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유포)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가운데, 상급 법원인 대법원이 22일 해당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6.3 대선 전 이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에 관해 결론을 내려 여러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관련해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에서는 2심 무죄를 대법원이 '파기자판(대법원이 기존 판결을 깨고 직접 판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 여민(안규백 대표)'이 23일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 상고심 절차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파기 자판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진국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항소심(무죄 판결을 내린 2심)이 전개한 판결내용이나 인용한 기존의 확립된 대법원 판례에 주목해 보면, 대법원의 기존 판례법리를 변경할 필요성을 인정할 단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나아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을 다루면서 파기자판할 가능성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형사소송법 제396조 제1항의 규정내용을 형식적으로 보면, 이대표 사건에 대해서도 상고심이 파기자판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항소심과는 달리 상고심에서는 파기환송과 파기이송이 원칙이고, 파기자판은 예외라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이 교수는 2023년 형사공판사건 상고심 기준으로, 전체 사건 2만419건 중 파기자판은 17건(형선고 8건, 형면제・면소 7건, 공소기각 2건)으로, 전체의 약 0.08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심이 무죄판결을 선고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로 파기자판한 사례는 2002년부터 2023년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그 이유는 대법원이 법률심으로서 사실심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대법원이 원심의 무죄를 뒤집어 직접 유죄를 선고할 소송구조도 갖추어져 있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대법원이 피고인에게 유죄로 파기자판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통상적인 상황에서 상고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직접 피고인에 게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실질적 직접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재판 청구권을 침해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례는 피고인이 사실심에서 방어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어 형사절차의 기본원칙인 대면주의, 직접주의 및 구술주의가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상고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선고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몰수나 추징과 같은 부수적인 효과를 선고할 경우에 국한되는 것이지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에게 곧바로 유죄인정의 파기자판을 하는 것은 형사절차의 공정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허위사실 유포 등 본안 사건의 쟁점과 관련해서도 이 교수는 이 후보의 항소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 판례에 따른 합리적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때문에 '파기자판'에서 무죄 판결이 뒤집힌다는 것은 이 대표 무죄 근거인 과거 대법원 판례들이 뒤집히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재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법원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과 무관한 '별건기소', 선거를 통해 이미 정치적 심판을 받은 낙선자에 대해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공직선거법위반 기소라는 '편파적 기소'로 시작된 본 사건에 대해 충실한 심리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면 될 것"이라며 "대통령 후보자에 대해 정치적 판단을 고려하여 파기자판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혜경 계명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는 "통상 파기자판은 소송조건과 관련하여서는 전속고발사건에서 적법한 고발이 아닌 경우와 같이 형식적 소송조건이 결여되어 공소기각을 하거나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등의 사유가 존재하여 궁극적으로 피고인에게 공소기각이라는 유리한 판결을 하는 경우"라며 "무죄인 항소심에 대법원이 파기자판으로서 유죄의 확정판결을 한다는 것은 오히려 대법원의 기존의 관례를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했다.
이승준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항소심이 대법원의 법리와 해석을 위반한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공직선거법이 정한 허위사실공표에 대한 다양한 대법원의 판례를 뛰어넘어 대법원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파기자판'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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