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라는 역사적 판결을 남기고 18일 6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두 재판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9년 4월 19일 6기 유남석 헌재소장 체제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두 사람의 합류로, 법조계에서는 당시 비교적 진보적 색채를 띠었던 '유남석 체제'의 진보 성향이 더욱 짙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보수적 성향의 재판관들이 투입된 후에는 헌재가 보수적으로 휩쓸려가지 않도록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두 재판관은 임기 중 가장 큰 사건이었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외에도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한 경찰의 직사살수 사건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교사의 정치활동을 제한한 일부 법률에 대한 위헌 사건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임금의 시간급 환산방법 사건 등에서 우리 사회가 진일보할 수 있는 디딤돌 같은 판결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
문형배·이미선 두 사람이 헌법재판관으로서 남긴 6년간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백남기에 대한 경찰 직사살수, 과잉금지원칙 반해 생명권 침해"…'위헌' 판단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던 고(故)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경찰의 직사살수에 대해 헌재는 지난 2020년 4월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을 포함한 8인의 재판관은 "백 씨의 행위로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이 명백하게 초래됐다고 볼 수 없어 직사살수 행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직사살수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백 씨의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그에 앞서 헌재가 지난 2014년 6월 있었던 경찰의 물포 발사 행위에 대해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각하한 전례에 비춰볼 때 백 씨 사건에 대한 판단은 진일보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최정규 변호사는 <프레시안>에 "헌재가 한미FTA 물포 사용에 대한 헌법소원을 각하하면서 '이미 종료된 사건의 심판 청구가 인용된다고 해도 청구인들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단 자체를 회피했다"면서 "이 사건에서는 청구인(백남기 농민) 사망으로 심판절차가 종료되는 원칙을 깨고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직사살수 행위는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위헌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헌재의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한 결정"이라고 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결정은 '경찰의 공권력 행사도 정확한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찰의 공권력 행사의 한계를 명시함으로써 개인의 생명권 보장을 중시하고 확대한 측면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백 씨는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살수차의 직사살수를 맞고 쓰러져 두개골 골절 등으로 투병하다 이듬해 9월 사망했다. 경찰 수뇌부는 백 씨 사망 이후 공식 사과와 법적 책임을 회피했으나, 지난 2018년 8월 백 씨의 사망 과잉진압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고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관련 소송 취하를 권고했다. 또 집회·시위 관리가 아닌 보장으로 업무지침을 수립·교육할 것과 살수차 등의 집회 배치·사용을 금지도 권고했다. 경찰은 살수차·가스차 30대를 지난 2021년무렵 모두 폐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블랙리스트, 정당성 인정할 여지 없어"…'위헌' 판단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지난 2020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실행된 특정 예술인 지원 배제에 대해 "목적의 정당성도 인정할 여지가 없어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공권력 행사"라며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지원 배제 지시는 표현의 자유 제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해로운 제한"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권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 및 이를 근거로 한 지원 거부 지시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평등권에 위배됨을 (헌재가) 확인했다"고 환영했다.
임 교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면에 있어서 적극적인 권리로 해석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누가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헌법 제10조와 제17조에 근거해 보장되며 인격권의 일종으로 인정되고 있다.
서채완 변호사도 "(사건의 성격상 헌재가) 소극적으로 다룰 수 있었는데도 적극적으로 다뤘다"며 "국가기관이 감추려고 했던 행위에 대한 위헌 확인 소송이었던 셈이었다. 이 경우 헌법 재판의 한계상 적법성 심사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는데도 큰 법리 변화 없이 기존의 법리로 획기적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교사 정치단체 가입 금지' 조항, 정치적 표현 자유 위배…'위헌' 판단
교사가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는 국가공무원법 65조 1항에 대해 헌재는 지난 2020년 4월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다만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 정당법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문형배 재판관은 당시 유남석·이영진 재판관과 함께 낸 위헌 의견에서 '그 밖의 정치단체'가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명확한 규정을 요구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이석태·김기영 재판관과 같이 낸 위헌 의견에서 "교원이 기본권 주체로서 정치적 자유권을 행사한다고 하여 교육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거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볼 수 없다. 교원이 사인의 지위에서 정치적 자유권을 행사하게 되면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게 된다는 논리적 혹은 경험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돼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이미선·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또한 정당법에 대한 '합헌' 결정 반대 의견에서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은 초⋅중등학교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직무의 본질이나 내용을 고려하더라도 정당의 설립⋅가입과 관련하여 대학 교원과 교원을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당법 조항 및 국가공무원법 조항 중 '정당'에 관한 부분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임 교수는 "(정당법 판단에 있어) 교사의 정당 가입을 통한 정치 활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등의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법정 의견으로 채택되지는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그 밖의' 단체 가입의 자유, 즉 결사의 자유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봤다.
