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지난해 8월 후쿠시마핵오염수 해양투기를 개시한 이래 일본 현지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어업 관계자들의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민사 및 행정소송이 제기돼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2023년 9월과 11월에는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 전국 어업 관계자와 후쿠시마 및 인근 현 주민 360여 명이 각각 도쿄전력에 대해서는 민사 금지 소송을,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ALPS(다핵종제거장치) 처리수 해양방출시 운용 등과 관련된 실시계획 변경인가, 사용 전 검사합격 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게 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6월 후쿠시마지법에서는 제2회 구두변론이 있었다. 원고대리인인 일본변호사연합회 환경위원회 소속 나가타 마이코(永田麻衣子) 변호사가 제2 준비서면 요지 진술로 'ALPS처리 현황과 처리오염수에 포함된 유해물질'에 대해 발표했으며 피고인 도쿄전력 대리인 변호사는 해양방출 행위가 미래에 인체 건강과 어업활동에 영향을 줄 위험이 없다는 등의 진술을 하였다.
지난 10월 제3회 구두변론에서 원고 측은 5통의 준비서면을 제출해 전적으로 국가와 도쿄전력에 반론을 가했는데 △행정소송 보충성 등 소송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 △원고들에게 행정소송에서 원고적격이 있다는 것 △민사소송에서 원고들의 인격권, 평온한 생활권, 어업권의 주장 △ALPS시스템은 일상적으로 방사성물질을 배출하지만 사고로 인해 더욱 대량의 방사성물질을 환경에 확산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 △지난 8월 일본을 방문한 태평양섬 출신 와니타씨의 주장을 준비서면으로 제시했다(일본변호사연합회 환경위원회 자료).
일본변호사연합회(JFBA: Japan Federation of Bar Associations, 약칭 일변련)은 변호사 등의 지도, 연락 및 감독에 관한 사무를 행하고 변호사의 사명인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목적으로 한 우리나라로 치면 대한변호사회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현재 일본 전국 52개 변호사회 소속 4만5826명의 변호사, 1692개 변호사법인이 모두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https://www.nichibenren.or.jp).
일변련(日弁連)은 2011년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줄기차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원자력 피해 문제에 대한 주민소송에 앞장서왔으며, 때 맞춰 회장 담화나 의견서, 결의문 등을 내왔다. 대표적인 것이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피해의 완전구제 및 탈원전을 요구하는 결의(2013년 10월) △후쿠시마 제1, 제2원전사고로 인한 원자력손해의 판정 등에 관한 중간지침 등의 개정을 구하는 의견서(2019년 7월) △후쿠시마 제1, 제2원전사고로 인한 원자력손해 실태 조사·평가·결과의 공표 실시 및 중간지침 등의 개정을 구하는 회장 성명(2021년 11월 15일) △동일본대지진 및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로부터 10년을 맞아 '인간의 부흥'의 실천과 재해피해자지원을 계속하는 회장 담화(202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로 발생한 오염수 등의 처리에 대해 해양방출에 반대하는 의견서(2022년 1월) △후쿠시마원전사고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있어 최고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국가 및 원자력손해배상분쟁심사회에 대해 원자력손해의 실태에 관한 충분한 조사, 평가 및 신속한 결과의 공표 및 이를 포함한 중간지침 등의 개정과 피해회복을 위한 구체적 대응에 노력할 것을 거듭 촉구하는 회장 담화(2022년 7월)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일변련이 2022년 1월에 발표한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로 발생한 오염수 등의 처리에 대해 해양방출에 반대하는 의견서'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해양방출(해양투기)의 문제점을 변호사연합회의 공식적인 목소리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입장이 향후 후쿠시마핵오염수 각종 소송의 핵심 방향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자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변련은 이러한 의견을 내게 된 취지는 일본 정부 및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 등의 처리에 대해 해양방출이 아닌 다른 방법을 검토해야 하며, 일변련은 해양방출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서를 내게 된 이유로 후쿠시마원전으로부터의 방사성물질의 방출이나 오염수의 누출, 해양유출은 환경오염이나 소비자의 기피행동에 의한 농림수산업에 미치는 손실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초래해 왔으며, 일변련은 후쿠시마원전사고 발생 이래 수많은 지원이나 입법 제언 활동, 사고의 재발 방지나 환경피해 방지를 위한 의견 표명 등을 해왔다는 것이다.
