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하는 등 이른바 '10.26 사건'을 일으켜 사형을 선고받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심이 45년 만에 열리는 가운데, 재심의 초점이 '내란 목적' 인정 여부에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안준형 변호사는 2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동기, 과연 내란의 목적이었냐 아니면 김재규 전 부장의 말처럼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살인을 선택한 것이냐, 그 부분에 대해서 재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 변호사는 "어쨌든 사람을 살해한 사실 행위 자체는 변함이 없고 살인죄가 인정되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형량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내란 목적이 있는 살인이었냐. 그래서 내란 목적이 있었냐라는 것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재판에서 다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송미경‧김슬기 부장판사)는 1980년 사형을 선고받은 김 전 중정부장에 대해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 수사관들이 구타와 전기고문 등 폭행, 가혹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지난 19일 재심을 결정했다.
앞서 유족들은 수사과정에서 고문이 있었던 정황이 있고, 당시 신군부의 불법적 개입에 재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지난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유족들은 특히 재심을 통해 김 전 중정부장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변호사는 "당시 김재규 전 부장은 내란 목적 내란의 혐의에 대해서 끝까지 부인했었다"며 "그래서 이번 재판을 통해서 유족들이 억울함을 풀고 싶은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중정부장은 재판 당시 법정 진술을 통해 "(박 전 대통령 살해 이유의) 첫째가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결코, 저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혁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 변호사는 이번 재심 결정에 대해 "당시 경비원들의 객관적인 진술 등을 근거로 합동수사단 소속 수사관들의 가혹 행위가 있었다, (재판부가) 이걸 인정을 한 것"이라며 "수사기관의 위법성이 인정이 됐고 고문과 폭행이 있었기 때문에 뭔가 이 당시에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확실하구나라는 정도의 사실이 지금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재판 과정의 절차적 문제도 짚었다. 그는 "사형이 선고 확정되고 나흘 만에 집행됐다"며 "이것도 이례적이지만 기소하는 데까지 한 달 걸렸는데 1심 재판이 16일 만에 끝난다. 주말 빼면 2주가 안 된다. 항소심 재판은 6일 만에 끝났다"고 했다.
이어 "당시 그 변호를 맡았던 안동일 변호사님이 '이거는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었다. 그리고 변호사 개인적으로 치가 떨리고 뼈아픈 경험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라고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안 변호사는 당시 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검사도 아니고 판사도 아닌 보안사 직원들이 당시 군사재판을 담당하던 판사들한테 쪽지를 전해주면서 재판 진행을 그렇게 했다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했고 사형이 집행되고 나서까지 판결문이 공개가 안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나중에 공개된 판결문을 보니 대법원에서 내란 목적에 관해서는 6명의 반대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석연치 않은 사정들이 되게 많았는데, 우리나라 재심 제도의 문제가 이런 절차적으로 부당한 거는 원칙적으로 재심의 사유로 규정이 되어 있지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재심 제도에 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거가 위조되었다거나 아니면 재판 당시에 없었던 확실한 증거가 새로 나온다거나 혹은 수사기관의 위법성, 이런 것들이 밝혀진 경우에 대해서만 아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한국은 유독 더 재심에 대해서 박하다. 대부분의 나라는 증거가 새로운 증거냐 또 명확한 증거냐, 둘 중에 요건 하나만 충족해도 재심을 받아준다"고 했다.
이어 "굉장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때문에 통계에 따르면 재심을 청구하는 숫자 자체도 점점점 줄고 있고 인용률도 거의 한 10에서 20% 정도로 떨어져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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