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일의 최대강국 미국은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는 물론이고 세계의 난민들이 국경을 넘으려고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꿈의 나라다. 미국에는 800만~1,200만 명에 달하는 불법이주자들이 상시적으로 체류한다. 뉴욕시에만도 그 숫자가 50만 명에 달한다. 그들은 온갖 추방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숨어서 미국사회의 허드렛일을 도맡아서 해낸다.
불법이민 불관용정책을 선포한 트럼프 1기행정부가 불법입국을 막으려고 멕시코와 접경지대에 장벽을 쌓았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일시적으로 중단했었다. 2021년 1월 취임한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유화적인 이민정책을 운영할 기미를 보였다. 그러자 더 늦기 전에 멕시코를 경유해서 미국으로 잠입하려는 이주민의 행렬이 갈수록 길어지자 바이든도 비판여론에 밀려 장벽설치를 재개했다.
미국 남서부의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는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2개의 작은 도시, 즉 미국 텍사스 주의 델 리오, 그리고 멕시코의 시우다드 아쿠냐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그 다리 밑에는 중남미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이주자들이 난민촌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물도 먹을 것도 없는 상태에서 노숙생활을 하며 장벽을 넘을 날만 고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무작정 미국에서 새 삶을 일구어 보려는 꿈을 안고 더러는 목숨을 걸고 세계 각지에서 걷고 걸어서 그곳까지 간다.

미국에 정식으로 입국하려면 입국사증(Visa)을 받아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는 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그곳에서 난민을 신청하거나 미국인의 재정보증을 받아 한시적 체류를 허가받아하는데 그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트럼프가 재집권하자 어렴풋했던 희망마저 사라지고 절망이 눈앞을 가린다. 결국 수많은 난민들이 죽기 살기로 월경을 작심하는데 그 길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나 다름없어 위태롭기 그지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투병력을 배치한다고 한다고 하니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 이주자의 불법잠입은 범죄조직을 통해야 감시의 눈을 가릴 수 있어 성공률이 높아진다. 그 연결고리는 돈이다.
먼저 알선책을 찾아야 인간밀수 범죄조직과 접선하는 길이 열리나 그것 또한 쉽지 않다. 범죄조직의 안내인과 접선이 이뤄져야만 그의 안내를 받아 비밀통로를 통해 국경선을 넘을 수 있다. 그곳에서도 안내인의 지시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여야 접선지점에 도달한다. 그곳에 숨어서 더러는 며칠이고 기다려야 고대했던 차량이 나타나 타고 안전가옥까지 이동한다.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감시의 눈길에 걸리는 순간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만다. 멕시코 국경지대까지 가는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 가산을 다 팔아도 노잣돈을 마련하기 어렵다. 멕시코를 통해서 미국으로 숨어들어가려면 수천 달러의 안내료, 통과료를 내야하는데 국경경비가 심해질수록 그 값이 올라간다.
돈이 없으면 미리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연계되어 있는 인간밀수 범죄조직의 알선책과 접촉해야 한다. 몸값은 고국에 남은 가족의 목숨을 담보로 빌리고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에 벌어서 이자에 이자를 붙여 갚아야 한다. 그들이 값싼 품삯을 주며 불법이주자를 혹사하고 착취하는 이른바 땀공장(Sweatshop)도 소개해 준다.
멕시코를 우회해 미국에 잠입하려는 행렬에는 라틴아메리카 출신 라티노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과 아프리카인들도 적지 않다. 미국-멕시코 국경선에 닿더라도 입국의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장대한 장벽이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은 그 접경지대에 20세기초부터 장벽을 쌓기 시작했다. 멕시코와 맞닿은 남부국경선은 장장 3,200km에 걸쳐 펼쳐진다.
한국의 경부선 철도거리의 7배가 넘는 그 광활한 국경지대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래 넘어서 미국에 잠입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설혹 장벽이 없는 곳을 찾아 국경선을 혼자 넘었다고 하더라도 길을 찾지 못해 그 드넓은 황무지에서 헤매다 죽을 확률이 높다. 그곳은 물도 없고 나무도 없는 사막이거나 아니면 험준한 산악지대다.
많은 잠입자들이 야수의 공격을 받거나 탈수증, 저체온증에다 굶주림이 겹쳐 목숨을 잃는다. 아니면 불법이주자들을 노리는 인간사냥꾼들의 총에 맞아 비명에 간다. 그들은 거의 백인인종주의자다. 언제 어디서 그들을 노리는 흉탄이 날아올지 모른다. 자칫하면 한 순간에 목숨이 날아 간다. 죽으면 독수리나 늑대의 밥이 된다. 접경지대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눈에 띄는 백골이 그 비극을 말한다. 아니면 국경경비대한테 잡힌다.
그런 이유로 황무지에는 장벽을 쌓지 않는다. 영국 BBC에 따르면 트럼프 1기행정부는 150억달러를 투입하여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에 이르는 727km 접경지대에 높이 4~8m의 장벽을 건설했다. 반면에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1월 출범 첫날 국경장벽 건설중단 행정명령을 내렸었다. 그런데 그 후 불법이민이 급증하고 그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바이든도 2023년 10월 텍사스 주 리오 그란데 일대에 장벽 32km를 설치했다.
바이든 집권기인 2021년 불법월경자가 급증했던 이유는 미국 이민정책의 변화 말고도 코비드-19가 2년 가까이 맹위를 떨치면서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져들어 대량실업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거의 라틴아메리카의 원주민-백인 혼혈인인 메스티소 또는 흑인이나 흑백혼혈인인 물라토라는 점이 눈에 뜨인다.
그것은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얼굴색이 검으면 여전히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말한다. 라티노의 입국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얼굴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그것은 미국이 절대로 말하지 않는 불법이민을 봉쇄하려는 이유이기도 한다. 미국인구조사국의 2019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인구는 3억2,823만명이며 그 중에서 백인이 60.1%를 차지했다.
그것은 미국이 1790년 관련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어 라틴아메리카의 라티노 18.5%, 흑인 13.4%, 아시아계 5.9% 등 순이었다. 라티노는 불법입국자가 많아 실제인구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라틴아메리카는 전반적으로 만년빈곤에다 정정불안까지 겹쳐 미국으로 잠입하려는 인간밀수가 쉽게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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