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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 확대와 축소'·'속도전과 완성도'…새만금은 지금 '대충돌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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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 확대와 축소'·'속도전과 완성도'…새만금은 지금 '대충돌 전야'

[大위기의 시대, 새만금] ①프롤로그 - 키워드로 본 대혼돈

인류세(人類世).

'인류가 지구 지질이나 생태계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여 제안된 지질 시대의 구분 중 하나'라고 한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 변화, 대량절멸(大量絕滅)에 의한 생물 다양성의 상실, 인공 물질의 확대, 화석 연료의 연소나 핵실험에 의한 퇴적물의 변화 등이 주요 특징이다. 이들은 모두 인류 활동이 원인으로 꼽힌다.

▲25일 오후 전북자치도의회 2층 의원총회의실에서 열린 '새만금 기본계획에 대한 전북지역 시민사회어민단체의 제안' 토론회서 각계 전문가들이 새만금 개발 방향 등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굳이 다른 곳에서 그 현상을 찾으려고 수고할 필요가 없다. '하석(夏夕)'이라는 새로운 조어가 만들어진 지난 추석을 돌아보면 '인류세'라는 오래된 신조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국의 생태학자 '유진 F. 스토머'가 1980년대 처음 사용한 용어라고 하니 벌써 꽤 오래됐다.

RE100.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대중에게 알려진 용어다. 기후무역체제의 등장과 함께 유럽에서는 오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등 세계적으로 'RE100 체제'가 가속화 하고 있다.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과 수력 등 다양한 형태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소비를 충당하다는 말이다.

'인류세'나 'RE 100 체제' 모두 인류가 만들어 낸 부산물에 기인한다. 그만큼 앞으로의 시간은 모든 것이 예측불가능한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재난은 우리 눈앞에 바짝 다가와 있고 언제 어디서 어떤 재난이 닥쳐 올지는 그 누구도 상상조차 불허한다.

지난 추석에 넷플렉스에는 2004년도에 개봉됐던 영화 ‘투모로우’가 올려져 있었다. 당시만 해도 "과연 그런 일이 닥칠 것인가?"라고 의문부호를 찍었지만 20년 전 영화를 봤던 지금의 기성세대는 영화 속 스토리가 언제든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며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새만금.

빛의 속도로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 예측불허, 기후재난 시기에 '새만금'은 매우 더딘 속도로 아직도 '공사중'이라는 팻말이 박혀 있다. 1991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33년이 흘렀고 그동안 기본계획만 예닐곱차례 변경됐다.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대회 이후 또 마스터플랜(MP)의 변경에 들어 갔다.

새만금의 완공 목표연도는? 놀라지 마시라. 지금부터 무려 26년 후인 2050년이다. 시작연도부터 따지면 무려 60년에 걸친 大역사(?)가 매우 더딘 속도로 진행 중이다.

▲1987년 새만금 유역 항공 사진 ⓒ새만금개발청

'단군이래 최대 간척사업(공공사업)'이라는 타이틀은 보유하고 있으나 그 이름에 걸맞게 자랑스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 것인지 아무도 모른 채 방조제로 막힌 새만금 호소 안을 추가로 매립해 산업단지를 또 만든다고 한다.

일괄매립.

지난 7월 전북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에 새만금에 용지 부족하다는 말이 나왔는가? 이제 용지 부족하다는 말이 나왔다는 자체가 굉장히 반갑다"면서 추가 용지확보에 힘을 실었다.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도 올해 초에 "새만금 기본계획과 관계없이 300~500만평의 추가 산단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창립 6주년을 맞은 새만금개발공사는 오는 2040년까지 추진할 장기 사업 방향을 내놨다. 새만금 내부 매립을 원래 계획보다 10년 정도 앞당겨 2040년에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사 권한이 있는 105㎢를 대상으로 기존의 순차적 매립 방식을 일괄 매립으로 과감하게 바꿔 한 번에 메꾸겠다는 계산이다.

단층조사.

전북 부안에서는 지난 6월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부안 지진은 새만금지역도 지진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화들짝 놀란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정부에 서해안 단층지질조사를 앞당겨 줄 것을 요구했고 정부는 후순위였던 서해안지역에 대해 오는 2026년말까지 단층조사를 앞당기기로 했다.

새만금도민회의 공동회장인 오창환 전북대 교수는 "무리한 매립 속도전은 새만금사업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매립지의 지진 취약성을 따져 볼 때 지진에 대한 '안정성 확인'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매립중단.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용도와 기능이 명확하지 않은 '매립 속도전'은 새만금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새만금이 언제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약이 없이 '희망고문'만 지속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농어촌공사와 대기업들의 공사판만 계속 될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정현 공동대표는 "계속해서 땅을 만들 것인가? 이미 만들어진 땅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라며 "매립 속도전을 중단하고 이미 매립한 곳의 집중 개발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도전'이 아니라 '완성도'라는 말이다. 현재와 같은 매립 속도라면 앞으로도 20년 이상 준설과 매립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해수유통.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대회 파행 이후 재수립이 진행 중인 새만금 기본계획에 '상시 해수유통'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새만금 물관리의 제1 원칙'으로 반영하고 조력발전도 최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아예 매립을 중단하고 상시 해수유통으로 수질이 개선된다면 새만금사업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은 전북의 수산업도 일부 되살아 날 것이라는 말이다.

▲새만금 방조제를 항공 촬영한 모습 ⓒ연합뉴스

그래서 배수갑문의 문을 열고 소조기에도 1일 2회 갑문을 최대로 운영하며 지하터널이나 조력발전소 건설 등 상시 해수유통 확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새만금은 이렇게 매립 확대와 매립 축소, 제한적 해수유통과 상시 유통, 속도전과 완성도 등 두 개의 거대한 의견차가 대격돌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위기의 시대, 새만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지금의 견해 차는 전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언제 대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프레시안>이 다시 새만금 문제를 살펴보면서 '대위기의 시대, 새만금'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마련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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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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