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개월 임기로 뭘 하것소. 민주당 같이 힘있는 당 후보가 돼야지."
"조국 당 후보 같이 깨끗한 사람이 당선 됐으면 좋겠어요. 시끄러운 재선거 부끄럽고 지긋지긋해요."
"진보당 사람들이 자식보다 낫다니까, 이번에 진보당이 안되면 억울하지."
10·16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 본투표를 앞둔 마지막 주말 영광읍 터미널 시장과 법성포 굴비거리, 홍농읍 중앙마을에서 만난 상인들의 평이다.
이번 재선거는 야3당 대표들이 총출동해 인구 5만1600여명의 영광이 들썩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례 없이 지난 9~11일까지 2박3일 지원 유세를 이어간 것은 물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영광에서 한 달간 숙식을 해결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김재연 진보당 대표도 지난달 23일부터 영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지역 표심을 훑고 있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풍부한 지역정치 경험과 60년 영광 토박이임을, 장현 조국당 후보는 유일하게 전과가 없는 후보임을 강조했다. 매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온 이석하 진보당 후보는 농촌 민심을 공략하는 생활 밀착형 선거운동을 벌이며 3강 구도를 형성했다.
<프레시안>은 12일 영광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지역 민심을 살펴봤다.
이날 오후 1시30분 영광터미널시장에 도착하자 진보당원들이 상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이들은 쓰레기를 줍고 상인들이 판매하는 고구마 줄기 다듬기를 돕기도 했다.
상인들은 이런 분위기가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터미널종합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64)는 "진보당 사람들이 7월 말부터 그 더울 때 고추 따기며 다 해주고 엄청 고생했다"며 "진보당이 이번에 떨어지면 억울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에 상당히 위협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진보당 지지자라고 밝힌 개인택시 기사 A씨(60대)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신이 나서 목이 쉴 정도로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다"면서 "이석하 후보가 이장 출신이라 공약도 현실적이고 농민들 마음을 제일 잘 안다"고 평가했다.
장세일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영광사랑지원금 100만원 지급과 에너지기본소득 평생연금 추진,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영광 행복지원금 120만원 지급과 간병비 지원, 초중고생 위한 영광공립학숙을, 이 후보는 지역소멸대응 영광군민수당 100만원 지급과 우리마을 요양원, 365일 24시간 어린이 공공병원 개설 등을 공약했다.
진보당의 밀착형 선거운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홍농읍에서 만난 한 주민은 "홍농읍에 있는 한빛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는 직원과 그 가족이 진보당 사람들이 많다"며 "그 사람들이 시골 가서 농사일 돕고, 칼 갈아주고, 마을회관 청소해주고 하는 게 선거법 위반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현 정부에 맞설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고 임기가 짧은 재선거이니만큼 원내 1당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야 일을 더 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홍농읍 중앙마을에서 30여년간 자영업을 해온 D씨(60대)는 "이재명 대표가 일전에 다녀갔고, 오늘은 한준호 최고위원이 방문했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하는데,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면서 민주당 권리당원으로서 비상상황이다"라며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야 윤석열 정권과 싸우는 이재명 대표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성면에서 만난 택시기사 한모씨(60대)는 "민주당이 아닌 다른 당이 되면 임기 1년 8개월 동안 싸우기만 할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여야 군의회와 협업도 되고 공약도 지킬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영광군수 재선거는 전임 강종만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직위를 상실하며 치러졌다. 이에 조국혁신당 후보가 전과가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 주민들도 많았다.
강상주씨(78)는 터미널시장에서 백년가게 명패를 받은 수산물 가게를 50년간 운영해왔다.
강씨는 "민주당을 항상 지지해왔지만, 50년간 가게를 운영하면서 올해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며 "민주당이 군수를 수십년 해먹었는데, 과연 영광이 발전했는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서로 싸우기만 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지할 마음이 안 생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장현 후보가 과거 군수 출마 당시 인기가 좋았다"며 "지금도 전과도 없고 똑똑해 마음이 가지만, 좀 더 자주 봤으면 좋겠다. 오히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을 자주 봐서 정이 들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활동 중이다.
법성포 굴비거리에서 굴비도매 매장을 운영하는 김경현씨(70)는 "영광군수가 두 차례나 불명예스럽게 낙마했다"며 "군수가 영광의 대통령인데, 이제는 전과 없는 후보를 뽑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전투표에 다녀왔다"라고 에둘러 조국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부동산 소유 논란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법성면 터미널 반점에서 만난 김모씨(26)는 "조국 대표를 터미널 근처에서 직접 만나 사진도 찍어 장현 후보 지지를 고민했지만, 강남에 집이 있는 사람이 영광에 집이 없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팽팽한 분위기 속에 좁은 지역사회에서는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법성면 굴비거리의 한 매장에서 만난 이순애씨(68)는 "서울에 사는 친척들도 전화로 물어볼 정도로 상황이 팽팽해,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동네 사람들끼리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언급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홍농읍 중앙마을 편의점에서 만난 김태훈씨(45)도 "이맘때면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영광군수 선거는 마지막까지 알 수가 없다"며 "선거 이야기를 꺼내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세 후보는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8~9일 영광군 재선거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장세일 더불어민주당 후보 36.4%, 이석하 진보당 후보 30.8%,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 29.8%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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