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부는 벌교는 맛과 멋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때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벌교꼬막의 맛을 따라 갈대가 일렁이는 중도방죽을 거닐며 소설 '태백산맥'의 흔적을 만나는 전남 보성군 벌교로 떠나보자.
△ 짭조름한 제철 꼬막을 맛보는 '제20회 벌교꼬막축제'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꼬막철이 시작된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가장 맛있는 시기로 알려진 지금, 벌교꼬막 정식을 시키면 삶은 꼬막, 꼬막무침, 꼬막전, 꼬막탕수육, 꼬막된장국 등 남도의 푸짐한 인심과 단단하고 쫄깃한 꼬막 맛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벌교 꼬막은 대한민국 수산물 지리적표시 제1호로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의 8품 중 1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자만의 깊고 차진 갯벌에서 생산되기에 다른 어느 지역에서 잡은 꼬막보다도 육질이 쫄깃하고 맛이 뛰어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꼬막의 산지 벌교에서는 오는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제20회 벌교꼬막축제'가 개최된다.
주요 프로그램은 △도전 꼬막 비빔밥 1,000인분 △1000대 드론 라이트쇼, △꼬막 무료 이벤트(꼬막 경매, 꼬막 까기, 꼬막 무게 맞추기) △꼬막 노래자랑 △만 원 꼬막 요리 뷔페 △황금 꼬막을 찾아라 △바퀴 달린 널배 타기 대회 등이다.
△ 조정래 작가와 함께하는 소설 '태백산맥'
벌교는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로 소설 속에는 벌교가 면면히 묘사돼 있다. 벌교꼬막에 대해서도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라는 등 군침을 삼키게 하는 탁월한 표현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소설 속 남도여관이라 불린 구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 화폐박물관(구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호), 소화의 집, 현부자네 집, 태백산맥문학관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군은 태백산맥문학관 개관 16주년을 기념해 벌교꼬막축제 기간인 11월 2일 ‘벌교를 배경으로 한 태백산맥 속으로’라는 주제로 조정래 작가와 함께하는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행사는 별도 사전 신청 없이 현장에서 바로 입장 가능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참가자들은 조정래 작가와 대담 형식으로 소설 '태백산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광복 이후 한국전쟁까지 벌어진 여순사건과 이데올로기 갈등을 다룬 조정래 작가의 시선을 따라 책과 역사 속으로 스며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끝이 보이지 않는 갈대의 향연 벌교 중도방죽
소설 '태백산맥'에서도 등장하는 중도방죽은 일제강점기 힘겨웠던 우리 민족의 현실과 애환이 적나라하게 녹아있는 장소다.
벌교대교까지 길게 이어진 중도방죽은 가을 산책 명소로 손꼽힌다. 어른 키 높이의 갈대숲 가운데를 걸을 수 있는 갈대 탐방로에서 해 질 녘 아름다운 풍광은 두고두고 이야기할 만큼 장관이다.
짱뚱어와 칠게, 염생 식물 등 다양한 갯벌 생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며, 입장료도 따로 받지 않아 출사 명소를 찾는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벌교갯벌
보성벌교갯벌은 다른 지역과 달리 모래나 황토가 섞이지 않은 차진 진흙 펄로 예부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를 비롯한 재두루미, 큰고니 등 희귀 철새들의 최대 월동지로 생태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2006년 국내 연안습지 중 최초로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2021년도에는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보성벌교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는 두 번째로 등재된 세계자연유산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보성군을 찾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자문위원은 뻘배 어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한국의 갯벌 신청 유산 중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최고의 공간"이라는 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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