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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美 시장선 환영 받는데 한국은 불법"…상수도 '부식억제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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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美 시장선 환영 받는데 한국은 불법"…상수도 '부식억제장치'

중소업체 죽이는 불합리한 '기업인증제도'…미국 수출은 되는데 국내는 판매 금지, 관련 업체는 도산 위기

지난 2월 27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현행 257개 기업 인증제도 전체를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해 대대적인 정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기업의 인증획득 부담 완화를 위한 인증규제 정비와 관련해 "인증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이를 공적으로 확인해줌으로써 소비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기술개발과 시장경쟁을 촉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한 총리의 발언은 지난 10여 년간 부식억제장비를 개발하고 제품생산에 매달려 왔지만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에 기준이 없어 인증을 받지 못해 '불법'딱지가 붙었고 판매조차 금지돼 온 '수처리기술'을 보유한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수처리업체 이오렉스(대표 조태현)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오렉스 조태현 사장이 KC인증과 미국 NSF인증 과정과 내용을 비교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

그러나 이처럼 반가운 소식이 딱 하루 만에 뒤집혀 수도법 위반업체로 입장이 바뀌어 검찰에 송치되고 만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다음 날인 2월 28일, '상수도관을 타고 줄줄 새어나간 국민 혈세 124억 원 적발했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오렉스를 비롯한 미인증 부식억제장비 제조.판매업체 3곳을 수도법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48개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수도법에 따른 인증을 부여받지 않은 부식억제장비 502개를 상수도관에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이같은 권익위의 조치는 "지자체가 성능이 확인되지 않은 고가의 미인증 부식억제장비를 상수도관에 설치해서 예산을 낭비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접수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이오렉스 조태현 대표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조 대표는 "상수도관 타고 줄줄 새어나간 국민 혈세가 124억 적발됐다는 내용의 이 보도자료가 뿌려지니까 문제는 그동안 조금씩 해 왔던 옥내 배관 설치 판매도 꽉 막혀버린 것입니다.공무원들은 이 보도자료를 본 순간 옥내배관에 설치하려고 세웠던 예산도 취소했고 특히 전주시도 영업이 이뤄졌고 의회 건물, 도서관, 동물원 등에도 영업을 쭉 해왔는데 권익위의 보도자료 나가는 순간 모든 게 스톱 돼버렸다"고 억울해 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이오렉스제품은 반대로 배관부식을 억제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어 배관을 깨끗하게 하고 건강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국민 혈세를 줄여주는 장비"라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21년에는 '강관용 이음관' CP인증(수도용 적합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잠시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되기도 했고 전국적으로 판매 주문을 하는 지자체가 많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23년 7월 28일 환경부가 전국 지자체와 조달청, 국가기술표준원, 수자원공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물기술인증원 등에 보낸 공문으로 판매는 물론 주문마저 올 스톱되는 된서리를 맞았다.

환경부는 공문을 통해 '강관용 이음관' 인증제품과 부식억제기를 오인해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하는데 '강관용 이음관'은 부식억제기 관련 성능항목이 없어 성능을 담보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오렉스 제품이 '부식 억제 장비'로 CP 인증을 받아야 되는데 '강관용 이음관'으로 CP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이때도 "당사자인 저희 업체에 전화 한 통화 없이 그런 공문을 발송한 거에요. 해당업체와 대화도 없이 이런 경우가 있습니까? 이게 대한민국 현주소"라면서 "달랑 공문 한 장으로 중소업체를 죽인 것"이라고 한을 토했다.

이런 가운데 2024년 3월 29일 조대표에게 전주지방검찰청에서 수도법 위반 건으로 판결문이 전달된다.

조 대표는 이 사건이 검찰에 넘어 갔지만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게 3월 29일 수도법위반 혐의 없음, 범죄 인정이 안된다는 통지가 왔는데 검찰은 저와 만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서류 자료만 살펴 보고도 범죄가 인정이 안 되고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는 사안을 환경부는 '엉터리 공문'을 전국에 뿌려 중소업체를 뒤 흔들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이처럼 정부 기관이 "사실 관계가 틀린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자료를 뿌리면 해당 중소업체는 기업은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고 통탄해 한다.

이미 이오렉스와 같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 가운데 2곳은 폐업을 한 상태이다. 조 대표도 현재와 같은 상태로는 한국에서의 사업은 사실상 폐업상태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국내에서는 '기업을 죽이는 인증제도'때문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오렉스는 미국 수출로 버티고 있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오렉스는 지난 2015년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의 NSF인증을 획득했다.

미국의 NSF 인증은 KC 인증보다 훨씬 더 힘든 어려운 인증으로 쉽게 말해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인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오렉스는 2017년도에 수처리제품을 미국의 호텔에 팔기 시작해서 2018년도에는 지난 40년 동안 수돗물의 녹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미국 메릴랜드 주 포크모크시에 제품을 납품하기도 했다.

6개월 동안 시범 설치 테스트를 하기로 했던 포크모크시는 이오렉스 제품을 시범 설치 한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녹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하면서 추가 발주를 받기도 했다.

조태현 대표는 마지막 남은 소원은 딱 한 가지다.

정부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을 보유한 관련 업체를 이처럼 불법으로 방치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기업을 살려낼 수 있고 업계가 인정할 수 있는 수도법 통과 테스트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이오렉스는 지금까지도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Q마크 유지를 위해 제품기술 개발과 실험을 지속적으로 해 왔기 때문에 어떤 가혹한 조건의 테스트도 통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조태현 이오렉스 사장이 자사 수처리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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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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