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성과 보고회·3기 출범식'에 참석해 모두발언에서 "'국민통합'이라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카르텔들이 서로 손을 잡고 개혁의 길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저와 정부는 개혁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여기에서 우리가 또다시 물러선다면 나라의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구조적 문제들을 방치하면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국가적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개혁을 할 수 밖에 없고,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연금, 의료, 교육, 노동의 4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예를 들었지만 비단 그 문제 뿐일까?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이권 카르텔'이 윤 대통령이 말하는 4대 개혁 대상에만 국한돼 있을까?
국가적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개혁의 길을 가로막는 '이권카르텔'은 정치권에서 가장 심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역균형개발을 명목으로 추진되는 대형 국책사업을 살펴보면 '정치적 목적의 카르텔'이 얽히고설키어 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정치카르텔'은 안타깝게도 가장 신성해야 할 '유권자의 표'와 연결돼 있고 여야 정치권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정권 연장이나 선거에서 이길 목적으로 이용하면서 자신들이 형성한 카르텔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카르텔은 경제학 용어로 '동일 업종(정치)의 기업(각 정당)들이 서로의 이윤(당선)을 높이기 위해 가격과 수량(지역개발사업)을 협의해 결정하는 담합행위에 참여한 기업들(정당들)'을 지칭한다.
지난 23일, 우리나라 시민운동을 이끌어 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성명을 발표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급조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미 4차례나 유찰된 10조 원대 가덕도신공항은 잘못된 사업이며 국내 최초 해상공항인 가덕도공항 유찰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수십 조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공항 신설사업을 특별법으로 졸속 통과시키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국가의 행태인지 의문"이라면서 "후대에 중범죄를 짓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특별법 처리가 가시화되던 2021년 2월 26일에도 ‘문재인정부 표(表) 매표(買票)공항 특별법 강력반대’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경실련은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혈세낭비와 환경파괴가 뻔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졸속 추진한 ‘입법권 남용’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단 1개 활주로 지반조성 공사를 위해 10조 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한다는 것 만으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며 접근성 제약과 향후 활주로 확장이 매우 곤란하다는 취약점이 있는데도 ‘특볍법’이라는 미명하에 졸속 입법된 것은 거대 양당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입법권 남용’이라는 것이다.
경실련은 또 한가지 매우 중요한 문제를 짚었다.
경실련은 국토교통부에 대해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이 비전문가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선거직전에 졸속, 특혜 입법한 매표(買票)공항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정해진 수순인냥 수의계약으로의 전환보다는 다시는 입법권 남용으로 혈세가 낭비되는 못된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지방안을 제시할 것을 기대해 본다"고 끝을 맺었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던 지난 2021년 2월 26일로 돌아가 보면 국회 재석 229인 중 찬성 181표, 반대 33, 기권 15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언론에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초당적 협력을 통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다"고 쓰고 있다.
민주당은 즉시 당내에 가덕도신공항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가덕도에서 부산시장보궐선거 경선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장보궐선거'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이유다.
당시에도 경실련과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부산시장 보궐서거를 앞두고 추진하는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문재인정부 매표공항’"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하루 전날, 문 전 대통령이 부산 가덕도를 둘러보고 가덕도신공항 추진 상황을 보고 받은데 대해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며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보궐선거를 통해 부산시장에 당선된 사람은 국민의힘 소속 현 박형준 부산시장이다.
민주당이 발판을 놓았고 국민의힘은 특별법 통과에 힘을 보태고 그 발판을 딛고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탄력을 붙이고 있는 정당은 현재 국민의힘이다.
부산엑스포 유치가 실패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을 찾아 "부산은 다시 시작한다"며 가덕도신공항의 차질없는 추진을 약속했다.
여야가 꿍꿍이는 다르지만 오직 한 가지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가장 강력한 '정치카르텔'을 형성하고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 경실련은 성명에서 "국토부가 제대로 된 발주청이라면 단군 이래 최대 공공사업의 연이은 유찰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히 규명하고 이를 국민에게 한 점 의혹없이 공개하는 지극히 당연한 임무를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다시금 재촉한다.
하지만 가덕도특별법이 통과된 직후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덕도안의 통과로 난감해진 국토부 공무원들은 서슬 퍼런 청와대(용산)와 정치권의 요구대로 끌려다니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조건을 달며 시간을 끌겠지만 결국 기존 입장을 뒤엎는 억지춘향식 보고서를 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그 '전망'은 한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는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면 모든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으며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공사 기간을 무려 5년이나 단축한 2029년까지 마치고 차질없이 개항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개항시기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 우려했던 환경파괴와 혈세낭비 등 모든 일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국토부가 서슬퍼런 '용산'과 '정치카르텔'의 요구를 거부하고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가덕도신공항건설 사업은 새만금사업과 같이 '단군이래 최대'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정치카르텔'에 의해 이용되고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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