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국회에서 '5인 미만 위장 사업장 방지 및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위한 국정감사 후속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대형 카페와 방송 외주제작사 등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실제 경험이 이 자리에서 공유되었다.
사업장 쪼개고, 직원을 개인사업자로 둔갑하고…5인 미만 위장 사업장 10년새 약 4배 증가(25.03.13 경향신문)
사업장 쪼개고, 프리랜서 쓰며 '5인 미만' 둔갑 "이러면 누가 법 지키나"(25.03.13 미디어오늘)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속인 사장을 처벌하지 말자뇨(25.03.13 서울경제)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은 경제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핫이슈는 아닐지라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 측면에서나 사용자의 탈법적 계약 방지라는 측면에서나 널리 알려져야 하는 사안이라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위 토론회의 내용을 기존 언론 보도보다 자세히 소개하려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차별
구글에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정의가 나온다. '근로기준법상 사업주의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실제로는 5인 이상이 근무함에도 상시 근로자 수를 5인 미만으로 위장한 사업장.'
이 정의에서 말하는 '근로기준법상 사업주의 의무와 책임'이란 무엇일까?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해고 사유 제한, 해고 서면 통지 의무, 부당해고 구제 신청,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근로시간 제한, 연차 유급휴가 및 생리휴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에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사업주 마음대로 노동자를 해고해도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할 수 없다. 노동시간 제한 없이 일을 시키면서 연장·야간·휴일 노동에 1.5배 이상의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연차휴가도 보장할 의무가 없다. 거꾸로 생각하면 노동자 입장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거의 못 받고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사업장이다. 주말에 밤늦게까지 근무해도 가산수당을 받지 못하고 근속기간과 무관하게 연차수당도 받을 수 없는 사업장이다. 그래서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5인 미만 가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이나 '5인 미만은 거르세요'라는 조언이 종종 올라온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이렇게 차별하고 제약한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근로기준법이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적용된 것이 1989년의 일이니, 현재까지 30년 넘도록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만 차별을 당한 셈이다. 그래서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넓히는 것은 이 시대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2022년 국가인권위에서도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2023년에는 연초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이란
아예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려고 사업체 자체를 축소 위장한 것이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일 때는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을 피해갈 수 있는데 5인이 되는 순간 지켜야 할 의무가 많아지므로, 사업체 규모가 커지더라도 서류상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남을 유인이 발생한다. 아예 처음부터 5인 미만이 되도록 맞춤 컨설팅을 받아 사업을 설계하기도 한다.
실제로 인터넷을 뒤져보면 어느 병의원 경영 컨설팅 전문업체에서 게시한 '5인 이상 병의원은 5000명 규모의 종합병원과 동일한 법이 적용된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발견된다. 이 칼럼은 "병의원 노무관리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직원 수 5인 규정"이라고 조언한다. 나아가 병원의 청소 직원에 대해 "용역계약서 작성을 통해 인건비가 아닌 용역비로 인정받는다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5인 이상 사업장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구체적인 팁을 알려준다. 이 칼럼에 따르면 병의원을 개원하려는 사람은 위장해서라도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어야 유리하다.
스타트업의 경우 실제로는 5인 이상이 함께 근무하는데 서류상으로 각기 다른 5인 미만 법인에 소속된 형태가 발견된다. 스타트업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때마다 새로 법인을 만들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재무회계상 이유도 있겠지만 근로기준법을 회피하려는 의도도 당연히 있다고 봐야 한다.
병의원이나 스타트업의 사례는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이라고 해서 반드시 영세한 사업장으로 볼 수는 없음을 알려준다. 학원, 변호사 사무실, 종교단체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대기업이 형식상 5인 미만 사업체를 따로 만들어 노동자를 채용했다가 쉽게 해고해서 문제가 된 사건도 있었다. 때로는 영세하지 않은 위장 5인 미만 기업들이 두루누리 사회보험 등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 지원하는 돈까지 챙긴다. 법을 지키면서 정당하게 사업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의 유형
위장은 생각보다 쉽고,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노동계의 전문가들은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의 유형을 3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사업장 분리 위장형이다. 흔히 '사업장 쪼개기'로 불린다. 동종 업종에서 사업체만 여러 개로 분리해서 등록한 경우가 있고, 여러 사업체의 업종이 상이하지만 실질적인 독자성은 없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사업장 주소지까지 모두 동일하게 여러 개를 등록해 놓기도 한다. 최근에는 기업 내부의 TF, 사내 벤처, 부서 등을 5인 미만 법인으로 분리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법적으로는 "경영의 본질적 요소인 인사·회계 등"이 통합되어 있을 경우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판단한다.

둘째는 사업소득자 위장형이다. 실제로는 5인 이상이 근무하는데 근로계약을 체결한 인원은 4명 이하로 하고 나머지는 사업소득자로 위장한다. 사업자 위장형은 근로계약 자체를 회피하는 가짜 3.3 고용과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의 결합이다. 다수 저임금 노동자의 노동 여건과 임금을 낮은 수준에 묶어놓는 작용을 하며, 4대 보험 미가입으로 노동자 고용에 따르는 비용을 사회에 떠넘긴다는 점에서 폐해가 크다.
셋째는 이중 위장형이다. 사업장 분리 위장과 사업소득자 위장을 동시에 활용한다. 이 경우 사업장 분리 위장을 입증하더라도,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동자 수가 5인이 되지 않으니 사업소득자 위장까지 증명해야 한다. 오분류된 노동자 당사자가 노동청 또는 노동위원회에서 제3자의 노동자성을 입증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통계로 보는 축소 위장의 실태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 실태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전체 사업체 209만9955개 중 132만5282개가 5인 미만 사업체에 해당한다. 또 임금노동자 가운데 17.7%가 5인 미만 사업체에 종사한다. 그러나 이 통계는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을 걸러내지 못한다.

