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국제공항이 잼버리대회 이후 중단됐다가 다시 추진되게 되면서 가덕도신공항과 '닮은 꼴' 하나를 추가하게 됐다.
새만금잼버리대회 직후 '가덕도신공항과 새만금국제공항, 닮은꼴과 다른 꼴'을 기사로 다뤘던 <프레시안>은 이 두 공항의 '닮은 꼴'과 '다른 꼴'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지역균형개발을 꾀한다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범하는 오류를 점검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이 두 사업은 임기가 제한된 한 대통령의 '꿈'에서부터 시작된 지역균형개발 명목의 대형 국책사업이 여러 대통령을 거치면서 우여곡절을 거치는 과정이 매우 닮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지역개발사업이 총선과 대선 등 각종 선거에 이용되면서 '유권자 길들이기'나 '매표행위사업'으로 전락하거나 급기야는 사업의 부진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한낱 '정쟁꺼리'로 추락하는 모습도 유사하다.
'새만금'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꿈'
새만금사업은 노태우 대통령의 87년 대선공약 사업이었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노 전 대통령은 그해 12월 10일 전북 전주에서 가진 유세에서 새만금사업을 대선공약 사업으로 전격 발표했다.
각종 개발에서 소외된 전북지역에 대한 배려라고 했지만 대선을 앞둔 '선거용 공약'에 다름 아니었다.
취임 후 4년이 흐른 1991년 11월 28일 역사적(?)인 새만금 간척사업 기공식 연설문에서 노 전 대통령은 새만금을 이렇게 그린다.
"우리나라의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를 시작하는 현장에 함께 섰다. 오늘 기공하는 새만금간척종합개발사업은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토개발사업이다"
노 전 대통령의 꿈은 좋게 생각하면 좀 순진(?)하고 단순한 면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34년이 흐른 지금 새만금사업이 자초한 온갖 문제점들에 비춰 볼 때 한덕수 총리의 말을 인용하면 '구체적인 개발계획과 내용이 없는 국토개발 빅피처 사업'라고 표현해 볼 수 도 있겠다.
새만금의 완공 목표 연도는 2004년? 2050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새만금을 "변산반도에서 군산을 잇는 33km의 방조제를 쌓아 그 안의 바다를 육지로 만들어 강화도만큼 큰 새 국토를 창조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정부는 총 1조 3000억 원을 투입해 오는 1998년까지 33km의 방조제를 막고 1억2000만 평에 이르는 개발사업을 2004년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선언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꿈'같은 얘기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말 대로라면 2004년에 끝났어야 할 새만금사업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공사중'이다.
그는 또 "우리가 자손만대에 물려줄 웅대한 국토확장의 첫 삽을 뜨며 깊은 감회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연설문은 "새만금의 광활한 간척지는 21세기 번영을 기약하는 땅이 될 것"이라면서 끝을 맺는다.
지금 새만금사업은 완공 목표연도는 노 전 대통령이 얘기한 2004년보다 46년이 더 늦춰진 '2050년'으로 돼 있다.
향후 25년 여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래서 과연 새만금은 완공 목표연도인 2050년에는 완공될 수 있을지, 새만금에 '완공은 있을 수 있는 일'인지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노 전 대통령의 '꿈'에 그 이후 대통령들도 '꿈'을 더 했지만
노 전 대통령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는 새만금은 '주목도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비슷한 시기에 착공한 중국 상해 푸동지구가 엄청난 속도로 개발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부러움만 키우는 시기였다.
호남 출신 첫 대통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오히려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새만금공사가 2년 간 중단되는 시련을 겪었다.
뒤이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환경단체의 헌법소원으로 5년 여 동안 소송전이 이어졌지만 참여정부 말기에는 '새만금특별법'이 제정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중대한 발언을 했다.
"사업을 한다 안 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담수호로 할지 해수유통으로 할지 신속하게 결정하라"는 지시를 2003년 6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내렸다.
'해수유통'의 문제는 지금도 새만금의 최대 현안이다.
3명의 대통령 시기를 거치면서 잠시 주춤했던 새만금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기로 넘어오면서 '동북아 경제중심지'라는 타이틀을 획득한다. 새만금을 이른바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는 게획이었다.
이에 따라 농업위주의 새만금용지가 산업중심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새만금 경제자유구역지정'과 '새만금위원회'가 발족됐다.
난무한 대통령의 '꿈'과 '말'들
이어 2012년 12월 27일 전북 전주를 찾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새만금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22일)전북도민의 숙원을 풀어 드릴 수 있어서 그날 무척 기뻤다"면서 "우리 전주와 전북을 서해안 시대의 중심으로 키울 새만금사업, 저와 새누리당이 확실하게 책임지고 새만금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때 '글로벌 경제협력, 자유무역 중심지'로 불렸던 새만금은 문재인 정부 때는 태양광과 육해상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지'로 변한다.
문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17년 3월23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새만금에 필요한 것은 추진력과 예산"이라면서 "대통령이 직접 챙기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 30일 '새만금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오늘 전라도 정도 1000년, 이곳 새만금에서 대한민국 새천년 에너지 역사가 새롭게 시작된다"면서 "전북 새만금을 명실공히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선포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22년 2월7일 전북기자협회 공동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전북지역 발전을 위한 길을 제시하는 것은 '선물'이 아니라 '책무'"라면서 "전북의 미래는 새만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하고 "새만금국제공항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까지 살펴본 역대 대통령의 '꿈과 약속'이 과연 지켜지거나 실현된 게 있는지 짚어 보자.
