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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틀리면 '격노'?…이젠 윤석열이 감춘 진실 밝힐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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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틀리면 '격노'?…이젠 윤석열이 감춘 진실 밝힐 때

[윤건희 정권, 단죄의 시작] ③ 채상병 사망 사건과 윤석열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2024년 12월 3일 '대한국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국가 경제를 곤두박질치게 만든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3일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60일만이다.

'법과 정의의 수호자'라는 검사 출신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지난 2년 11개월 수많은 비리 의혹에 휩싸여왔다. 스캔들이 터지면 다음 날 새로운 비리 의혹이 그걸 덮었다. 정권의 존재가 모순 그 자체였다.

윤석열은 '자폭'해 물러났지만, 그들 부부가 남긴 비리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은 이제 시작이며 청산되지 않은 '윤건희 정권'의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윤석열 파면 이후 남은 과제들을 짚어 봤다. 편집자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8월 23일 한미연합사 전시지휘소(CP TANGO)를 방문해 '23년 을지 자유의 방패(UFS, Ulchi Freedom Shied) 연습상황을 점검하며 훈련에 참가한 장병들에게 격려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은 수해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사망한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을 거부하고 거부하고, 또 거부했다. 대통령 권한대행도 거부했다. 윤석열 정권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특별검사 제도의 보충성과 예외성 원칙 위반, 인권침해 우려 등을 거부 이유로 들었다. '채상병 사건'은 국민의힘 내에서도 '진상 규명 필요성'(한동훈)이 언급되는데, 윤석열은 왜 이렇게 극렬하게 반대했을까.

고위공직자수사범죄처는 지난 8일 윤 전 대통령이 연루된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의 수사 재개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인 수사 시점과 방식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12.3 계엄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더라도 일정 부분 마무리되면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병행할 수 있"다며 의지를 피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채상병 사건의 핵심 책임자인 임성근 전 해병1사단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경찰로 넘기는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각각 직권남용과 범인 도피 혐의에 해당한다.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제151조 범인도피죄는 '범인을 은닉하거나 도피하게 하는 행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파면된 윤석열의 '불소추 특권'은 사라졌다. 다음 정부에서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2023년 7월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연합뉴스

윤석열 직권남용죄, 'VIP 격노' 진위 여부에 달렸다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이었던 채상병은 지난 2023년 7월 19일 오전 9시께 경북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작업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채상병은 구명조끼도 없이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 지휘관의 현장 지도 및 복장 점검 공지에 따른 것이었다. 해당 공지에는 '해병대가 눈에 확 띌 수 있도록 가급적 적색티를 입고 작업하라', '군 기본자세 유지 철저(특히 방송차량 올 시)'와 같은 지시만 있었을 뿐 수색 현장에 투입되는 군인들의 안전 유의사항은 없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채상병이 실종되기 2시간 전 해병대 수색 작전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고 받고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루어졌다"고 치하했다. 군인권센터는 같은 해 8월 8일 해병대 대민지원 부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이 같은 내용이 올라온 사실을 공개했다. 일선 군 장병 및 예하 지휘관에 대한 안전보다 해병대 수색 작전이 언론에 어떻게 비칠까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해병대 수사단(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임성근 전 사단장의 지시에 부담을 느낀 지휘관들이 채상병 등 장병들에게 허리 아래 입수를 지시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7월 28일 김계환 전 사령관에게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어 다음 주 초에 관할 경찰로 넘기겠다'고 대면 보고했다.

7월 30일 같은 수사 결과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차례로 보고됐다. 이종섭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나"라며 사단장 혐의에 의문을 나타냈다. 같은 날 수사단은 "대통령실 안보실에서 수사결과 보고서를 보내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으나 "수사 중이어서 안 된다"고 했다.

7월 31일 월요일 오전 대통령이 주관하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채상병 사건이 보고됐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화를 냈고, 이는 방송을 통해 'VIP 격노설'로 알려졌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시작점이다.

박정훈 대령은 당일 법무관리관에게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만 한정해서 혐의자를 특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첩 서류에 혐의자, 혐의 내용을 빼고 이첩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말을 들었다. 김계환 전 사령관은 박 대령을 호출해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당한 '수사 외압'을 느낀 박정훈 대령은 예정대로 8월 2일 경찰에 수사기록을 이첩한다. 그러자 '윗선'이 발칵 뒤집혔다.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에 별다른 설명도 없이 해당 수사기록을 회수해 버렸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8월 24일 업무상과실시사 혐의자 8명 가운데 임성근 전 사단장 등 4명에 대대 혐의를 뺀 사실관계만 적시하고, 대대장 2명에게는 혐의를 적용하고 하급 간부 2명은 혐의자에서 제외해 경찰에 다시 이첩한다.

이후 박정훈 대령은 김계환 전 사령관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항명했다는 혐의로, 10월 6일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군사재판에 넘겨졌다. 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종섭 장관의 발언을 왜곡, 이 장관이 부당한 지시를 한 것처럼 느끼게 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그리고 시민단체는 10월 24일 '해병대 수사 외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윤 전 대통령과 이종섭 장관 등 5명을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 수사 전까지 김계환 전 사령관이 박정훈 대령에게 'VIP 격노설'을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공수처는 지난해 5월 김 전 사령관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와 주변인 진술 등을 종합해 당시 김 전 사령관이 박 대령 외에도 사건 이첩 보류가 윤 대통령 격노에서 비롯됐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2025년 1월 9일 군사법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민간인 윤석열, 직권남용죄·범인도피죄 어떻게 대처할까

'불소추 특권'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망토를 쓰고, 수사에 외압을 넣고 피의자 해외로 빼돌리려 했던 윤석열은 이제 민간인 신분이다. 그는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직권남용죄와 권리행사 방해죄에 어떻게 대처할까. 또 범인도피죄에 대해서는 어떤 궤변을 늘어놓을까.

윤석열은 시민 159명이 축제를 즐기다 거리에서 압사당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참사'를 '사건'으로 '국가 보상'이 아닌 '성금 모금'을 검토하는 등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약 10개월 뒤 발생한 채상병 사건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국민 안심사회'를 약속했지만, 그에게 국민은 자신에게 충성한 사람에게 국한된 표현이었다.

윤석열과 임성근은 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윤석열에게 임성근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됐다. 임성근은 지난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되자 해병대의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를 앞세워 인명구조 작전을 벌였고 27명을 구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윤 전 대통령은 직접 포항으로 가 임 전 사단장으로부터 군의 대민지원 현황 브리핑을 받은 바 있다.

이를 두고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2023년 8월 한 라디오에서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설명하면서 "(당시) 윤 대통령이 포항에 직접 내려가 임 전 사단장을 만났"는데 "그때 해병대에서 1사단장이 대통령을 구했다는 말까지 돌았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 덕분에 정권은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는 추정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이 임성근을 그토록 감싸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섭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켜려 한 데 대해서도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따랐다. 이 사건은 지난해 4.10 총선 민심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은 총선에 참패했고, 이를 이해할 수 없었던 윤석열은 결국 비상계엄이라는 반헌법적이고 위법적인 조치를 감행한다.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나비 효과가 윤석열 정부의 '몰락'을 앞당긴 것인가.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왼쪽)이 2024년 6월 21일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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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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