김주영 의원실에서 국세청을 통해 확보한 통계에 따르면 '근로소득자는 5인 미만이지만 사업소득자를 합산하면 5인 이상 50인 미만이 되는 사업체 수'가 2015년 3만6026개에서 2024년 14만41개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이 사업체들은 두 번째 유형인 사업소득자 위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통계만으로 해당 사업체들을 모두 위장 사업장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3.3%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취업자의 증가를 고려하면 유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이다.
추가로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 결과를 통해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의 광범위한 존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사업체조사에서는 1인 이상 모든 사업체의 상용직 및 임시일용직 근로자뿐 아니라 '기타 종사자'로 구분되는 비임금 노동자 수와 무급가족 종사자 현황도 함께 집계한다. 이때 기타 종사자란 "일정한 급여 없이 봉사료 또는 판매실적에 따라 판매수수료만을 받는 자와 업무를 습득하기 위해 급여 없이 일하는 자 및 그 밖의 종사자"로 정의된다. 쉽게 말하자면 해당 사업체의 일을 해주고 '사업소득'을 지급 받는 사람들이다. (주의: 전국사업체조사에서는 업체들이 기타 종사자 수를 정확히 밝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원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전국사업체조사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의 사업체 수는 약 607만 개, 전체 종사자 수는 약 2289만 명이다. 임금노동자 수가 5인 미만인 업체는 약 183만 개, 종사자 수는 465만 명이다. 이 465만 명 중에 임금노동자는 305만 명이고 기타종사자는 56만 명이다.
그런데 <그림 1>을 보면 똑같이 임금노동자 수가 5인 미만인 업체라도 '기타종사자까지 합쳐서 5인 미만'인 경우와 '기타종사자를 포함하면 5~29인'인 경우를 비교하면 임금노동자 수와 기타종사자 수의 비율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임금 노동자와 기타 종사자를 합쳐서 5인 미만인 사업체는 약 180만 개, 종사자 수는 약 410만 명이다. 산술평균을 구해보면 이들 사업체의 평균 기타 종사자 수는 0.04명이다. 기타 종사자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똑같이 임금노동자 수 5인 미만이라도 '임금 노동자+기타 종사자' 수가 5~29인인 사업체의 평균 기타 종사자 수는 9.43명에 이른다. 임금 노동자 수가 5인 미만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고용 모델은 전혀 다르다.

이번에는 '임금 노동자+기타 종사자 5~29인'라는 조건은 동일하고 임금노동자 수만 다른 사업체들을 비교해 보자. 임금 노동자 수로는 5인 미만인데 실질적으로 5~29인 사업장인 경우가 <그림 2>의 왼쪽이다. 기타 종사자 수가 평균 9.43명으로 임금노동자 수 평균의 5배 이상이다. 반면 임금노동자 수로 5인 이상이고 기타 종사자 수를 합쳐서 5~29인이 되는 사업장의 경우 평균 임금노동자 수는 9.86명이지만 기타 종사자 수는 평균 0.06명이다.
<그림 1>과 <그림 2>는 한국의 임금노동자 5인 미만 사업체와 5인 이상 사업체 사이에 뚜렷한 단절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5인 미만 사업체들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기타 종사자를 고용하다가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5~29인 미만 사업체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비정상적인 이유로 5인 미만 사업체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21년 기준 통계가 이렇다면 지금은 더 심각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통계에서 실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은 '사업소득자 위장형'이고, 나머지 두 유형은 얼마나 될지 추측도 쉽지 않다.
해결 방안 - 근로감독 강화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전문가들은 두 가지 조치를 제안한다. 첫째는 근로감독 강화와 제재 수단 마련이다. 현재로서는 사업주가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다. 근로자 수를 축소하지 않았을 경우에 발생했을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위장을 들키지 않으면 이익을 보고, 위장을 들키더라도 손해를 보지는 않는 셈이다. 여기서 축소 위장의 유인이 발생한다. 따라서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과태료 부과 등 제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확대 적용해 위장의 유인을 없애는 것이다. 사업주들이 축소 위장을 하는 이유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이 미뤄져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체 노동자의 20% 가까이 되는 5인 미만 사업장 임금노동자의 권리가 제약되고 있으며 사업소득자로 오분류된 수많은 노동자가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 영세사업장이 설립과 폐업을 반복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므로 전체 국민경제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만 적용을 확대하면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금전적 지원을 제공할 경우 오히려 5인 미만 위장을 더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개별 사업장 지원 이전에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을 적발하고 감독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일자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일자리로 계속 남겨둔 것은 한국에 괜찮은 일자리가 희소한 원인 중 하나다. 조기 대선 이후 새로 들어설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를 당부한다.
*'5인 미만 위장 사업장 방지 및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위한 국정감사 후속 토론회' 주최측과 협의하에 토론회 자료집 내용을 많이 인용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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