일변련은 2013년 제56회 인권옹호 히로시마대회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피해의 완전 구제 및 탈원전을 요구하는 결의', 2014년 제57회 하코다테대회에서는 '원전소송에 있어 사법판단의 바람직한 방향, 사용후핵연료의 처리원칙 및 원자력시설 입지 지자체의 경제 재건책에 관한 선언', 2015년 제58회 지바대회에서는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의 이재민 구제, 피해회복 추진을 위한 결의'를 각각 채택했다. 특히 지바대회의 결의에서는 '국가는 오염수대책으로 실시하고 있는 동토벽 건설을 즉시 중지하고, 원자로 건물에 지하수 유입을 억제하여 고농도 오염수인 원자로 부지에서 외부로의 누출을 방지할 수 있는 항구적 차수벽을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며 오염수대책으로 동토벽이 아니라 항구적 차수벽 구축을 제안했다.
이 차수벽에 대해서 일변련은 2011년 6월에 '더 많은 해양오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 지하 차폐벽의 신속한 설치 등을 요구하는 회장성명'을, 2013년 9월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의 신속한 오염수 대책을 요구하는 회장성명'을 공표했다. 만일 이러한 제언이 실행에 옮겨졌다면 보다 안전하고 저비용으로 방사성물질에 의한 오염수 등의 문제를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일변련은 밝히고 있다.
일변련의 의견서는 오염수 문제의 경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서는 붕괴에 의해 녹아내린 핵연료데브리(찌꺼기)를 원자로 건물 내에서 냉각수로 계속 냉각시키고 있지만 산(山) 쪽에서 원자로 건물 내로 유입된 지하수나 빗물이 냉각수에 혼입함으로써 나날이 대량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이 오염수는 세슘흡착장치로 세슘을 제거한 뒤 ALPS로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처리를 해부지 내 탱크에 저장해왔다. 그렇게 하면 처리수 속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은 주로 삼중수소가 되지만 실제는 삼중수소 이외 방사성물질의 완전제거는 불가능하며 탱크 내 처리수의 약 70%에서 삼중수소 이외 방사성물질의 농도가 환경방출 시의 규제기준을 초과하고 있다는 사실(즉 처리도상수라는 것)이 밝혀졌다.
(2) 사고 발생 후인 2011년 12월 원자력재해대책본부 정부·도쿄전력 중장기 대책회의는 '중장기 로드맵'을 결정했다. 여기에서는 오염수 대책에 대해 ALPS 도입 예정이 제시되었지만 2012년 7월 제1회 개정판 로드맵에서 '오염수의 해양으로의 안이한 방출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한다' '해양방출은 관계자의 양해 없이는 실시하지 않는다'고 해 해양방출은 억제되고 있었다. 그런데 2013년 8월 오염수 저수탱크에서 오염수 약 300㎥가 누출되는 문제가 발각되었기 때문에 같은 해 9월에는 원자력재해대책본부에 '오염수 문제에 대한 기본방침'이 결정되었고, 폐로·오염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하여 사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총력을 다하기 위해 관계각료등회의가 설치되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예방적·중층적인 오염수 처리 대책'이 정리되어 ①오염수를 '제거한다', ②오염원에 물을 '차단한다', ③오염수를 '누설하지 않는다'는 3가지 기본방침 하에 대책을 강구해 가기로 해 '차단하는' 대책으로는 지하수 유입량 억제를 위해 동토방식의 육지 측 차수벽(동토벽) 설치가 커다란 시책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 후 로드맵은 2019년 12월 제5회째 개정이 이루어져 2025년 오염수 발생량을 일일 100㎥ 이하로 억제하기로 계획돼 있다.