2004년 완공 약속은 '꿈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고, '동북아 두바이'는 현 시점에서 실현이 가능할지 조차 의문이다. '글로벌 경제협력 자유무역중심지'는 요원할 뿐더러 문 전 대통령의 '신재생에너지 중심지'는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온갖 비리가 드러나면서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특별법' 하나로만 겨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위안을 삼을 뿐이다.
'책무'라고까지 표현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새만금국제공항의 조속한 추진"을 약속했지만 불행하게도 2023년 8월 세계청소년잼버리대회를 새만금에서 개최한 이후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는 새만금 '빅피처'를 다시 그리겠다며 새만금 예산을 78%나 삭감했고 새만금국제공항은 국토부 예산 580억 가운데 겨우 11%에 해당하는 65억 가량만 정부안에 계상해 불씨마저 꺼버렸다는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더구나 새만금국제공항을 비롯해 새만금SOC에 대한 전반적인 '적정성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8개월 동안 사업을 '올스톱'시켰었다.
그래 놓고는 정부는 잼버리대회 종료 1년 여 시간이 흐른 지난 8월, 슬그머니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에 '적정'판정을 내렸다.
마치 잼버리 파행 책임이 전북에만 있는 것처럼 비쳐 지게 하면서 사업타당성과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쳤던 새만금주요 사업에 대해 '적정성 재검토'권한을 휘두르면서 공사를 중단시켰지만, 1년 후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정부 스스로 입증해 놓고 그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도 지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인 국토부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국토부(장관 원희룡)는 지난 2022년 6월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다음날인 6월30일 수립.고시하고 2028년 완공을 위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당시 국토부는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은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선정된 이후 그해 11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마치고 2020년 6월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및 기본계획안에 대한 주민의견수렴, 관계기관 협의 등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토부 이경재 신공항기획과장은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이 수립됨에 따라 2022년 하반기 설계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2028년까지 건설을 완료하고 시험운항 등 준비절차를 거쳐 2029년 개항할 계획이라고 했다.
2022년 6월에는 모든 절차를 마치고 그해 하반기에 설계착수에 들어가 2029년에 개항하겠다던 새만금국제공항은 1년 여 후인 2023년 8월 새만금잼버리대회를 마치고 돌연 '적정성 재검토'라는 암초에 부딪쳐 1년 여의 시간을 낭비했다.
이 부분이 가덕도신공항과 새만금국제공항이 '다른 듯 닮은 꼴'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라고 말하는 동남권신공항에서 출발한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2016년 파리공항 공단엔지니어링에 의뢰했던 사전타당성조사에서 신공항입지 후보지 가운데 꼴찌를 했다.
국토부도 일찌감치 부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으며 지난 2021년 2월에는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문제점을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며 성실의무 위반일 수 있다"며 까지 버텼다.
'가덕도신공항 7대 불가론'을 내세우던 국토부의 이같은 마지막 몸부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절친이며 그의 '꿈'을 이루려고 작정한 문재인 전 대통령 앞에서 입장을 번복해야 하는 치욕을 감수해야 했다.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던 지난 2021년 2월 26일 정의당과 시민단체는 "국회는 매표국회, 문 전대통령은 '매표공항,선거공항'에 가세했다"고 맹렬히 질타했다.
당시 심상정 전 의원은 "가덕도특별법은 새로운 파국적인 갈등의 시작이 될 것"이라면서 "선거공항, 매표공항으로 민심을 호도하는 이날의 무리수는 무거운 후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시민단체 경실련도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문재인 정부표 매표공항"이라고 비판했다.
특별법이 통과되기 전날 부산 가덕도를 찾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야당은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규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20년 조국 전 법무장관이 "가덕신공항에 '가덕도 노무현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하자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교수는 "오거돈 시장의 성추행으로 보궐선거가 생기고 그 선거용으로 가덕도를 살려냈으니 차라리 이름을 붙일 거면 '오거돈 국제공항'을 적극 고려해 보라"고 꼬집었다.
당시 김 교수는 "4년 전 평가에서 꼴찌를 한 가덕도를 또 무슨 억지논리로 최적합이라고 거짓말할지 기대됩니다만 선거 끝나면 또 백지화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2021년 3월,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염두에 두고 "가덕도신공항을 빠르게 추진할 후보는 김영춘 후보"라고 추켜 세우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가덕도신공항을 되살리고 특별법을 통과시킨 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맡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면서 "중앙당과 문재인 정보는 최선을 다해 김영춘후보와 협력해 가덕도신공항 공정을 앞당길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전문가 집단의 분석과 판단에 의해 추진되는 게 아니라 '권력 싸움에 동원되고 정치 논리에 이용됐다'는 흔적이 아닐 수 없다.
가덕도신공항의 불씨를 살린 문 전 대통령은 내친김에 2022년 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엑스포'에 대표단을 이끌고 참가해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다.
당시 언론은 문 전 대통령이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고 썼다.
부산시장 보궐설거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시장이 당선됐고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가덕도신공항 개항 시기를 당초 2035년 보다 5년을 앞당겼으나 안타깝게도 2030부산엑스포는 유치에 실패했다.
엑스포 유치 실패를 계기로 동력을 잃는가 했으나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차질없는 추진'을 약속했다.
가덕도신공항의 개항 목표 시기는 '2029년'이다. 그러나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경쟁 입찰이 4회나 유찰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됐지만 일각에서는 개항 시기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연히도 다시 시작된 새만금국제공항의 개항 시기도 가덕도신공항과 같은 '2029년'이다.
이제 개항 5년이 남은 두 공항의 건설이 '대통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차질없이 진행될지 지켜보는 일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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