도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남아 5·18 민주화운동으로, 촛불혁명으로, 다시 빛의 혁명으로 이어졌다. 12.3 비상계엄과 내란 쿠데타를 제압하고 다시 대한민국을 구했다.
이렇게 말한 이 후보는 "사람이 하늘처럼 공경받는 세상을 누가 열어갈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자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호하며 답으로 대신했다.
이 후보는 "감사하다"고 말하며 잠시 호흡을 조절한 후 "사람이 존경받는 세상은 여러분이 만들 수 있다. 정치인은 단지 도구일 뿐이다. 저 역시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이 쯤에서 이재명 후보는 전북인의 한(恨)이 서린 '불균형 성장'에 대해 자신의 지향과 원칙을 담담하게 풀어갔다.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성장에 '몰빵'하고 수도권에 자원을 몰아줬다. 당시에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집중화로 불균형이 심화했다. 수도권은 사람이 대거 몰렸지만 지방은 소멸을 걱정하게 됐다.

지금은 국가적 역량과 자원과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 이제 균형발전은 국가의 '필수전략'이 되었다. 지방을 배려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라는 말이다.
이재명 후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별에 치이고 영호남에서 홀대받고 호남에서도 전북이라고 대접을 받지 못하는 '3중 소외'를 겪어왔다. 소외감을 느끼는 전북인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군사정권과 독재정권의 '분할지배'로 전북의 소외와 낙후가 고착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북의 소외를 알고 있다.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집안에서 싸울 때는 재산이 있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재산이 없어서 싸울 경우가 더 많다"는 말로 대(對)정부 투쟁이나 지역 내 갈등과 마찰을 안아 주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제는 균형발전의 큰 방향을 바꿀 때"라며 "균형발전은 (중앙정부나 정치권이) 인심을 쓰듯 주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해 다시 박수가 터졌다.
이재명 후보는 "서울대 학생에 대한 1인당 지원예산이 전북대 학생보다 2~3배 많은데 왜 그래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지방의 인재가 서울로 가지 않고 지방에서 미래를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를 권역별로 10개 만들겠다고 한 것도 이런 취지"라고 언급했다.

지방에 교육투자를 확대해 균형발전의 매개체로 활용하는 전략인 셈이다.
그는 이어 "기업은 이익이 있는 곳이라면 가지 말라 해도 스스로 간다"며 "지방에서도 (청년들이) 먹고 살 수 있게, 기업이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연설 말미에 성숙한 정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정치인이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와 지역을 위해 싸워야 하고 감정을 갖고 싸우면 안 된다"며 "그런데 여의도에 와 보니 정치인들이 진짜로 싸운다. 정치인이 빨간 옷을 입고 파란 옷을 입고 싸운다고 국민까지 감정을 갖고 싸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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