(3) 2020년 2월 10일, 국가의 전문가회의 '다핵종 제거설비 등 처리수의 취급에 관한 소위원회'는 처리수를 희석하여 해양방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보고서를 공표했다.
(4) 국가는 2022년에는 오염수 등의 탱크보관 용량이 한계에 달한다고 하여, 2021년 4월 13일에 해양방출 처분 방침을 결정하고, 2023년경을 목표로 방출을 개시하여 30~40년에 걸쳐 해양에 방출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일변련은 오염수 등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들었다.
(1) 오염수 등의 양과 향후 증가량
탱크에 저장돼 있는 오염수 등의 양은 도쿄전력에 따르면 약 129만㎥이다. 2021년 현재 부지 내에 설치된 탱크는 1,061기로 용량은 약 137만㎥이며 탱크에 저장돼 있는 처리수 중 ALPS 처리수는 33%(약 41만100㎥), 처리도상수는 67%(약 83만2900㎥)로 알려져 있다. 한편 오염수는 매일 발생하고 있으며 일일 130~170㎥ 정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2) 처리수 중에 포함된 방사성물질
처리수에 주로 포함되는 방사성물질은 삼중수소인 바 정부 방침에서는 삼중수소 이외 방사성물질에 대해서는 안전에 관한 국가의 규제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ALPS 등으로 정화처리하고 취수한 해수와 혼합하여 충분히 희석한 후에 해양방출한다고 돼 있다. 방출하는 삼중수소의 총량에 대해서는 당장은 사고 전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출관리 목표치인 연간 22조Bq(베크렐) 범위 내에서 실시하고 폐로의 진척에 따라 적절히 재검토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 이외 방사성물질에 대해서는 ALPS로 제거할 수 있는 것은 62 핵종뿐으로 오염수에 포함된 모든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며, 제거 가능한 62 핵종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희석했다고 해서 환경 중에 생체농축 등에 의한 악영향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이 점에서 통상적인 원전에서 해양방출되는 삼중수소를 포함하는 물은 후쿠시마 제1원전과는 달리 노심에 닿은 물이 아니라 삼중수소 이외 방사성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규제기준 이하라 하더라도 삼중수소 이외 방사성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처리수는 일반적인 원전의 경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번에 해양방출하려는 처리수에 포함되는 삼중수소 이외 방사성물질의 총량은 공표조차 되어 있지 않아, 그 안전성에는 큰 의문이 있다. 따라서 환경, 건강이나 생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방 원칙에 따라 해양방출은 해서는 안 된다.
또 삼중수소에 대해서도 국가는 자연계나 인체 내에 존재하고 있는 방사성물질과 비교해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낮다고 하고 있으나 건강에 영향이 없다고 증명된 것은 아니다. 생체 내에 삼중수소수 형태로 유입된 삼중수소는 그 일부가 동위원소인 생체 내 유기성분 속의 수소와 교환해 동화·고정되어, 유기물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소와 삼중수소가 치환된 것이 세포에 흡수되었을 경우, 먹이사슬 안에서 농축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DNA를 구성하는 수소와 삼중수소가 치환됐을 경우에는 삼중수소가 붕괴할 때 방출하는 방사선에 의해 DNA 등이 파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지적되고 있다.
ALPS 처리수에는 이러한 문제점이 있으므로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될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삼중수소 및 기타 방사성물질의 농도 또는 총량은 신속히 공표돼야 하며, 그 조사나 검증은 당사자인 도쿄전력이 아니라 독립된 제3자가 실시하는 구조를 시급히 마련하여야 한다.
