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등 동남아 3국 순방을 위해 6일 출국했다.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 및 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 등 정상외교 일정 소화를 위함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 편으로 순방길에 올랐다. 순방 일정은 오는 11일까지다.
윤 대통령은 순방에 앞서 미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국제규범을 위반하면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reckless actions)을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앞으로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추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의 핵 시설 공개는 다음달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시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핵보유국'을 자처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대해 "핵개발 이유가 같은 민족인 남한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북한 정권의 과거 주장은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북한 비핵화는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드는 데 필수 불가결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북한의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한미 연합 감시정찰 자산을 통해 북한의 동태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워싱턴 선언을 기반으로 구축된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를 통해 북한의 핵위협을 원천적으로 무력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쓰레기 풍선' 등 도발에 대해 그는 "국민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경우 북한은 감내하기 어려운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안보협력에 미국 대선 결과가 변수가 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와 관련, 윤 대통령은 "미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탄탄하게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 확고한 초당적 지지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이날 서울공항에는 여당에서 추경호 원내대표가, 정부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 등이 윤 대통령 부부를 환송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부산에서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어 이날 환송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설이 불거진 가운데 대통령 환송행사 대신 '텃밭'인 금정 유세 일정을 소화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금정 유세지원은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1박 2일로 이뤄졌다. 한 대표는 6일 오후에는 서울에서 친한계 의원 20명과 만찬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여야는 윤 대통령 순방을 놓고 설전을 주고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한민수 대변인 논평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순방 프레스 설치 운영 예비비로 20억 원을 편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지난해 523억 원의 과도한 예비비 사용으로 국민께 많은 질책을 받아놓고도 또다시 방만하게 예비비를 편성했다. 이번 동남아 3국 순방에서 또 얼마나 많은 혈세를 낭비할지 벌써부터 국민들은 두렵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지아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아세안 순방은 대한민국의 외교적 지평과 경제 영토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필리핀은 원전(핵발전소) 건설 재개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이번 방문에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싱가포르에서는 에너지를 포함한 양국 간 공급망 협력과 AI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이 중점 아젠다로 다뤄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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