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 문학계에 낭보가 전해졌다. 소설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는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쾌거였다. 작품을 세계인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번역이라는 과정이 필수적이었지만, 심사위원들이 자신들의 모국어로 읽고 최고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싶어지는 작품이라면 그 작품을 원어로 읽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감동은 과연 어떤 것일지 궁금해지게 마련인 것이다.
언어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최종 병기다. 세종대왕은 한문을 몰라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고자 한글을 창제했다. 그 과학성과 효율성은 이미 세계 언어학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자음과 모음의 체계적 조합으로 다양한 소리를 표현하며 배우기 쉽고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세상의 모든 언어를 다 적을 수 있는 문자는 아니지만, 찌아찌아어처럼 적어도 우리말과 유사한 자음과 모음 체계를 가진 언어라면 그 언어를 적도록 빌려줄 수 있는 문자이기도 하다. 특히 한글은 정보화 시대를 맞아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문자 체계로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렇게 멋진 언어와 문자를 자산으로 가졌지만, 우리 사회는 어려운 한자어, 일본어식 표현, 복잡한 외국어와 혼종어, 신조어 등의 과다한 사용으로 한국어와 한글의 본래적 가치가 많이 훼손되어 있다. 특히 정보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외국어는 우리말의 정체성을 잃게 만들고 세대 간 소통의 단절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민과 소통하는 공공기관일수록 쉬운 우리말 사용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공공문서에서 외국어, 어려운 한자어, 신조어 등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국민 소통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공공문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정보 접근성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 훼손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새말 모임'을 만들었다. '새말 모임'은 국어 전문가를 비롯해 외국어, 교육, 홍보·출판, 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로 우리 사회에 새로 들어오는 외국 용어를 초기에 쉬운 말로 바꾸어 보급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책과 문서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므로, 나이와 학력, 지역, 직업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정확한 정보 전달과 행정 효율성 향상, 국민 편의 증진에 기여한다. 실제로 공공언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면 연간 3375억 원의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에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지적측량 전문용어의 우리말 순화를 추진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적측량과 공간정보사업을 수행하는 전문 공공기관이다. 기존의 지적측량 용어들은 한자어 등으로 소통에 제약이 있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 '지적공부'는 '토지정보등록부'로, '토지이동'은 '토지정보변동'으로 바꾸는 등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을 발굴했다. 이는 관련 기관의 규정과 교재, 국가시험 등으로 확대되어 실제적인 개선 효과로 이어진다. 어려운 전문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것은 국민과의 소통을 증진하고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노력은 단순히 언어적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며,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우리의 책임이다. 특히 공공용어일수록 모든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로 표현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바로 말이 오르고 나라가 오르는 지름길이다. 우리말이 세계와 소통하는 위대한 언어로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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