일변련은 해양방출의 필요성 및 타당성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1) 국가가 말하는 해양방출의 이유
기술한 바와 같이 국가 및 도쿄전력에 의한 오염수 감소 대책은 ①오염수를 '제거한다', ②오염원에 물을 '차단한다', ③오염수를 '누설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오염수 등의 해양방출은 ①의 방법에 의해 발생한 처리수를 지상의 보관용량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 것이다. 국가 및 도쿄전력은 오염수 등을 처리하는 방법으로서 5가지 처분방법(지층주입, 해양방출, 수증기방출, 수소방출, 지하매설)을 검토·비교하여, 그중 국내외에서 실적이 있다는 이유로 해양방출과 수증기방출의 2가지 방법으로 요약하고, 특히 방출설비의 취급이나 모니터링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이유로 해양방출을 선택하고 있다.
(2) 대안의 검토 부족
①오염수 감소 대책의 재검토
원래 해양방출 방법을 논의하기 전에 우선 필요한 것은 오염수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오염원에 물을 '차단하기' 위해 도쿄전력은 동토벽을 설치하고 있지만 그 계획은 원자로 건물 내의 고농도 오염수를 끌어올려 건물 내 체류수를 완전히 제거하여, 7년 이내에 건물 내부를 방수처리하여 동토벽을 해동(解凍)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초, 일일 490㎥였던 오염수 발생량을 동토벽에 의해 대부분 멈추고, 다른 방법(지하수 바이패스나 서브 드레인)을 더해 제로로 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동토벽의 효과는 한정적이었고 추가적 대책으로도 일일 130~170㎥로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 동토벽은 원래 장기운용을 예정하고 있지 않으며, 머지않아 다른 방식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당초 예상되었던 운용기한이 촉박한 상태이다. 그러면 동토벽으로 '차단하는' 방책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며 당초 예상되었던 것처럼 보다 항구적인 차수벽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국가 및 도쿄전력은 동토벽의 운용연장 이상의 계획은 공표되지 않았다.
② 대체안의 검토가 제대로 돼 있지 않는 것
오염수 등의 처리방법에 대해서는 기술자와 연구자가 참여하는 원자력시민위원회가 '대형탱크에 의한 육상 보관' 및 '모르타르 고화 처분안'을 제안해 경제산업성에 제출하였다. 이들 안이 현실적인 제안이며 실적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대형탱크에 의한 육상 보관'은 돔형 지붕, 물차단 벤트를 포함한 대형탱크를 건설하는 안으로, 건설 장소로는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7·8호기 건설 예정지, 흙처분장 등을 제안하였다. 대형탱크는 석유비축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많은 실적이 있어 돔형 지붕을 채택하면 빗물 혼입 걱정이 없으며, 방액제(防液堤)도 설치할 수 있기에 만일의 누수대책도 포함되어 있다. 최종처분안의 검토 및 실시에 시간이 필요한 경우에 그때까지의 처리방법으로는 현실적인 제안이다. '모르타르 고화 처분안'은 오염수를 시멘트와 모래로 모르타르화하여 반지하 상태로 보관하는 것으로 시멘트를 사용해 고화하는 점에서는 지하매설안과 유사하나 이미 미국의 사바나리버핵시설의 오염수 처분에서도 이용된 실적이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안이 있었지만, 앞서 언급한 소위원회 보고서에는 도쿄전력의 대형탱크 보관안에 대한 부정적 견해만이 적혀 있고, 그 과정에서 제안을 한 원자력시민위원회에 대한 청취 및 논의 등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 보관에 한계가 오고 있다는 국가 및 도쿄전력의 판단도 오염수 등을 보관하는 부지 확보를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 의문이 있다.
