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교육력 강화 목표… 역량 있는 교육전문직 선발
내년부터 적용되는 ‘교육전문직’의 선발 방식에 대한 경기도교육청의 개선안에 대해 교육현장의 교사들이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도교육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2025년 교육전문직원 선발 전형’은 △지필평가(필기시험) 폐지 △학교 안팎 실천 경험과 역량 평가 강화 △지역인재 선발을 위한 교육지원청 추천 전형 신설 △실질적 학생 교육 공헌도 평가를 위한 현장실사 신설 △본질적 역량과 실무적 역량을 종합 측정하는 역량평가 면접방식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기존 선발 방식의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고,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적극 대응함으로서 미래교육에 따른 학교 현장 지원 강화를 위한 조치다.
학교 현장의 교육력 강화를 위해 교육행정 및 교육정책을 계획·수립·조정·연구하는 ‘교육전문직’은 현장에서의 경험과 행정력을 갖춘 우수 인력의 활용을 위해 교육경력 12년 이상의 교사(유·초·중등, 기간제 경력 포함)를 대상으로 선발된다.
그러나 교육정책에 대한 기획력과 교직·교양에 대한 이해도 등 기본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지난 1993년 도입된 ‘지필평가’는 암기 위주의 시험으로 진행되면서 교육전문직으로의 전환을 희망하는 교사들이 교육전문직 선발 시험을 전문으로 다루는 사교육 시장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지필평가 중심의 1차 시험의 비중과 구술시험(면접) 등 2차 시험과의 평가 비율이 6대 4로, 지필평가에 크게 치우쳐 있어 당초의 의미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기존 지필평가와 근무평가로 운영됐던 1차 시험 중 일반전형의 경우 ‘공모 전형’과 ‘교육지원청 추천 전형’으로 이원화해 실시하고. 각각의 반영 비율을 5대 5로 정했다.
‘공모 전형’은 △지원자의 교육 가치관을 파악하기 위한 ‘교직 생애 기술서’ △지원자의 특화된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성장 포트폴리오’ △지원자의 마음가짐과 목표를 파악하기 위한 ‘교육전문직원 활동계획서’ 등 ‘증거 기반 포트폴리오 평가’로 치러진다.
‘교육지원청 추천 전형’은 △교육활동 실적서 △지역교육 공헌 성과 기술서 평가 △교육지원청별 추천위원회를 통한 ‘자체평가’ 등을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발굴할 계획이다.
□ 교육청 개편안, 공정성 담보 안돼
하지만 이 같은 도교육청의 개선안이 오히려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교사들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32년 만에 이뤄지는 지필평가의 폐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교육지원청 추천 전형’ 신설과 ‘현장실사’ 재도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경기교사노동조합은 21일 논평을 통해 "교육지원청 추천 전형은 교육청 충성도 심사로 전락할 가능성 높다"고 밝혔다.
경기교사노조는 "현행 지필평가 방식이 교육전문직원으로서의 직무 역량을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필평가 대신 도입될 다양한 정성평가 역시 신뢰성과 공성정을 담보할 장치들은 부족하다"며 "특히 교육지원청 추천 전형은 학교 현장과 소통하며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원활히 지원할 수 있는 역량보다 성과 중심 행정가에게 유리한 전형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교육전문직은 전반적인 교육행정과 교육정책을 계획 및 처리하며, 전문직 근무 이후에는 단위 학교의 교육활동을 책임지는 관리자가 되는 만큼, 학교 현장 경험과 이해가 풍부해 학교를 잘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녀야 한다"며 "도교육청은 교육전문직이 갖춰야 할 역량을 측정하되, 공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될 수 있는 선발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와 경기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경기정책위원회 및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도 공동 성명서를 통해 개편안의 수정을 요구했다.
경기전교조 등은 "지필고사를 폐지하고 역량 중심의 방안을 적용한 점에서 별도의 시험 준비가 아닌 일상의 실천력을 바탕으로 역량 있는 전문직이 선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교육지원청 추천 전형 등 이번 개편안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육지원청 추천 전형은 현대판 음서제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개편안은 교육장에게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사실상 교육지원청에 인사권을 부여하는 것과 다름없는 만큼, 모든 결정이 교육장의 의도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여전히 지연과 학연으로 얽힌 인맥구조가 존재하는 일부 지역에서 추천 과정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도교육청의 개편안은 지역 내에서 추천위원회 구성을 제시했지만, 자칫 교육장이나 국·과장의 성향에 맞는 인물들이 지명돼 형식적인 거수기 역할을 할 위험이 있다"며 "추천위원회가 1차 시험에서 서류 평정 반영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공정성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독소조항으로, 특정 인사에 대한 특혜가 가능하도록 변질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모전형에 도입된 ‘증거 기반 포트폴리오 평가’ 역시 교직생애 기술서와 성장 포트폴리오 및 교육전문직원 활동계획서 등을 바탕으로 한 심사를 예고했지만, 오히려 이를 대비한 사교육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이거나 교육청 내 인맥을 활용한 지인찬스로 대체되는 등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낮추게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교육청에 잘 보여야 교육전문직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으며, 도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의 권위는 더 높아지는 반면, 교사들은 그에 종속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비판했다.
현장실사 방식의 재도입에 대해서도 "이미 1차 시험에서 ‘온라인 동료평가’가 이뤄지고, 기준점 이하일 경우 과락이 되는 상황인데 3차에서 현장실사를 통해 응시자를 평가하며 이를 P/F(통과/탈락)로 반영하는 것은 인성 등을 평가한다기보다는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고자 다른 사람을 떨어뜨리는 용도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천 전형의 권역별 운영 △평가위원 구성 재편 △포트폴리오와 활동계획서에 대한 명확한 정보 제공 △사교육 시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 및 고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그동안 교육전문직원 시험은 여러 차례 개편됐지만, 도교육청은 교육전문직원이 실제로 어떤 직무역량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며 "교육전문직의 직무역량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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