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여성주의 단체 '신남성연대'가 페미니스트를 비난하는 여론 형성을 공모하기 위한 단체채팅방을 개설했다. 배인규 대표 및 단체 구성원들이 페미니스트 활동가를 집단적으로 괴롭히다 형사처벌을 받은 지 한 달 만으로, 반성 대신 '인셀 테러(온라인을 통한 여성폭력)'를 계속하기로 선택한 셈이다.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는 지난 21일과 2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남성연대 비밀의방'이란 이름의 디스코드 단체채팅방 링크를 공개했다. 이 채팅방은 운영진이 좌표를 찍은 인터넷 기사에 대해 △우리(신남성연대) 편 댓글에 좋아요 누르기 △페미 댓글 싫어요+신고 등 여론 형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공지하는 등 '댓글부대' 성격을 띄고 있다.
25일 오전 9시 기준 해당 채팅방에는 2900여명의 지지자가 입장해있다. 배 대표는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와서 좌표 주면 페미들 댓글 싫어요 누르고 우리 댓글 좋아요 누르면 끝", "의견 내지 마. 그냥 들어와. 그냥 구멍 막으면 돼"라며 자신이 지시하는 여론 형성에 어떠한 의견 없이 따를 것을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이 같은 신남성연대의 행동은 여성들에게 집단괴롭힘을 가하는 '인셀 테러'를 계속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배 대표를 포함한 신남성연대 구성원들은 2년에 걸쳐 페미니스트 활동가를 괴롭히다 최근 모욕, 명예훼손, 통신매체이용음란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다 한 달 만에 페미니스트들과의 여론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남성연대는 자신들이 페미니스트에 대한 집단괴롭힘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프레시안> 보도를 첫 여론몰이의 대상으로 삼았다. 24일 운영진이 채팅방에 기사 링크를 게시하며 "페미들 댓글 비추천. 진실을 알리는 우리쪽 댓글에 추천"을 지시하자 해당 기사의 댓글창에 단체를 옹호하고 페미니스트를 비난하는 댓글이 다수 게시됐다.(☞관련기사 :[단독] 신남성연대, 페미니스트 집단괴롭힘으로 형사처벌 받았다)
이들의 움직임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21년 배 대표는 페미니스트 모임 '팀 해일' 시위 현장에 찾아가 참여자들에게 "북한의 지령을 받은 애들", "쳐다보지 말라고, 싹 죽여버릴라니까" 등 폭언과 협박을 가했다. 그는 물총으로 시위 참가자들에게 여러 차례 물을 뿌려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으며, 김주희 팀 해일 대표의 얼굴 사진을 피켓·휴대폰 케이스로 제작하는 등의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당시 집단괴롭힘 가담자들은 김 대표에게 전화·메시지 등을 통해 폭언을 수십 번씩 보내거나 온라인에 "OO에 불붙여서 태워죽이고싶다", "메갈은 OO에 사시미가 안들어가냐" 등 살해 협박성 게시물을 올리는 등 강한 폭력성을 보였다. 이로 인해 김 대표는 불안감과 자살 사고 증상이 생기는 등 정신건강이 나빠져 장기간 일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페미니스트 활동가만 신남성연대에게서 위협을 겪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경남 진주시 한 편의점에서 자신을 신남성연대 회원이라고 소개한 20대 남성은 "머리가 짧은 것 보니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며 일면식도 없던 20대 여성 점원 B씨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50대 남성 C씨도 폭행했다. 이로 인해 B씨는 왼쪽 청력을 영구적으로 잃어 평생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며, C씨 또한 골절상 등 전치 3주의 피해를 입었다.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24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신남성연대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여성혐오를 돈벌이 삼고, 페미니스트들을 집단적으로 괴롭힌 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대규모 댓글부대를 조직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사회 사법정의를 무너뜨리고 또다시 여성혐오 범죄를 일으키겠다고 예고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한 여성들의 정치적 연대를 혐오폭력으로 제압할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의 인식이 가당치 않고, 혐오폭력을 놀이처럼 동조하고 공모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아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신남성연대 측으로부터 집단괴롭힘을 당해왔던 김 대표도 "(신남성연대의) 댓글부대는 여성혐오를 교리로 여기고 페미니스트를 공격하거나 그릇된 성인식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특정 인물을 사이버불링(온라인괴롭힘)하거나 온라인에서의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오프라인에서의 테러로 옮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범행을 방지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칼부림 예고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수사하고 격리시키듯이, 인셀 테러의 우려가 있는 여성혐오자들이 범행을 저지를 수 없도록 수사해야 하는데 한국의 수사기관은 미온적인 상황"이라며 "방치된 여성혐오자들이 누군가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라 혐오를 실천으로 옮겼을 때 무슨 일이 생길 지 알 수 없다. 인셀 테러 사건이 바로 오늘 일어날 수도 있는 게 한국의 조마조마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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