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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천사' 고 권호석씨 부의금 조차 내놓고…유족, 취약계층에 기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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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천사' 고 권호석씨 부의금 조차 내놓고…유족, 취약계층에 기탁

유족 "이웃사랑 실천 아버지, 하늘에서도 좋아 하실 것" 500만원 기부

'거리의 천사'로 알려진 전북자치도 장수군의 고(故) 권호석씨 유족이 8일 취약계층을 위해 성금 500만원을 군에 기탁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돕는 일이 실제로 장수군에서 발생한 셈이다.

향년 88세의 나이로 올해 3월 28일 소천한 고인은 생전에 50여년간 장수 지역은 물론 전국을 누비며 쓰레기를 줍는 할아버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장수군 천천면에서 소작농을 일궈온 고인은 평소 나라와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쓰레기 줍기에 나섰다.

▲고 권호석씨는 1969년부터 전국의 축제나 행사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직접 찾아가 '쓰레기 줍기' 활동을 펼치는 등 환경운동을 몸소 실천해 '거리의 천사'로 불렸다. ⓒ장수군

1969년부터 전국의 축제나 행사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직접 찾아가 '쓰레기 줍기' 활동을 펼치는 등 환경운동을 몸소 실천해 '거리의 천사'로 불렸다.

고인의 상의 위에는 '기초질서를 잘 지킵시다'와 '부끄럼 없이 삽시다'라는 말이 써 있어 평소의 원칙과 소신을 알게 해줬다.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인의 진정성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고인은 나라사랑을 위한 환경운동뿐만 아니라 지역의 공동체와 이웃을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았다.

오지에 해당하는 천천면에는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주민들이 밖에 나갈 수 없는 때가 많았다. 고인은 마을 주민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눈을 다쓸고 눈길을 치워 칭송을 받았다.

고인은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내주는 진정한 이웃사랑도 펼쳤다. 각종 행사장에서 주는 사례비와 폐지 모으기 등을 통해 돈을 모은 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하는 등 천사의 마음을 실천했다.

지난 2007년에는 국제로타리 3670지구가 주최한 초아의 봉사대상에서 수상자로 선정됐고 고인은 상금 1000만원을 모두 지역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지난해에는 평소 저축해온 돼지저금통을 장수군에 기탁하기도 했다.

▲고인인 권호석씨가 지난해에 평소 저축해온 돼지저금통을 장수군에 기탁하는 모습 ⓒ장수군

5남매의 둘째 아들인 오성 씨(56)는 "생전의 아버지는 자신보다 나라와 지역 사랑, 교육 등에 각별한 신념을 갖고 계셨다"며 "열셋의 나이에 6.25가 발발하자 직접 참전하겠다며 군입대를 자원했지만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실 정도로 나라사랑이 각별했다"고 말했다.

오성 씨는 "평생 소작농으로 어렵게 사셨지만 5남매 모두 대학까지 보내셨을 정도로 교육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셨다"며 "자신보다 나라와 지역, 이웃을 위한 마음이 강했던 아버지 덕분에 5남매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전했다.

오성 씨는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주변에서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하늘에서도 부의금 기탁 소식을 듣는다면 아주 좋아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이날 "고인의 명복을 빌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고인의 평생 바람을 실현하는 의미를 담아 기부한다"며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훈식 장수군수는 "아름다운 나눔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생전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꾸준한 선행을 베푼 고인의 뜻을 따라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소중히 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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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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