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대만 유사시 한국의 개입을 상정하는 이른바 '하나의 전장'(One Theater)을 미국에 제안했다는 보도와 관련, 한국 정부에 공식 입장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이를 논의했다는 점을 완전 부인하지도 않으면서, 대만 유사시 한국의 개입을 차단하는 국회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처음 해당 사안이 일본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에 보도됐던 15일 이후 사흘이 지난 18일 일본 방위성이 관련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 관련 4월 15일 아사히신문 보도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상이하다"며 "일본은 미국, 호주, 필리핀, 한국 등 파트너국들과 역내 공동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방위성은 이어 "이는 한반도 등 특정 지역에서의 분쟁 발생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며, 유사시 어떠한 대응을 상정한 것도 아니다"라며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넓은 시야를 가지고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며, 결코 전쟁·전투를 상정한 의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역시 일본 측으로부터 위와 유사한 답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이 사안과 관련한 한일 간 고위급 논의나, 외교채널 간 협의, 고지 등이 사전에 있었냐는 김 의원실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은 채 "일측은 우리측에 일본, 한반도, 대만, 필리핀 등 각 지역의 안보 문제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염두에 두며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된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일본 측이 "군사용어로서의 'one theater'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측의 요구 및 고지사항이 전달된 바 있냐는 질문에는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확고한 인식을 공유 중"이라며 "최근 미 인태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 등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고 답했다.
앞서 15일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30일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일본에 방문한 피트 헤그세스 장관에게 한반도와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장으로 보고 "일본·미국·오스트레일리아와 필리핀, 한국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헤그세스 장관 역시 이를 환영했고, 이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하나의 전장' 구상을 언급하며 관련국들의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보도가 알려지면서 일본이 대만 유사시 한국을 의무적으로 전장에 끌어들이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본 측이 한국 국방부‧외교부에 언론 보도와 정부 입장이 다르다고 밝혔으나, 일본 정부가 설명한 양 국방장관 간 회담 내용을 보면 이 사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이같은 구상을 한국 정부에 사전에 알리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는 명확히 답을 하지 않고 있으나, 국방부는 사전에 일본이나 미국으로부터 이러한 연락을 받지 못했고, 보도 이후 일본 측이 국방부에 연락을 취해 후속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24일 김준형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병진 의원,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상황은 한반도가 점점 심각한 안보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따라서 대만 유사시 한국의 군사 개입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해 국회 차원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진 의원은 "이 결의안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니다. 국익과 주권을 지키는 강력한 외교적 메시지이자, 국민의 절박한 호소"라며 "대한민국이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누군가의 대리전 무대가 될 수도 있는 양안 분쟁에는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만 유사시에 군사적 자원이나 경제·정치적 수단을 포함하여,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선제적으로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결의안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정혜경 의원은 "동시에 대한민국 국회는 미국 정부가 한반도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주한미군이 양안 분쟁에 개입할 경우, 이는 곧 대한민국의 분쟁 개입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국민의 우려를 적극 수용하여, 주한미군이 역외 분쟁에 동원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공약을 실천하고, 제공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또한, 일본의 야심과 미국의 이해가 맞물려 120년 전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같은 제2의 야합으로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되는 역사적 후퇴를 결코 좌시해서는 안된다"며 "한반도가 다시는 강대국들의 대리 전장이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05년 우리의 외교권은 강탈당했고, 결국 우리는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우리는 결코 120년 전과 같은 역사적 비극을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백선희 의원은 "윤석열 내란 정부가 망쳐놓은 대한민국의 외교와 안보를 국회가 앞장서서 바로잡아야 한다"며 "'대만 유사시 불개입 촉구 결의안'은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정, 현재와 미래를 지키기 위한 역사적 첫걸음이자 동아시아 전체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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