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초·중·고 일부 교과에 적용되는 AI디지털교과서가 지방 교육 재정을 파탄 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교육부는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 포함 18책의 AI 디지털교과서를 현장에 도입하기로 했다. 또 매년 대상 학년과 교과를 확대해 2028년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총 96책의 AI 디지털교과서를 현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는 21일 성명을 내고 "교육 여건 파탄 내는 AI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교조 제주지부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현재 교육부가 추진 중인 AI디지털교과서 관련 예산에 대해 2026년 1조 633억원, 2027년 1조 5212억이 투입되며, 모든 교과에 도입되는 2028년에는 연 1조 7343억 원이 투자될 것으로 전망했다.
입법조사처는 교육부가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중앙 정부 주도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향후 4년간 4조 7255억 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AI디지털교과서 사업의 재정 소요 추계를 밝히지 않고, 별도의 재원 조달 방안도 마련하지 않아,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 부담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는 "이토록 막대한 재정이 AI디지털교과서 사업에 투입된다면, 각종 정책사업으로 가뜩이나 부족해진 기초학력 증진 예산이나 다문화 교육 예산, 노후 학교 시설 개선 사업과 같은 학교 현장에서 꼭 필요한 사업 예산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이미 많은 국민들이 교육부의 AI디지털교과서 사업에 대해 "디지털 기기 과의존 문제, 학생 맞춤형이 아닌 ‘AI디지털교과서 맞춤형’으로 수업 방식이 획일화될 것이라는 우려, 개인정보 보호 및 디지털 격차 문제, 학교 내 디지털 인프라 부족 및 예산 낭비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며 "지난 6월 'AI디지털교과서 내년 도입 유보'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 동의청원이 5만 6605명의 참여로 성사됐고, 10월에는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중단 촉구 범국민 서명'에 1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이름을 올렸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이러한 반대 여론에도 "교육부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AI디지털교과서 졸속 추진과 내년 3월 도입 강행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교육 당국은 쏟아지는 질의에 ‘초등학교 40분 수업에서 AI디지털교과서 활용 적정 시간은 50% 미만’, ‘서책형과 병행 사용으로 인터넷이 안 되는 상황에 따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내놓았다"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교육 당국의 답변은 ‘정규 수업에서 활용도가 50% 미만’이고, ‘인터넷 연결 상태가 불안정한 교실에서의 활용 대안은 서책형 교과서’밖에 없으며, ‘향후 인프라 구축 및 개선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에서 5조 이상의 공교육 예산을 AI디지털교과서 사업에 쏟아붓겠다는 공교육 포기 선언"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25년 AI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에 대한 교육감 입장'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인천, 대전, 광주, 울산, 세종, 충남, 전북, 전남, 경남 등 9개 교육청은 AI디지털교과서 내년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촉박한 교과서 선정 일정, 디지털 과몰입 및 학생 건강에 대한 우려, 교육 현장 혼란, 교과서 구독료 부담 등이 이유다.
하지만 제주도교육청은 "2025학년도는 2022 개정교육과정, 성취평가제, 고교학점제 등과 함께 공교육의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다. 학생들이 핵심 역량을 갖추고 성장할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므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은 대구, 강원, 충북, 경북을 포함해 5개 교육청에 불과하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국가 세수부족으로 인해 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들었고, 거기다가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AI디지털교과서, 고교무상교육 예산까지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하라는 요구에 교육활동에 필요한 예산마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정서행동지원이 필요한 학생과 특수교육대상학생 등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이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이를 지원하는 인력을 봉사자라는 이름으로 내려보내고 있어, 제대로 된 도움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읍면지역은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교조 제주지부는 "제주도교육감이 2025년 공교육의 혁신적 변화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학교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먼저다. 9월 조직개편을 추진하며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개편임을 강조했던 제주도교육청의 학교지원 방안은 현재 전무하다"면서 "전교조제주지부는 AI디지털교과서 정책과 관련하여 AI디지털교과서 사업 추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전면 도입에 신중할 것과 지방교육재정 파탄 내는 AI디지털교과서 채택 거부를 위한 민심을 반영할 것을 제주도교육청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