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유관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대한축구협회·대한체육회 등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 대해 '파리올림픽 예산 의혹' 등 각종 회계의혹이 제기됐고,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도 '협회 사유화' 의혹이 제기됐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 감독과의 '독대 면담'을 증언했던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이사를 위증죄로 고발해야 한다는 요청도 나왔다.
22일 국회 문체위의 대한체육회 등 문체부 산하 기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이 회장을 겨냥 "파리올림픽 예산이 도쿄 이후 런던에 비해서 2배 가까이 컸다. 그런데 선수단은 44년 만의 최소 선수단 이었다"며 대한체육회가 파리 올림픽 기간 한국문화 홍보를 위해 파리 시내에서 운영한 '코리아하우스'에 불필요하게 과도한 예산을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코리아하우스를 24일 임차하는 데 25억이 지불됐다. 하루에 1억씩 돈을 낸 것"이라며 "이게 국민정서에 맞다고 생각하나"라고 이 회장을 질책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 코리아하우스 운영 예산(45억 원)이 올림픽 선수 파견비(42억 원)보다 많았고, 앞선 올림픽인 리우 올림픽(14억 원)과 도쿄 올림픽(13억 원) 때에 비하면 3배가량 늘었다는 게 강 의원의 지적이다.
강 의원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애초 임차료를 15억 원 상당에 계약했으나, 이후 전기용량 증설, 인터넷 증설 등을 이유로 예산을 10억 원가량 증액했다. 강 의원은 또 코리아하우스가 설치된 생도미니크 지역이 "한국으로 따지면 한남동 공관 부근하고 비슷하다"며 "24억 원이나 주고 하루 1억 원 씩 그렇게 빌릴만한 곳이었는지 (문화 홍보라는 목적에 있어) 적합성 여부도 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강 의원은 코리아하우스 운영대행용역입찰 당시 한 업체가 대기업을 제치고 낙찰받은 데 대해서도 "해당 업체는 체육회가 지난 2016년부터 12건에 대해 90억 원이 넘는 계약을 맺은 회사"라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피할 수 없다"고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같은 당 이기헌 의원은 "대한체육회가 파리올림픽을 맞아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HYBE)로부터 구매한 올림픽 응원봉을 파리 현지에서 구배가의 2배 이상 올려 판매했다"며 "체육회가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장사를 하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하이브 응원봉의 가격 방어를 위해 체육회가 현지 판매 가격을 맞춘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체육회는 당시 하이브로부터 응원봉 2000개를 개당 2만2000원(부가세 10% 포함)에 구매했고, 파리 현지에서 이를 개당 30유로(약 9월 9일 환율 기준 약 4만4500원)에 판매했다. 이 의원은 "공공기관이 예산을 집행하면서 공익 목적으로 구매한 응원봉을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한 점은 '올림픽 장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이 회장을 직격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체육회 인건비 회계처리와 관련 "체육회 인건비 지급 명세가 현재 인원와 비교해 맞지 않는다", "거의 일정했던 인건비 예산이 이 회장 취임 이후 들쭉날쭉하게 바뀌었다"며 "사업비로 사용돼야 할 돈이 인건비 명목으로 엉뚱하게 쓰인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회계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신동욱 의원은 이에 "체육회 회계 관리가 동호회 수준만도 못 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체육회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국정감사에는 정몽규 축구협회회장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리는 U-17 여자 월드컵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하는 등 축구협회 측 인사들은 출석하지 않았지만, 의원들은 축구협회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현대산업개발(HDC) 임원 상무 K 씨가 지난 2013년부터 대한축구협회에 파견돼 자문 명목으로 계약을 맺고 자문료·교통비·업무추진비·통신비·기타 실비 등 금전적인 혜택을 받고 있다"며 정몽규 HDC 회장의 협회 사유화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문체위 현안질의 당히 "현대산업개발이 축구협회에 관련되어 하나의 이득 본 것, 이런 건 절대로 없다고 맹세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배 의원은 "K 씨는 '경영지원 자문업무'를 위해 축구협회에 파견되었지만, 연 7000여 건에 달하는 축구협회 내부서류에 결재한 정황으로 봤을 때 자문이 아닌 축구협회의 사무업무 전반에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축구협회 측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HDC의 도움을 받기는 했으나 따로 자문 계약을 맺은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자문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해당 의혹에 대한 감사를 예고했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지난달 현안질의 당시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 감독 선출과정과 관련 '홍명보 감독과 면담에 누가 동행했느냐'는 민주당 조계원 의원의 질문에 "면담은 나와 홍 감독 둘이 했다"고 답했던 이임생 기술이사를 위증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면담이 진행된) 빵집에 홍명보 감독, 이임생 이사 외에 최영일 부회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임생 이사의) 진술은 위증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 전재수 문체위원장에게 이 이사를 국회증감법상 위증 혐의로 고발해달라고 요청했고, 전 위원장은 "위증, 합의된 증인의 불출석 문제 등 종합해서 위원회 차원에서 엄중하게 대처해 나가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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