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대통령 영부인 관련 논란으로 여야 간 충돌이 빚어졌다. 야당은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작년 7월 윤석열 대통령의 리투아니아 방문에 동행했을 때 현지에서 명품 매장에 들렀다는 의혹과 관련, 대통령 부부가 미화 800달러 초과 휴대품을 반입했는지 확인했느냐고 관세청에 따졌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 때도 마찬가지 아니었냐며 맞불 작전을 펼쳤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조달청·통계청 대상 국감에서, 야당은 먼저 '세관 마약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공세를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홍근 의원은 "청장으로서는 이 사실이 밖으로 새나가는 게 두려웠을 것이고 국정감사를 코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사태를 무마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라며 "사건 직후(작년 10월 중순경)에 청장이 휴대폰을 교체하는데, 올해 7월 청장이 공수처에 고발된다는 보도가 나온 그날 또 휴대폰 기기를 바꿨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고광효 국세청장은 "작년에 바꾼 것은 노후화된 휴대폰이어서이고, 올해 바꾼 것은 휴대폰이 파손됐기 때문"이라며 "증거인멸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세관 마약수사 외압의혹이란, 지난해 영등포경찰서가 마약 사건에 세관 직원들이 연루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가자 경찰 고위직인 조병노 경무관이 '관세청은 빼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조 경무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핵심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인사를 챙겨줬다'는 의혹이 이 전 대표 녹취록을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친명계 좌장인 5선 중진 정성호 의원은 "관세청 직원들이 마약사범과 결탁해서 통관 편의를 봐줬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일영 의원도 "이종호 씨가 조병노 승진에 관여하고 있다는 녹취록이 나오는데, 이 사람이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의심어린 시선을 보냈다.
민주당은 이어 김건희 전 대표의 '리투아니아 명품숍 방문' 의혹을 언급하며 이 과정에서 관세청이 규정대로 직무를 처리했는지 따졌다. 민주당 신영대 의원은 "대통령이나 영부인, 수행원들이 해외 순방을 나갈 때는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해서 나가고 공항은 서울공항을 이용하는데, 이 분들이 현지에서 고가 물건을 사고 입국하면 서울공항에 세관이 설치되지 않나"라며 "그러면 대통령이든 영부인이든 면세한도 이상 금액의 물건을 샀으면 신고할 의무가 있는데 휴대품 신고를 안 해 적발된 사례가 있느냐"고 물었다.
신 의원은 질의 취지에 대해 "김건희 여사가 2023년 7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서 리투아니아를 방문했을 때 리투아니아 매체에 '김건희 여사가 명품 편집숍을 방문했다'는 기사가 났다"며 "해외 명품매장에서 카드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면 정보가 다 공유되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명품 쇼핑 이야기가 보도된 게 (작년) 7월 10일이고 대통령 전용기가 한국에 돌아온 게 7월 17일이다. 그런 보도가 있었으면 당연히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서울공항의 대통령 해외순방 출입국시 휴대품 반출·반입 및 면세한도 초과물품 신고에 대해 저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니, 2021년에 2건이 있고 2022년도 이후에는 1건도 없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상하지 않느냐"며 "김건희 여사가 리투아니아에서 명품 쇼핑을 했고 그 다음날 와서 명품을 사갔다는 뉴스까지 다 나왔는데 (세관) 통보 기록이 없다. 그냥 통과시켜준 것이냐"고 따졌다.
윤 의원은 나아가 "관세청에서 적발을 안 했다면 이것은 또 다른 의혹이 있다. 명품을 사가지고 외교행낭 같은 것으로 보내고 휴대하지 않고 들어왔다고 볼 수도 있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또 "2022년 6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를 다녀오셨는데 김건희 여사가 고가의 장신구를 착용했다. 6200만 원 상당의 목걸이와 2600만 원 상당의 브로치"라며 "거의 1억 정도 되는 물품을 휴대했는데 나갈 때 휴대물품 반출신고를 안 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가지고 나갈 때 반출신고를 안 했으면 들어올 때 관세 부과 대상이 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관세청은 이에 "저희는 제대로 통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까 신고가 없었다는 것은 면세 한도 800불 미만이면 신고서를…(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윤 의원은 그러나 "목걸이·브로치가 6200만·2600만 원 상당인데 그냥 들고나갈 수도 없고 들어올 수도 없는 것"이라며 "반드시 반출 반입 신고를 해야 하는데 기록이 없다는 것은 통관시 '프리패스'시켰다는 것 아니냐"고 재반박했다.