(3) 해양방출 시기에 대한 문제점
ALPS 처리수의 해양방출 시기 결정의 배경에는 국가 및 도쿄전력의 폐로방침이 있다. 이 폐로방침은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의 연료데브리를 꺼낸 뒤 2011년부터 30~40년 후에는 폐지 조치를 종료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가 처리수의 해양방출을 서두르는 것은 연료데브리 추출을 포함한 공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폐로 시기가 정해져 있는 이상 조기에 처리수를 해양방출하면 그로 인하여 생기는 풍문(이미지)피해도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목적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연료데브리 추출에 대해서는 극히 고선량 환경에서의 작업이 필요하게 되어 사람에 의한 작업이 곤란하며 이를 대체하는 로봇 등의 원격조작기술에 대해서도 아직은 개발도상이다. 이 때문에, 당초 스케줄대로 실행할 전망은 지극히 낮다. 또 연료데브리를 꺼낸 후의 보관방법도 기술이 확립되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가 있는 '중장기 로드맵 2019'의 스케줄에 맞춰 처리수의 해양방출을 실시한다고 하면, 그것은 본말전도로 애초에 해양방출을 검토하기 전에 폐로방침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폐로(연료데브리 추출)의 전망이 서 있다고 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오염수가 언제까지 계속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전망이 서 있지 않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처리수 방출을 시작해도 그 종료시기가 불명확해져서 빨리 처분을 하면 풍문피해가 적어질 것이라는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면 오염수 등의 처리에 대해서 해양방출 또는 수증기방출로 선택지를 좁히고, 특히 해양방출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장기간에 걸쳐 오염수 등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 상황 하에서는 다른 현실적인 선택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또, 현재의 보관상황에도 지상탱크의 보관용량이나 내진성능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일변련이 제기한 해양방출의 절차상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합의 형성 절차의 중요성
처리수의 해양방출에 대해서는 현지 어업인은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직후부터 도쿄전력의 의도적, 비의도적 해양방출로 인해 큰 악영향을 받았고, 그때마다 강하게 항의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쿄전력은 2015년 8월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의 '건물 내의 물은 다핵종 제거설비에서 처리한 후에도 발전소 내 탱크에서 책임지고 엄중하게 보관관리를 하고, 어업인,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하는 해양방출은 절대로 하지 말 것'이라는 요망에 대해 '검증 등의 결과에 대해서는 어업인을 비롯해 관계자에 대한 정중한 설명 등 필요한 대처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러한 프로세스나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고 다핵종제거설비에서 처리한 물은 발전소 부지 내 탱크에 저장하겠습니다'라고 회답했다.
국가(경제산업성)도 같은 해에 현어련에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도 마찬가지의 약속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2021년 4월 13일에 방출 결정을 함에 따라 약속 위반이라며 어업 관계자의 반발이 컸다. 그것도 같은 달 7일, 전어련 회장이 당시 스가 총리와 면회하여 다시 해양방출 반대를 표명한 직후의 일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러한 반대나 불안이 나타나고 있음을 감안하면 처리수 방출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①충분히 필요한 정보를 개시할 것, ②많은 시민이나 관계자의 소리를 들을 것, ③그 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여 가부를 결정할 것을 요소로 하는 사회적 합의 형성 절차가 불가결하다.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로 인해 해당 사업자가 후쿠시마현산품에 대한 사회의 막연한 불안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받아 온 것을 다시 한번 국가 및 도쿄전력이 진지하게 받아들여 어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널리 사회 전체의 반대나 불안에도 맞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은 완전히 반대이다.