서 변호사는 교사 및 공무원의 정치 활동에 대해 헌재가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에 머물러 있다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법률 조항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앞 집회 금지, 집회 자유 핵심 제한"…'위헌' 판단
헌재는 지난 2022년 12월 대통령 관저 인근(청와대 앞 분수대) 집회 금지와 관련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에 대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이라고 재판관 전원일치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의견을 표명하고자 하는 경우, 대통령 관저 인근은 그 의견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장소"라면서 "이런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의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단순한 장소적 제한에 그치지 않고,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인 부분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를 허용할 경우, 대통령 등의 경호와 방호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행정적 불편함이나 번거로움이 따를 수 있지만,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 구성요소임을 고려하면 국가는 다소간의 행정적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휴시간 넣어 계산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맞다"…'기각' 판단
헌재는 지난 2020년 6월 시간당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소정 근로시간과 법정 주휴시간 합산해 계산하도록 한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2호에 대해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액을 시간급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임금이 시간이 아니라 일(日)·주(週) 또는 월(月)을 단위로 정해진 경우에는, 그러한 임금이 시간급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액 이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이를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여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휴시간에 대하여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것"이며 "임금을 시간급으로 환산할 때 법정 주휴시간 수까지 포함해 나누도록 하는 것은 합리성이 있다"고 했다.
헌재는 지난해 3월에는 노동시간의 상한을 주 최대 52시간으로 정한 근로기준법이 기본권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이 같은 결정 이유에 대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주 52시간 상한제로 인해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제한받지만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더 크다"며 "당사자 간 합의 방식을 구체화한다고 해서 근로자에게 사용자와 대등한 협상력을 보장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노동 문제에 대한 사회 전반의 보수화를 우려하면서 "헌재의 결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의 권리(사회권적 기본권)'를 보장·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정폭력 전 남편에게 가족관계 증명서 발급 허용 안 돼"…'헌법불합치' 판단
헌재는 지난 2020년 8월 가정폭력 피해자가 헌법소원을 청구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 직계혈족이어도 가정폭력 가해자라면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을 제한해 가족의 개인 정보 접근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에 대한 개정 입법시한을 이듬해 12월 31일까지로 못 박았다.
법무부는 지난 2021년 9월 가정폭력 가해자의 가족관계증명서 열람·발급 제한 요건을 신설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으며, 해당 법안은 같은 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교사가 보호 중인 아동을 학대하면 형량의 절반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조항에 대해서는 지난 2021년 3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합헌 결정 이유로 "가정 내에서의 아동학대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현 상황에서 부모 다음으로 아동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초·중등학교 교원마저 아동학대범죄를 범한다면 피해 아동은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부모의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은 가정에서 이뤄지는 사적 돌봄인 반면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신고의무자의 아동 보호·양육은 국가의 보육, 교육체계와 연계돼 이뤄지는 공적 돌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36개월은 제도 취지 어긋나"…다수 '기각' 의견에 반대
헌재는 지난해 5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 복무기관을 교정시설 등으로 제한하고, 육군 현역병(18개월)보다 긴 복무기간(36개월)과 합숙생활 의무 등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문형배·이미선을 비롯한 이종석·김기영 재판관은 반대 의견에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현역병의 상대적 박탈감만을 지나치게 고려하여 근무기간을 '36개월'의 장기로, 복무형태를 '합숙'으로 강제하기 위한 장소로 교정시설을 선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대체복무가 공익에 기여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여전히 불편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바, 이는 대체복무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 교수는 당시 헌재의 기각 결정에 대해 "지난 2018년 6월 헌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체복무 여건을 마련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권리를 일부 신장"했지만 "대체복무 기간과 시설 등 강도가 과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성을 확보하는, 현행 대체복무제 보완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임신 32주 전 성별 고지 금지 안 돼"…'위헌' 판단
헌재는 지난해 2월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별을 임부 등에게 알리는 것을 금지한 의료법 제20조 제2항에 대해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을 비롯한 다수 재판관은 결정 이유에 대해 "태아의 성별 고지를 제한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고,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여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대한 판단에서 "의료인의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별고지 행위로 인해 태아의 성별을 알게 된 부모가 성별을 이유로 낙태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이 경우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행위는 성별고지 행위가 아니라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 행위이므로, 국가가 개입하고 규제해야 할 단계는 낙태 행위가 발생하는 단계"라며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결정 이후 국회에서 낙태죄 관련 형법개정안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으므로, 성 선별 낙태 방지는 태아의 성별고지 제한이 아닌 낙태와 관련된 국회의 개선입법으로 해결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4월 낙태죄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진 후 지금까지 대체 입법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헌재는 지난 2023년 3월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보호시설에 무기한 수용할 수 있게 한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이 과잉금지원칙 및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며 신체의 자유 침해에 따른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또 같은 날 국내에서 일하다 숨진 베트남 국적의 노동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 거부 규정에 대해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을 판결했다.
최정규 변호사는 해당 결정에 대해 "헌재는 이주민의 기본권 또한 우리 헌법상 보장되어 있다고 선언했지만, 이주민의 기본권 침해 사안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매우 소극적"이라며 "위 두 사건은 헌재가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한 첫 발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최 변호사는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사유제한 헌법소원(헌법재판소 2021. 12. 23.자 2020헌마 395 결정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 등 위헌확인) 기각 결정이 보여주듯 아직도 헌재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 해결보다는 사용자의 경제적 이익을 더 우선시하는 결정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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