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가 관내 2개의 공중화장실을 리모델링하는데 각각 혈세 9억 원과 3백만 원을 투입해 극과 극의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수성못 상화동산 화장실은 스페인 건축가가 '자연 친화적' 설계해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반면, 어린이들이 자연과 교감하는 '숲체험원 화장실'에는 악취와 배설물이 보이던 재래식에 '포세식(거품) 변기'를 들여놨다.
"사용자에게 상쾌하고 자연적 경험을 선사할 것"
25일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는 관광지 수성못 내에 위치한 공중화장실 리모델링 설계를 스페인 건축가한테 의뢰했다고 밝혔다.
노후로 민원이 많았던 이곳은 외관은 목재를 사용하고 곡면 유리벽으로 볼일 보고 손 씻으면서 바깥을 조망할 수 있는 식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관광객 수가 늘어나지만 증축 요구도 있었지만, 지대 아래 20년이 넘은 하수종말처리장 누수 등의 위험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공중화장실 불편 민원 처리에 투입되는 예산이 대조적인 곳이 있다.
유아들에게 숲체험기회를 제공하기 2021년 완공된 대흥동유아숲체험원, 관내 유치원 및 어린이집 등 유아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정기·수시 체험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성구 공식 유튜브 채널에도 "이번 주말 아이와 가볼만한 곳"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에는 유아동반 가족들도 많이 찾고 있다.
인터넷에 칭찬 일색이지만 주의사항으로 "화장실"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유아숲체험원 입구에 위치한 화장실은 총 3칸으로 남자용 2칸에 1칸이 여성·유아 공용이다. 부족한 시설이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프레시안>이 방문한 이곳 화장실은 요즘은 보기 드문 재래식 화장실로 악취가 가장 먼저 이용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름철에는 문을 열기가 무서울 정도의 냄새가 났으며, 좌변기 주변은 곳곳에 오물이 묻어 있었고 변기 구멍으로 배설물도 눈에 들어왔다.
화장실이 급한 성인도 이용하고 싶지 않은 곳에서 비위와 면역력이 약한 유아들이 이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주를 잇는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거품으로 물을 내려 청결하게 쓸 수 있는 걸로 교체돼 있다"라며, "전부 다 유아용으로 제작돼 있다"고 답했다.
3백만 원을 투입해 리모델링한 공중화장실이 유아용이라는 설명에 부합한지는 의문이 들었다. 심지어 3칸 중 1칸 그것도 여성·유아 공용인 것은 동일했다.
일각에서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숲체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린이들이 발길을 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수성구청 자료에 따르면 상화동산 공공화장실 설계자 스페인 건축가는 "새로운 화장실은 자연채광, 공기의 흐름을 고려하고, 천연재료를 사용하여 사용자에게 상쾌하고 자연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설계의도를 밝히고 있다.
이 건축가가 9억을 들여 사용자에게 주고자 하는 '자연적 경험'을 하기 위해 유아숲체험원을 찾은 아이들에게도 '상쾌한' 화장실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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