(2) 정보공개가 불충분한 것
해양방출하려는 ALPS 처리수에 포함되는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물질의 총량은 공표조차 되지 않아 그 안전성에 대한 문제점은 불식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가 및 도쿄전력은 삼중수소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삼중수소에 대한 오해만이 문제인 것처럼 '풍문피해'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문제의 전체상을 올바르게 전하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이러한 국가 및 도쿄전력의 정보공개에 대한 자세는 매우 불성실하다.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물질의 유무나 총량의 문제는 어업 관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등 널리 국민과 관계되는 것이며, 다시 말하면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및 도쿄전력은 실제로 안전성 문제를 마주하고, 그 데이터를 공개하여 국민이나 국제사회에 대해 판단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3) 국민의 소리를 충분히 듣고 대책에 반영시키는 일을 하지 않는 것
소위원회 보고서가 공표되기 1년 반 전인 2018년 8월 30일 및 31일에 경제산업성은 후쿠시마현의 도미오카정 및 고리야마시와 도쿄도에서 '설명회·공청회'를 개최하여 공청회에서는 공모로 선정된 의견진술인이 의견을 말했다. 하지만 44명 중 42명이 명확하게 해양방출에 반대하고 어업 관계자도 반대를 했다. 이러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2020년 2월에 해양방출이 현실적이라는 소위원회 보고서가 공표되고, 그 후 경제산업성은 공청회 개최 대신 스스로 선택한 산업단체나 자치단체 대표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후쿠시마나 도쿄에서 모두 7회 개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대를 이유로 방청자는 들어갈 수 없었고, 화상회의가 되어 관계 각 부처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사전에 설명을 들은 지자체의 단체장이나 각 단체의 대표가 한 사람씩 의견을 말하고, 질의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형식적인 회의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형식적인 의견 청취의 장에서도 후쿠시마현어련, 후쿠시마현농협중앙회 등 지역의 1차산업 단체는 모두 반대하였으나, 그러한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국가 및 도쿄전력은 해양방출이라는 결론뿐인 설명회를 열었을 뿐, 많은 시민의 소리를 듣고 대책에 반영시키겠다는 자세를 보였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일변련의 결론은 이렇다.
이상과 같이 ALPS 처리수의 해양방출은 그 안전성에 의문이 있으며 비현실적인 폐로 방침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이나 대안 검토가 충분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큰 의문이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면, 어업인 등 영향을 받는 시민이나 관계자의 대부분이 해양방출에 신중한 의견을 말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많은 피해를 입은 원전사고 피해자에 대해 이번 해양방출로 더욱 피해를 심화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안전성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사회적 경제적 문제의 측면도 고려하여 원전사고 피해자에게는 항상 배려하는 정책이 취해져야 한다. 국가 및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 등의 처리에 대하여 해양방출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검토해야 하며, 따라서 일변련은 해양방출에 대해 반대한다고 의견서의 끝을 맺고 있다.
"과거 판례를 밟지 않은 끔찍한 판결도 가끔 나오지만 역사는 그렇게 잘못을 저질러 가면서도 옳은 것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1981년부터 지금까지 일본의 수많은 원자력소송을 담당해온 일본 탈원전변호사전국연락회의 공동대표인 가이도 유이치(海渡雄一) 변호사가 2021년 그린피스재팬과 인터뷰한 내용이 그린피스재팬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다(https://fukushimatestimony.jp/lessons/3.html). 가이도 변호사는 2010~2012년 일변련 사무총장으로서 원전사고와 지진재해의 법적 대책에 나섰고 특히 후쿠시마원전사고 후 도쿄전력의 책임 추궁, 원전 운전금지 소송을 다수 맡아왔다.
가이도 변호사는 2011년 후쿠시마원전사고에 대해 "사법으로 미연에 막을 수 없었던 것이 뼈아프다"고 말해왔다. 사법에 의한 해결에는 한계가 있지만, 사법이 원전사고를 막는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에 대한 물음을 사회에 던지고 있다.
가이도 변호사는 "변호사의 역할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인권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곧 원전사고로 인해 인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법이 원전의 안전성을 정밀 조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원전소송은 원전 건설이나 운전을 중단하고 원전사고의 책임이나 피해 실태를 명확히 하는 등의 다양한 목적이 있지만, 어떠한 소송도 원전 추진·반대파라는 대립 축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생활이 향후 혹은 더욱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방어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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