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많은 국민들이 귀국할 때 세관 신고는 과연 했을까 궁금해한다"며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600달러 이상 결제하면 불과 몇 시간 뒤 그 결제자료가 바로 관세청에 도착해 귀국할 때까지 철저한 감시의 대상이 된다. 일반 국민들은 해외에서 신용카드 사용하는 것까지 모두 정부의 관리와 감시를 받고 있다"고 했다.
임 의원은 "국민들은 어쩌다가 해외여행 한 번 가서 선물 사 들어올 때 가슴 졸이며 세관을 통과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총 21회 해외순방을 나갔다. 대통령과 그 가족은 세관 신고를 절차대로 지금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고 청장은 야당의 의혹 제기에 "서울공항 이용 입국자도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신고대상 물품을 소지한 경우 휴대품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대통령과 그 가족은 관련 법령에 따라 대리자를 통한 출입국절차 대행을 하는 통관절차상의 편의만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800달러 미만인 명품이 어디 있느냐'며 왜 신고 내역이 없느냐고 묻는 야당의 지적에는 "(명품) 구매 여부에 대한 기사의 진위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고 청장은 "명품 구매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세관이 아는 바가 없다. 기사에만 나올 뿐"이라며 "모든 국민을 다 저희가 확인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정숙은?", "문다혜·노정연 환치기'
여당인 국민의힘도 반격을 시도했다. 구자근 의원은 "오늘 야당 의원들께서 계속 우리 영부인 관련 '왜 (짐) 검사 안 하냐'고 하는데, 관세청장, 물품 구매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 되느냐. 안 되지 않느냐"며 "물건을 사지 않았으면 당연히 신고할 필요 없는 것 아니냐"고 야당의 의혹 제기를 반박했다.
구 의원은 "김정숙 씨 해외 순방 관련 무수히 많은 말들도 있고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적이 있다"며 "그 분도 다 서울공항 이용했을 것 아니냐. 그 전에도 마찬가지일 테고"라고 했다.
구 의원은 또 "(보도된 내용들만 보면 액세서리가 200여 점이 넘는다"며 "리투아니아 얘기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G20 관련 아르헨티나 갈 때 지구 반대편으로 돌아 체코를 거쳐가지 않았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박대출·이종욱 의원은 '환치기' 문제를 언급하며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인 문다혜·노정연 씨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박대출 의원은 고 청장에게 "환치기가 뭐냐, 환치기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 "은행을 통하지 않고 외국환 송금을 대행해 주는 불법 외환거래로,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불법적인 자금 송금에 주로 이용된다"는 답변을 끌어낸 후,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전직 대통령 가족이 주택 매입을 하는 과정에서 환치기를 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은 "한 분은 미국 뉴저지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220만 달러, 다른 한 분은 2019년 양평동 다가구주택을 매입한 7억6000만 원의 비용을 (환치기로) 조달했다는 것"이라고 두 사람 관련 의혹을 부각했다.
이종욱 의원도 "문다혜 씨가 경호원을 통해서 태국 현지 환치기 업자에게 바트화를 건넸고, 이 업자와 연계된 국내 업자로부터 상응하는 원화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환치기 방법"이라고 가세했다.
한편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역시 고 청장에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는 결국 대한민국을 위한 제재인데 (관련) 물품 반입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며 "김정은의 돈줄로 알려진 '만수대 창작사' 그림들이 국내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청장은 "북한산 물품을 불법 반입하는 국내 유통업체에 대해 최대한 정보 수집을 해서 단속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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