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칼테러 협박'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황상무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이 자신의 발언을 보도한 문화방송(MBC)을 징계해 달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출한 가운데, 언론시민단체가 "MBC에 대한 파렴치한 보복"이라며 황 전 수석에게 "정신 차리고 반성하라"고 일갈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3일 ''회칼테러 협박' 황상무는 반성하고 사죄하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황 전 수석이 방심위에 MBC <뉴스데스크>를 허위조작콘텐츠로 신고하면서 "악의적 왜곡·발췌‧편집으로 만들어진 가짜뉴스라며 진실을 밝혀 사실을 바로잡겠다", "사실을 추구하는 언론 본연의 자세를 회복하길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한 데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황 전 수석의 신고는 "MBC를 향한 편파‧표적 심의를 일삼아온 '류희림 방심위'를 통해 MBC에 대한 또 다른 야만적 탄압을 추가하는 파렴치한 보복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언론인 '회칼테러' 사건은 노태우 정권에서 육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란 칼럼에 불만을 품고 기자를 회칼로 찔러 중태에 빠뜨린 흉악범죄 사건"이라며 황 전 수석 사태를 되짚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3월 14일, 황 수석이 대통령실 출입기자 오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면서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황 전 수석은 해당 보도 이틀 만에 "언론인과 사건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 사과한다"는 넉 줄짜리 입장문을 낸 뒤 두문불출하다 논란 엿새 째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그의 사의를 수용했다.
민언련은 "그러한 거론(회칼테러 협박)이 윤석열 정권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MBC를 향한 협박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며 "당시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사회는 한목소리로 "언론에 대한 협박"이라며 황 전 수석의 사퇴는 물론 대통령의 황 전 수석 해임을 요구했으며,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 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테러 협박 등의 혐의로 고발당해 경찰 조사를 받던 황 전 수석은 최근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혐의 없음' 처분으로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라며 "물리적 폭력이 없다고 해도 상대가 공포심과 위협감을 느꼈다면 협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 전 수석의 방심위 MBC 신고는 '회칼테러 협박' 이후 이틀 만에 내놨던 형식적인 넉 줄짜리 겉치레 입장문이 거짓이엇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황 전 수석은 부디 정신 차리길 바란다. 방심위 신고를 철회하고, 언론인과 사건 피해자 유가족에게 '회칼테러 운운한 협박'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라"고 했다.
MBC는 황 전 수석의 방심위 신고는 언론에 대한 '2차 협박'이라고 반발했다.
MBC 관계자는 "대통령실 고위 인사의 '회칼테러 위협(협박)'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당시 진보·보수,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적 평가가 끝난 사안"이라며 "황 전 수석이 돌연 현 시점에서 자기변명을 하고 나선 배경이 의문이며, MBC는 '회칼테러 위협'에 이어 언론에 대한 '제2의 협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관련해 "경찰이 어떤 이유로 (황 전 수석을) '혐의 없음' 처분을 했는지 따져볼 일"이라며 "설령 수사기관의 조치가 있었다 해도 '황상무 사태'의 본질과 진실을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MBC는 반성과 자중은커녕 '2차 협박'에 나선 황 전 수석의 행태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황 전 수석의 신속심의 요청에 따라 해당 안건을 신속신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곧 심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 규정상 방송 후 6개월이 지난 프로그램은 원칙적으로 심의하지 않지만, 허위사실로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내용 등에 대해서는 가능하다. 방심위는 또 지난 3월 20일 관련 민원이 한 차례 접수됐다며 이와 합쳐 심의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황 전 수석은 지난 8월 말부터 한국방송(KBS) 계열사인 KBS N 채널에서 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황 전 수석은 KBS 앵커 출신이며, KBS N 이강덕 대표이사와는 KBS 선후배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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