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150분 천하'로 끝나면서 그로 인한 후과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및 이후 행위가 '국헌문란'에 해당하므로 '내란죄'로 처벌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러 시국사건을 도맡았던 이광철 변호사는 4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계엄법에 준하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내려진 게 아니"라며 실체적·절차적 위헌 요소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에 주목했다. 그는 △국회 경비대를 동원해서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은 점, △특전사 등 병력을 투입해 국회 본청에 진입하고 나아가서 계엄 해제 안건을 처리 중에 본회의장에 침입하려고 했던 점, △군 병력이 국회의장과 여야 당대표를 체포하는 체포대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고 했던 것 아닌가라는 추론이 가능하다"며 "이런 점에서 국헌문란이 인정된다"고 봤다.
내란죄는 외환죄와 더불어 국가존립에 관한 죄로 형법상 중죄에 해당하는데,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한다고 되어 있다. △우두머리의 경우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할 수 있으며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한 자들도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가능하다.
'형법 제91조(국헌문란의 정의)'는 국헌문란에 대해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내란죄 여부의 핵심은 '폭동'의 수준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며, 폭동에 대한 규정으로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로 '내란수괴' 재판을 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선고 96도3376)을 예로 들었다.
지난 1997년 4월 대법원은 두 사람에 대한 반란수괴·반란모의참여 등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폭동'의 내용과 관련해 "폭행 또는 협박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이며, 그 정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음을 요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같은 판례에 근거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한 폭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방사와 특전사 병력뿐 아니라 남태령부터 탱크가 올라온 것 등을 보면 서울 지역에, 대법원 판례가 말하는 '한 지방의 평온을 충분히 흔들어 댈 수 있는 충격을 줬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2017년 박근혜 정권 집권 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계엄 검토 문건'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박근혜 정권은 실제로 병력이 출동하지 않았다. 법이론적으로 보면 예비 단계만 있었던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실제로 병력을 출동시켰다. 따라서 '기수(旣遂, 범죄에 대해 그 범죄가 완성된 것)'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범죄가 진척돼 완성되어 가는 단계를 볼 때, '음모'와 '예비(물적·심리적 준비 행위)' 단계를 넘어 '실행의 착수'로 이어질 경우 그 행위가 모두 완료된되어 결과가 발생하면 '기수'이고, 완료가 안 되거나 발생하지 않으면 '미수'"라고 설명했다.
장경욱 변호사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내란죄 성립은 "헌법이 정한 국회 권능인 계엄 해제 결의안 의결을 방해했느냐 안 했느냐(에 달려 있다)"며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인데 헌법기관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국헌문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폭동' 여부와 관련해 "무장한 계엄군 병력이 국회에 총 들고 (진입해) 집기도 부수고 유리창 깨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폭동이 아닐 수 있느냐"며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전 국민이 잠 못 이룬 상황을 전두환·노태우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나온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며 "최소 무기징역감"이라고 일갈했다.
윤 대통령 외에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나 국무회의 참석자 등에 대해서도 내란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계엄 선포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합세했던 자들은 전부 다 내란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헌법이 정하고 있는 계엄 선포 요건에 전혀 해당하지 않으며 절차도 명백히 위법했기 때문에 계엄 선포에 관여했던 자들은 다 속내가 국헌문란, 국토참절의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고령에 국회 권능을 침해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걸 준비한 사람들도 다 내란 예비 음모(에 가담한 것)"이라며 "결국 미수에 그쳤다고 해도 그들(가담자) 모두 내란미수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란 미수도 처벌은 기소와 동일하다. 감경할 수 있다 뿐이지 그대로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현재까지 국무회의 참석자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경향신문>은 국무회의 참석자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언급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후배인 이 장관은 당일 울산 행사 참석 도중 급하게 서울로 향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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