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추돌사고 현장에서 사고로 부상을 입은 채 쓰러져 있던 운전자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하고, 피해자 차량의 블랙박스까지 은폐한 견인차 운전자가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단독 이필복 판사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32)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28일 오전 경기 광주시 제2중부고속도로 서울방면 상번천 졸음쉼터 인근에서 30대 B씨를 자신의 견인차로 밟고 지나가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같은 날 오전 2시 50분께 자신의 아우디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1차로에 정차 중이던 20대 C씨의 액티언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B씨는 사고 직후 고통을 호소하며 차량 옆에 앉아 있던 중 갑자기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B씨가 직접 사고 상황을 신고하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통증을 호소하던 모습을 목격했던 소방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에서 A씨의 견인차량이 도로에 앉아 있던 B씨를 밟고 지나가는 장면을 확인한 뒤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사고 당시 차량 견인을 위해 중앙분리대와 1∼2차로 중간에 있던 B씨 차량 사이로 무리하게 진입하는 과정에서 B씨를 충격했지만,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B씨의 차량 안에 있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훔쳐 현장을 떠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5월 A씨의 주거지 등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해 숨겨둔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등을 확보하는 한편, B씨의 사망 원인이 차량 역과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원의 1차 소견을 받았다.
재판부는 "추돌사고로 다쳐 도로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견인차로 쳐 역과했음에도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과 이후 피해자 차량의 블랙박스를 꺼내 은폐한 점 등을 볼 때 과실이 중하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는 점과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지만, 유족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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