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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산불헬기 임대 막후…'단가 현실화'요구는 왜 외면받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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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산불헬기 임대 막후…'단가 현실화'요구는 왜 외면받고 있나

▲산불 진화 헬기가 30일 경북 영덕 오십천에서 남은 불을 진화 하기위해 물을 뜨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형 산불로 산불진화용 민간 헬기가 연달아 추락해 노후화된 기체와 조종사 고령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헬기 조달 체계의 구조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내부 목소리는 좀처럼 외부로 전해지지 않는다.

사고가 반복되는 이면에는 민간 산불헬기를 조달하기 위한 '단가 현실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민간 산불헬기 조달은 조달청의 나라장터에서 다수공급자계약(MAS) 방식으로 이뤄진다.

헬기 업체가 기종별로 ‘물품’처럼 가격을 정해 등록하면 지자체 등 수요기관이 원하는 업체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계약이 ‘용역’이 아닌 ‘물품’으로 분류된다는 점인데 세부 원가 항목 없이 기종당 시간당 단가만 정해져 있어 항공유, 부품 가격, 인건비 등 실제 운영비 상승분이 반영되기 어렵다.

▲산불헬기 단가변동 추이ⓒ

실제로 최근 10년간 민간 산불 헬기 단가의 변동 추이를 정리한 결과(A사의 KA-32, B사의 S-61N, C사의 AS-350)의 평균 단가 인상률은 8.56%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76.7% 상승했고 누적 물가상승률은 18.46%였다.

특히 2021년과 2023년 단가 인상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일시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다시 단가도 내려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이 때문에 헬기 운영 업체들은 ‘기체 유지도 어렵고 사람도 붙잡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호소하고 있다.

한 민간 헬기 업체 대표 A씨는 "최근 국토부가 주관한 간담회에서 한 공무원이 대국민 서비스 차원으로 민간 업체들에게 신형 헬기 도입을 검토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조달 단가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29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부근에서 산불이 재발화해 헬기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산림청이 도입한 3000L급 국산 수리온 헬기 가격은 약 300억 원인 것에 비해 동급인 민간 산불헬기의 1년 임차 단가는 13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신형 헬기 가격의 4.3% 수준이다.

A씨는 "조달청은 산불헬기 운영비를 협상할 때 과거 계약 단가의 평균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각 업체가 제출한 공인 원가 자료나 물가정보지에 게재된 단가조차도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예컨대 B회사의 KA-32A 기종은 조달단가가 시간당 약 680만 원이지만 같은 기종의 물가정보지 기준 단가는 984만6300원으로 무려 약 300만 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차이를 헬기 업체들은 ‘가동율’이라는 수치로 맞춰왔다. 계약된 시간 대비 실제 운항시간 비율을 줄이면 운영단가가 낮아 보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최근 지자체는 지방의회 보고 등을 이유로 70% 이상 가동율을 요구하고 있어 업체들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A씨의 회사는 과거 지자체 산물계약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하던 곳이다. 대형기를 들여오기 전까지는 지자체 계약 외에는 사실상 수익이 없었다. 현재도 대형기는 정비나 화물 운송에만 쓰이고 중소형기는 비시즌에 정비하거나 간혹 방송 촬영에만 투입된다. 산불 진화 외에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 자체가 거의 없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상 헬기 업체 두 곳은 최근 급여조차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업계내부에서 알려지기도 했다.

일부 조종사는 다른 직종으로 전직했고 수리와 점검을 맡던 정비 인력도 이탈 중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헬기를 들여오고 싶어도 금융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구조에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산림청의 ‘이중잣대’에서도 드러난다. 2024년 산림청은 국외에서 대형 및 중형 헬기 7대를 임차했는데 이중 중형급 헬기 시간당 단가는 최대 3900만 원에 달한다.

국내 업체가 운영하는 KA-32의 시간당 단가(680만 원)보다 6배 점도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당초 산림청은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국내에 형식증명(Type Certificate)이 발급된 민간 헬기(형식증명 헬기)로 추진하려 했으나 공고 직전 아무런 협의 없이 제한형식증명(Restricted Type Certificate)이 발급된 헬기도 허용했다.

결국 유일하게 제한형식증명 헬기로 입찰에 참가한 특정 업체가 단독으로 낙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낙찰 받은 업체는 산림청 출신 인사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산 헬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KA-32나 S-61N 같은 국내 기체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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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전북취재본부 김하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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