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이곳에 와서 하룻밤만 지내보라. 너무 고통스럽고 아프다"
최북단 접경지인 파주시 민통선 내 대성동 마을의 한 주민은 밤낮없이 들려오는 괴음에 "제발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파주시 접경지역 일대는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과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남북의 확성기 방송으로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파주시는 18일 임진각 내 민방위 대피소에 이동 시장실을 열고, 접경지역 주민의 피해 청취와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비무장지대 내 소재한 대성동 마을과 통일촌, 해마루촌 등 민통선 마을 주민 30여명은 이동 시장실을 찾아 최근 극심해진 북한의 소음 방송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은 지난 9월 28일부터 현재까지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더구나 이제껏 들어본 대남 방송 중 소음 강도가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여우, 들개, 까마귀 등 동물의 울음소리부터 쇠뭉치를 긁는 소리나 기계 돌아가는 소리 등 소름 끼치는 소리가 밤낮없이 들려와 주민들 대부분이 불면증과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70대 중반의 한 여성은 "북한의 확성기 소음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소음에 옆 사람과 대화도 나눌 수 없고 밤잠도 이룰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수면제, 진정제를 먹어봐도 소용이 없고, 귀마개를 했더니 귀가 짓물러 염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대성동 마을로 시집와 5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아오면서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지만, 올해만큼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면서 "문제는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고통"이라고 불안해 했다.
한편, 주민들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해결 방안 중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일촌 이완배 이장은 "탈북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서라는데, 민통선 민통선 주민들에게는 인권이 없는 것인가"라며 "북한에서는 대북전단이 날아오면 원점타격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데, 전쟁이라도 나기를 바라는가”라면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파주 접경지역 주민 피해는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중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경일 시장은 지난 14일 경기도를 상대로 한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 자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대남 확성기 소음 피해 실상을 알리고, 현 위기를 촉발시킨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강력한 차단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기도는 파주, 연천, 김포 등 접경지역 3개 시군을 위험구역으로 16일 설정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자들의 출입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명령 불응 시에는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강제퇴거와 형사처벌도 할 수 있게 됐다.
김 시장은 "지금 파주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생명과 안전이 모두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위험구역 설정에 따라 확보하게 된 지자체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대북전단 살포행위 적발과 단속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 11일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인해 막대한 소음피해를 입고 있는 대성동 마을을 방문키로 했으나, 출입 허가가 나오지 않아 방문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임진각으로 장소를 옮겨 긴급 간담회 형식을 띤 이동 시장실 행사를 개최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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