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개강 시기에 맞춰 동덕여대 학생들을 응원하는 취지의 현수막을 게시했다가 도리어 학생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학생들은 대학본부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집단행동을 "폭력 사태"라며 비난했던 여당이 응원 현수막을 건 것 자체도 기만적이라고 보는 한편, 현수막에 적힌 문구 또한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 인근에는 "동덕여대 학생들 어깨를 가볍게"라는 문구와 함께 대학생 총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을 현재 60%에서 70%로 확대한다는 정책 추진안을 담은 국민의힘 현수막이 게시돼있다.
해당 현수막에는 "chill하게 있어", "국힘이 노력할께" 등의 문구도 함께 적혀 있다. 이중 "chill하게 있어"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당황할 상황에서조차 평온하고 느긋한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을 뜻하는 인터넷 밈(meme) '칠 가이(chill guy)'를 활용한 문구다. 국민의힘은 동덕여대 외에도 전국 대학가에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해 놓았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현수막 내용을 두고 "여당이 여전히 학교와 싸우고 있는 학생들을 기만한다"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남녀공학 전환 추진을 기점으로 한 학교와 학생 간 대립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전 총학생회장 등 학생 21명은 대학본부로부터 공동재물손괴와 공동건조물침입,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느긋하게 있으라'는 문구를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다.
동덕여대 재학생 A 씨는 20일 <프레시안>에 "지금 학생들이 받는 인권 탄압을 직시하고 있다면 이런 내용의 현수막은 걸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히 국민의힘이 과거 동덕여대 학생들을 악마화했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기만적이고 불쾌하게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든 안 하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용납될 수는 없다"며 학생들의 집단행동을 "폭력 사태"로 규정하고 주동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학생 B 씨 또한 "주동자를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고 밝힌 정당이 어떻게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지금 와서 어깨를 가볍게 하겠다는 말이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으며, 재학생 C 씨도 "학생들에게 실효성 있는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고 학내 사안에서 학생 보호를 위해 나서지도 않았는데 이런 표현을 쓰는 게 황당하다"고 했다.
한편, 전날 동덕여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학생총회에는 재학생 800여 명이 참여해 △학생들에 대한 괴롭히기식 법적 대응 중단 △남녀공학 전환 논의 철회 △학생참여 총장 직선제 보장 등을 대학본부에 요구하는 안 모두 90% 이상의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동덕여대는 지난 10일 '동덕여대 발전을 위한 공학 전환 분석 및 의견 수렴 컨설팅 용역사업 입찰 공고'를 내고 공학전환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학생 측은 해당 입찰 공고를 협의한 적 없으며 징계와 고소 철회 없이 대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