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사, 부모가 함께 만드는 공동육아, 탈북 청소년을 위한 교육에서부터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희생자 유골 봉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공동체 구현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한양대 정병호 명예교수가 8일 별세했다. 향년 69세.
고인은 경기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계엄령과 유신헌법이 선포되자 반대투쟁에 참가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진학하여 1970년대 말 서울 신림동에 국내 첫 저소득층 유아원인 '해송유아원' 건립을 주도하고 역시 국내 최초로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을 설립해 공동육아 방식을 전국에 전파했다.
그의 노력으로 현재 넘는 (사)공동육아공동체교육 교육현장은 100곳이 넘는다. '해송유아원' 설립은 올해 유명을 달리한 '아침이슬' 작곡가이자 학전 설립자인 김민기의 후원공연으로 마련된 기금이 토대가 됐다.
그는 '늘푸른 학교', '하나둘학교' 등 독립적인 대안학교를 만들어 탈북한 청소년들의 사회 적응을 도왔으며 (사)어린이어깨동무 이사로서 북한 어린이의 생명을 살리고 남북 어린이들이 교류하는 활동을 펼쳤다.
동아시아공동워크샵(피스타운)공동대표를 역임한 고인은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한일 시민단체가 만든 '강제노동 희생자 추모 및 유골 귀향 추진위원회' 한국측 대표로서 일본 홋카이도에서 희생자 유골 115기의 고국 봉환 작업을 이끌었다.
한국문화인류학회장,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장,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소장, 통일부 하나원 하나둘학교 교장 등을 역임한 고인은 남북평화, 다문화주의 정착, 탈북 청소년교육 등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일리노이대 국제동문상을 수상, '실천인류학' 분야의 개척자로 자리매김했으며, 북한 사회 연구를 바탕으로 '극장국가 북한', '고난과 웃음의 나라' 등을 저술, 국내외 학계에 독보적 업적을 남겼다. 올해 영문으로 출간한 저서, ‘Suffering and Smiling: Daily Life in North Korea’가 그의 마지막 저서로 남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진경씨(전 충북대 교수)와 형제들(정선자, 정선주)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 35호실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른다.
발인 10일 오전 8시 40분. 장지 수원 연화장. 연락처 02-30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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