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통령 잘못 만나 탈출행렬에 뛰어든 나라의 설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통령 잘못 만나 탈출행렬에 뛰어든 나라의 설움

[기고] 꿈의 나라로 가는 죽음의 길

석유부자의 나라 베네수엘라가 무능-무식한 대통령의 부정부패와 폭압 통치로 인해 2016년 물가가 800%나 폭등하는가 했더니 기어이 국가 경제가 파탄났다. 2019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실패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야당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인정했지만 그는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정치 혼란에 경제 파탄이 겹쳐 국가가 해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밤은 범죄조직의 세상이 되어 버린다.

베네수엘라의 살인적인 물가 폭등세가 멈출 줄 모르더니 나라 살림에 망조가 들었다. 2023년에도 물가가 190%나 뛰어 통화가치가 사실상 상실한 상태다. 근년 들어 베네수엘라의 GDP 성장률을 보면 1998~2023년 평균 –1.26%를 나타냈다. 특히 2004년 –36.10%, 2020년 –30.00%의 급락세를 보였다. 21세기 들어 역성장을 거듭하더니 국가경제가 급속히 붕괴된 것이다.

그에 따라 인구 3,000만 명의 나라에서 2024년 10월 현재 777만 명이 경제 파탄과 폭압 통치를 탈피하려고 살길을 찾아 조국을 등졌다. 2019년 400만 명이었던 난민이 2021년 560만 명, 2022년 678만 명, 2024년 777만 명으로 급증세를 나타낸 상황이다. 그 중에서 85%가량이 언어가 소통되는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로 흩어져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반기지 않아 대부분이 걸인이나 다름없는 신세다. 너나없이 미국으로 가고 싶지만 그 길이 너무 험난한 까닭에 일단 이웃나라로 피난길에 오른다. 2022년 11월 현재 콜롬비아에만 248만 명이 잠시 둥지를 틀고 있다. 이어 페루 149만 명, 칠레 45만 명, 에콰도르 51만 명, 브라질 39만 명, 아르헨티나 17만 명 등으로 흩어져 피난처를 찾았다.

그 밖에도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카리브 제도에도 피난민이 퍼져 나갔다. 이제는 이웃나라들도 문을 닫자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를 거쳐서 멀리 칠레까지 탈출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이 그곳까지 장장 5,000km를 석 달 동안 걷고 또 걸어서 해발 3,000m의 고원지대에 도달하나 그곳에서도 그들에게 손사래를 친다.

그 까닭에 베네수엘라 난민이 2021년 46만 명에서 2022년 45만 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중산층이나 백인계는 그 옛날 조상의 나라가 스페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곳까지 28만 명이 탈출을 결행한다.

▲콜롬비아 입국을 위해 대기 중인 베네수엘라 난민들. ⓒ유니세프

미국으로 가려고 해도 그 장벽이 너무 높다. 가산을 다 처분해도 멕시코 국경지대까지 가려면 노잣돈조차 마련하기 어렵다. 그래도 바이든 행정부의 관용적 이민정책 덕택에 미국에 잠정적으로 체류하는 길이 열려 베네수엘라 이주자가 60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그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트럼프의 불관용 이민정책에 따라 대부분이 미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고국에 돌아간들 삶의 터전이 없으니 살길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우선적으로 베네수엘라에 활동 기반을 둔 국제범죄조직과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체류자 261명을 군용기 3대에 태워 3월 15일 고향인 베네수엘라가 아닌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그들 중에는 단지 특정한 문양을 문신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조직원으로 몰려 추방됐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그들의 변호인들은 그들이 실제 범죄조직의 일원이거나 조직범죄 연루자라고 미국 이민당국이 주장하나 적법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인권침해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들은 엘살바도르의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테러범수용센터(CECOT-Centro de Confinamiento del Terrorismo)라는 그곳은 글자 그대로 테러분자를 수용할 목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가 2023년 지은 수감시설이다. 최대수용인원이 4만 명이다. 그곳에 들어가면 수감자는 무조건 삭발하고 수의는 모두 흰색으로서 반바지, 셔츠, 슬리퍼만 착용한다.

수감자가 이동할 때는 감옥소의 내부구조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인 자세로 움직여야 한다. 한 국제인권단체 보고서에 따르면 그곳은 가족과 변호사와 연락할 수도 없으며, 피고인이 법정에도 출석하지 않은 채 궐석재판을 하거나 아니면 재판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또 수백명을 단일사건으로 묶어 무더기로 재판한다고 한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엘살바도르 정부와 600만 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중남미에서 활동하는 국제범죄조직원 300명을 1년간 수감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엘살바도르는 미국이 추방하는 불법이주자들을 국적을 불문하고 수감하고 있다. 워싱턴 D. C 연방지방법원이 추방중단을 판결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행으로 허사가 되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베네수엘라에 이어 2023년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등 중남미 4개국 국적자의 합법적 이주를 돕기 위해 매월 3만 명씩 입국을 허용했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 혼란이나 경제적 빈곤을 피해서 찾아온 나라의 이주자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잠정적 체류를 허가했던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4개국 국적자를 위한 인도적 차원의 가석방 제도는 미국인이 재정적 지원을 동의하는 경우 최장 2년간 미국에 체류하도록 허용했다. 그 제도는 남서부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에 들어가려는 이주자와 망명 신청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그런데 그 제도가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취임 이후 행정명령에 의해 폐지되었다.

그에 따라 2023년 TPS(임시보호지위)를 얻어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이주자 35만 명은 60일 이내에 자격을 상실하는 처지에 놓여 가까운 시일 내에 추방될 위기에 처해 있다. 2021년 등록한 베네수엘라 이주자 25만 명은 2025년 9월까지 지위가 유지되나 그 시한을 넘기면 미국을 떠나야 하는 처지다.

바이든 행정부가 운영한 TPS는 전쟁 또는 자연재해 등의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면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그 지위를 부여하는 정책이었다. 그에 따라 미국에서 TPS의 지위를 얻어 체류하는 베네수엘라 이주자는 60만 명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 이주자를 추방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와 접촉한 결과 그들을 받아들이기로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대해 일부 미국 시민과 이민자단체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인도적 차원의 가석방제도의 폐지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연방대법원이 4월 19일 트럼프 행정부가 전시에만 적용하는 외래적성국민법에 근거하여 추진하는 베네수엘라 이주자 강제 추방을 일시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추방대상자에게 사전통지와 이의제기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하급심의 판결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그 판결을 수용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강제 추방은 비단 베네수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남수단의 연합정부가 미국의 강제 추방자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그러자 미국 국무부가 즉각 모든 남수단 국적자의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발급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콜롬비아도 미국이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자국 국적자를 추방하는 데 대해 반발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은 즉각적이어서 비자 취소와 50% 관세부과를 거론하자 콜롬비아는 곧바로 굴복했다.

많은 난민들이 국가의 지도자를 잘못 만난 탓에 먹고 살 길을 찾아 지구를 떠도는 미아의 신세가 되었다. 무식, 무능, 무도한 것도 모자라 나랏돈을 쌈짓돈으로 알고, 국책사업을 이권사업으로 여기는 도둑의 무리가 나라를 차지해 국가경제를 파탄 낸 결과다. 국가해체의 위기가 국민을 나라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도당정치(盜黨政治-Kleptocracy)와 폭압 통치의 비극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