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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셀프 대행 체제' 정당성 휘청, "니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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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셀프 대행 체제' 정당성 휘청, "니가 뭔데?"

'야당 국정 배제' 손잡은 尹-韓, '2차 내란' 비판 봇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12.3 비상계엄 정국 수습의 전면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국민의힘 당사로 불러들여 담화를 함께 발표한 장면은 둘 사이의 역관계를 드러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적 근거나 절차 없이 임의로 정국 수습을 일임한 주체다.

담화에서 한 대표는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의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대통령 퇴진 전까지 국무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을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며 "당 대표와 국무총리의 회동을 정례화하겠다"고 했다.

국정 운영의 법률적 모양새는 한 총리가 갖추되, 국정 전반에 걸친 실질적 권한은 대통령을 대리해 자신이 좌우하겠다는 의미다. 한 대표는 "주 1회 이상의 정례회동, 그리고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경제, 외교, 국방 등 시급한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 위기에서 구해내고,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에 대한 세 번째 특검을 막아낸 다음 날, 당과 정부의 구심점에 오른 한 대표의 담화는 손발이 묶인 윤 대통령 권한에 대한 대리 행사 선언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국가적 비상 사태 속에 여권 내부로 국한된 권력 이양은 법적 정당성 시비는 물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모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전개다.

충동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몰락을 자초한 윤 대통령은 정국 수습 권한을 한 대표에게 일임한 대가로 기사회생하고, 한 대표가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 방침을 유보한 대가로 정국 운영의 발언권을 강화하면서다.

당초 비상계엄 광풍이 휩쓴 지난 4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요구했던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해임, 국민의힘 탈당'은 이후 자취를 감췄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동조하거나 방관한 '계엄 내각'은 그대로다. 김용현 전 장관은 해임이 아닌 면직으로, 국회 탄핵이 예고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사의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물러났다.

특히 윤 대통령의 당적 유지는 되레 한 대표가 '집권여당 대표' 명분으로 국정운영 책임을 자임하는 바탕이 됐다. 이를 고리로 국회와 야당에 허리를 굽히지 않은 윤 대통령과 탄핵소추 무산을 원외에서 방관하고 국정 실권을 장악한 한 대표 사이의 공통분모는 야당 배척으로 수렴된다.

한덕수 총리가 "야당에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 처리를 당부하고 "정부가 먼저 몸을 낮추고 협조를 구하겠다"고 했지만, 의례적인 대야 협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한 대표와 한 총리의 공동 담화가 여권 내부의 위헌적 권력 이양 양상으로 비쳐지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목소리로 반대하며 저지선을 구축했다.

우 의장은 "헌법에 없는 일체의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일축했다. 그는 "대통령 권한의 이양은 대통령 임의로 정할 수 없다"며 "그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명토박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정부여당이 12.3 1차 국가내란 사태도 모자라서 2차 내란을 획책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유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근거로 여당 대표와 총리가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건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일반 국민들 시각에서 보면 '니가 뭔데?'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 않나"고도 했다.

이에 따라 시급한 새해 예산안 문제부터 정부여당의 구상대로 흘러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대표는 "예산안은 10일까지는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계엄 사태 이후)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서 추가 삭감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예고했다.

조만간 야당이 재발의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두고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 퇴진 시기와 방식을 뒷받침하지 않은 채 언급한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기약이 없는 탓이다.

한 대표 구상은 조기 대선 국면을 초래할 수 있는 대통령 하야나 탄핵 시기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부 판결 시점까지 늦춰보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2선 후퇴 형식으로 국정 전면에서 사라진 윤 대통령의 법률적 권한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것도 '한동훈 직무대행 체제'를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상민 전 장관 사의를 재가하며 인사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이 조만간 야당이 재발의할 예정인 '김건희 특검법'에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정 복귀로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이재명 대표는 "조기가 언제인가? 그건 누가 정하나?누구 맘대로 조기 운운하나"며 윤 대통령의 자진사퇴나 탄핵 외의 방안에 선을 그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정 수습 방안에 대한 한동훈 대표와의 공동 담화문 발표에서 허리 숙여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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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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