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미국 행정부가 사실상 윤석열 정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예정됐던 한국 방문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이하 현지시각)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은 레이건 국방 포럼에 이어 이틀간 일본 도쿄를 방문할 예정"이라며 "파트너십과 동맹을 강화하고 지역의 평화, 안보, 번영이라는 공동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한 역사적인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방문에서 한국은 빠져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오스틴 장관이 일본과 한국을 방문해 미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는데, 최종 일정 브리핑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이다.
이와 관련 영국 <로이터> 통신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오스틴 장관이 이른 시일 안에 한국에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비상계엄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힌 미 국무부는 한미 관계는 양국의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밝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등 이후 상황 변화에 양국 관계가 영향을 받으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단트 파텔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는데 미국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윤 대통령을 대할 수 있냐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대한민국과 맺고 있는 이 파트너십이 양쪽의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를 초월한다는 것"이라며 "이 동맹은 공화당, 민주당, 여러 행정부를 초월했으며 대한민국에서도 계속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2월 3일에 벌어진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둘러싼 결정에 대해 답해야 할 많은 질문이 있다"며 "사실 우리는 불확실성 속에 시험대에 오른 대한민국의 민주적 회복력에 고무되어 있으며, 대한민국의 민주적 체제와 민주적 과정이 승리할 것으로 계속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이 3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했는데, 민주주의라는 공유된 가치 없이 윤 대통령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이러한 상황을 둘러싼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답해야 할 의문이 분명히 많이 있다"고 답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계엄령의 발령과 이어서 나온 조치가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미칠 영향은 확실히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는 "국회 표결에 따라 계엄령을 철회한 것은 불확실한 시기에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내에서 진행 중인 프로세스가 있으며, 우리는 그 프로세스가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처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 돼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12월 3일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대한민국의 법치와 민주주의를 지지한다. 이것은 대한민국과 동맹의 기본 기둥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상황 발생 이후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가졌다. 외교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6일(금) 오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현 국내 상황 및 한미 관계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양 장관은 비상계엄 발표 이후 지난 수일간의 국내 상황에 관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 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며 "블링컨 장관은 한국 민주주의의 강한 복원력을 높이 평가하고, 향후 모든 정치적 이견이 평화롭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되기를 강력히 희망했으며, 양 장관은 앞으로도 한미 간 각급에서 긴밀한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통화에 앞서 5일 조 장관이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접견하고 비상계엄 이후 수일 간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양측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굳건한 한미동맹, 미국의 철통같은 대한 방위공약이 흔들림없이 유지되어 나가야 한다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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