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원인으로 '조류 충돌'보다는 랜딩 기어(착륙 장치)가 나오지 않아 발생한 '동체 착륙' 사고로 봐야 하며 콘크리트 외벽 앞 둔덕으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전문가의 견해가 나왔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확하게 조류 충돌인지도 아직은 명확하게 밝혀진 상황이 아니라서 1차 원인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며 "동체 착륙으로 인한 사고이기 때문에 랜딩 기어가 안 나온 상태에서 착륙한 게 일단은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그 원인(동체 착륙의 원인)이 기계적인 결함인지 조종사의 절차 미숙인지 이런 부분은 나중에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격자들이 찍은 영상에서 보이는 엔진 쪽의 하얀 연기와 불꽃은) 조류 중돌로 볼 수 있는 근거는 거의 확실시 될 수도 있다"면서도 "벌써 랜딩 기어는 들어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저 상태에서 랜딩 기어가 조류 충돌돼서 안 나오게 됐다는 것을 같이 연결해서 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래 착륙을 하기 위해서는 랜딩 기어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류로 (착륙) 복행(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이륙하는 것)했기 때문에 그 사유는 아직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랜딩 기어 고장 원인과 조류 충돌의 상관 관계에 대해 "사실은 순서상으로 보면 조류 충돌이 먼저 발생했고, (관제탑의) 조류 충돌 경고가 났고, 그다음에 (조종사의) 메이데이 선언이 나중에 났을 수도 있다"며 조종사 또는 조종실에서 관제탑의 경고보다 조류 충돌을 먼저 발견했을 수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또 고장 나지 않은 다른 쪽 엔진과 랜딩 기어를 이용한 착륙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아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에 엔진 하나만 정말 문제 있었다면 다른 엔진이 가동되거나 아니면 얼터네이트(교체비행장, 착륙하고자 하는 비행장에 착륙이 불가능할 경우 착륙하기 위해 비행하고자 하는 비행장) 절차가 또 있고, 최후에 마지막 안 될 경우는 수동으로 내릴 수 있는 최후의 어떤 수단까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을 안 하거나 아니면 못하고 급히 내렸다 하는 부분 때문에 이 상황이 이해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부연했다.
관련해 엔진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 영향으로 조종사가 착륙을 결심한 것 아닐까 하는 추정에 대해서는 "항공기가 유턴하듯이 180도 돌아서 정상적으로 정확히 활주로의 센터라인에 착륙하는 걸 보면, 또 조종사한테 그렇게 아주 급박하게 조종실 내에 연기나 유독가스가 차 있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김 원장은 사고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무안 공항의 활주로 길이(2.8킬로미터(km)), 콘크리트 외벽, 항공기 노후 등은 사고 원인과 관련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김 원장은 다만,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안전시설)가 외벽 앞 둔덕에 설치된 데 대해서는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전문가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어디 국내 어느 공항에도 사실 이런 데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왜 이런 것을(로컬라이저를 둔덕에) 설치해 놨을까 고민이 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무안 공항 둔덕 설치는 범죄 행위에 가깝다"며 둔덕이 사고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둔덕이 없었다면 항공기가 외벽을 뚫고 나가 다수의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는 가정에 대해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원인 규명과 관련해 "단계적으로 조류 충돌 시점부터 시작해서 항공기 랜딩 기어를 왜 못 냈던가 아니면 왜 안 냈을까"하는 문제와 "공항의 설계라든가 아니면 둔덕에 대한 부분들, 이런 것들은 왜 이렇게 필요했을까"하는 데 대해 "단계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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