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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9년만’ 퀴어축제 불참에 뿔난 직원들 "직접 부스 차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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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9년만’ 퀴어축제 불참에 뿔난 직원들 "직접 부스 차리겠다"

내부서 "중립 가장해 성소수자 반대세력에 혐오 자유 주는 꼴" 나와

2017년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지원해 온 국가인권위원회가 9년 만에 불참한다.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성소수자 혐오 세력으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자 인권위는 양쪽 행사 모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중립을 가장해 혐오할 자유를 주겠다는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직원들이 직접 인권위 부스를 차리겠다는 움직임이 나온다.

인권위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퀴어축제 조직위원회와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가 같은 날 개최 예정인 각각의 행사에 부스 운영 등 지원을 요청했다"며 "입장이 다른 양측의 행사 중 어느 한쪽의 행사만 참여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봐 양측 모두의 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양측의 행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혐오표현과 폭력 등 인권침해 상황 발생 여부에 대해 현장 모니터링 진행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2017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및 차별 예방 홍보를 위한 부스를 운영해왔다. 홍보 부스에서는 축제 참여 인증 사진 촬영, 인권 타투 부착 이벤트 등을 열었으며 축제 당일 인권위 건물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내걸기도 했다. 인권위는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과 혐오표현 개선 활동을 펼치는 인권·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의미를 담았다"고 깃발을 내건 이유를 설명했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가 무지개 깃발이 달린 머리띠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랬던 인권위가 9년 만에 퀴어문화축제 불참을 결정한 배경에는 성소수자들을 향해 혐오 표현을 해온 안 위원장의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안 위원장은 지난 2020년 <중앙일보>를 통해 "성적 지향 등에 대한 부정적 논의는 차별행위가 돼 할 수 없게 된다" 등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논의를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게재했다.

지난해 6월 출간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에서도 안 위원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해 "에이즈, 항문암 질병 확산 가져올 수 있다",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 등 성소수자와 성범죄 등에 편견을 조장하는 발언을 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소수자와 연대하고 차별 반대에 목소리를 내야 할 인권기구가 혐오 세력의 지원 요청을 근거로 침묵을 결정하는 현 상황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준석 인권위 성차별시정과 주무관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중립을 이유로 가만히 있는 건 결국 (성소수자) 반대세력에게 혐오표현의 자유를 주겠다는 뜻"이라며 "종교단체의 수장이면 몰라도 인권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국가기관장으로서는 하면 안 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최 주무관은 "이번 불참 결정은 그동안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해온 인권위의 고민과 노력을 무색하게 만든다"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안 위원장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결정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일 오후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종각역을 출발해 삼일대로를 지나 을지로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권위 결정과 별개로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내부 직원들은 '인권위원회 앨라이 모임' 이름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부스를 차릴 예정이다. 지난해 안 위원장이 취임할 당시부터 퀴어문화축제 불참을 예상하던 직원들이 '퀴어문화축제에 인권위 이름이 빠지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며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고 모금 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퀴어문화축제 측은 인권위의 불참 통보보다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더욱 놀랐다는 입장이다. 한채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이사는 <프레시안>에 "지난해부터 인권위의 퀴어문화축제 불참을 예상하고 있어 놀랍지는 않았다"며 "정말 놀라운 건 이런 과정에서 직원들이 자발적 모금까지 해가면서 축제 참여를 결정한 일"이라고 했다.

한 이사는 기관의 침묵을 뚫고 성소수자를 지지하러 오는 인권위 직원들을 두고 "안 위원장이 우리에게 선물을 준 듯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의미 있는 결정을 해준 인권위 직원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많은 분들이 축제에 와서 이들을 응원하고 환대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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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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