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번갈아 지낸 이력의 정치 원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6.3 조기 대선 전망과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을 하면 국민의힘은 더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1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가 윤 전 대통령의 잘못된 계엄 선포로 인해서 이뤄지는 것 아니냐"며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아주 소수의 결속된 지지층을 가지고는 정권을 잡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 등을 대통령 임명 몫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대 대해 "(한 대행이) 자기 스스로 모순을 밟은 것"이라며 "처음에 권한대행이 됐을 때 헌법재판관 국회 몫 3명을 임명을 안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이번에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난 다음에 갑작스럽게 헌법재판소의 공백을 염려해서 9인 체제를 만들어야 되겠다고 하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윤 전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김 전 위원장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한 총리 성격으로 봐서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오는 '한덕수 대선 차출론'에 대해 "국민의힘에 후보감이 없고 친윤 쪽에서 하나의 궁여지책으로 생각하는 게 한 총리 같은데, 한 총리야말로 이번 계엄의 직접 당사자 아니냐"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파면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무슨 면목을 가지고 대통령 출마를 할 수 있겠나. 나와서도 안 되고 나와도 되지도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국민의힘 친윤 쪽에서 당내에 마땅한 후보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궁여지책으로 한덕수를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한 대행) 본인이 현명한 사람이라면 태도를 분명하게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그는 한 대행에 대해 "개인적으로 잘 안다. 사람 참 선량하신 분이고 능력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대통령감으로는 맞지가 않은 사람"이라며 "그걸 판단을 못할 정도로 머리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85세인 노정객은 한때 자신이 사령탑을 맡아 지휘봉을 잡았던 양대 정당의 대선 준비 상황에 대해서도 약평을 이어갔다. 그는 먼저 국민의힘 경선 주자가 20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숫자가 많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에는 뚜렷한 후보자감이 없다(는 것)"라고 일침을 가하며 "국민의힘에서 출마하는 사람들의 상황 인식이 아주 기본적으로 잘못됐다. 왜 이번 조기 선거를 하게 됐느냐 하는 배경을 분명하게 알면 저렇게 많이 나올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주자들 중 현재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평가받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여론조사상 자기 지지도가 높으니까 그걸 믿고서 나오지 않았나"라며 "내가 보기에 김 전 장관을 후보로 내세워서 국민의힘은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고 평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서는 "두 분은 사실 계엄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해오지 않았느냐"며 "홍 시장은 일관되게 자기 주장을 했다고 하지만, 오 시장은 왔다갔다하는 성향을 보였기 때문에 그것이 아마 큰 단점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보기에 현재 국민의힘에서 대통령 후보로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한동훈"이라며, 한 전 대표가 당내 '배신자 프레임'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대해 "내가 보기에는 친윤이 사고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국민의힘이 별로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다만 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겨루는 데 있어서 매우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솔직하게 말하면 국민의힘은 기본적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안 한다. 만날 '이재명, 이재명'만 가지고 지난 3년을 거쳐온 것 아니냐. 총선 때도 이재명만 거론해서 실패를 하고도 지금 또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反)이재명'만 가지고 절대 못 이긴다"고 충고했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이 전 대표에 대해서는 "내가 보기에 현재로서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나"라며 "이 전 대표를 혐오하는 사람도 많지만, 결국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서 아무도 예측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지금 보면 '대통령이 되면 뭘 할 것이다'는 데 대한 준비를 그래도 가장 많이 한 게 이재명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정치권의 대표적인 책사·전략가이자 구원투수로 꼽혀온 김 전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도울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런 도움 하는 건 그만하려고 한다. 내가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도와줬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 그에 대한 책임의식도 있고, 더 이상은 사람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더 이상은 그런 짓을 안 해야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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