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광초, 서울법대 '죽마고우'이자 이종찬 광복회장의 아들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윤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하면서 촉발된 때아닌 역사 논쟁 와중에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인 이 교수는 19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역사적으로 헌법으로 확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공식 호칭 대신 ‘상해 임시정부’라고 불렀다"고 지적하며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왜 안 썼는지 의아하다. 이런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역사적 자기 인식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이 '일제의 식민지배가 불법 무효'라는 대한민국의 일관된 기조를 분명하게 밝혀 모든 논란을 없애길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최근 기조와 관련해 이 교수는 "대통령 주위에서 이상한 역사의식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또 한국 정치가 양극화가 너무 심하고, 극단적인 네거티브로 가다 보니, 공격당하다 (자신도) 점점 극단으로 가서 방어기제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에게 '중도 민심을 잃지 말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중도 민심을 잃으면 곤란하지 않으냐'고 했는데,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해야 중도로 확장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답을 들었다"며 과거 윤 대통령을 옹호했지만 지금은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었는데, 좁아져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부친인 이종찬 광복회장과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데 대해 "광복회장께서 작년 한일 정상회담 때 대통령을 정말 많이 도왔다"며 "역사관을 확고히 함으로써, 국민적 동의를 얻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로 나아가자는 생각이었는데…. 참 아쉽다. 그렇게 도울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이 배척당하고, 공격당하고, 음해당하는 것이 그분에겐 굉장히 견딜 수 없는 고통인 것 같다"고 전했다.
법사회학 연구자로 일제강점기 국적 문제를 포함한 국적법 전문가이기도 한 이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해 "역사전쟁을 일으키면서 한일 관계를 끌고 나가니 자꾸 불필요한 친일 논란을 일으키고 정당성 시비에 걸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친일 몰이'를 자초하고 있다"며 "전전(戰前) 일본이 가한 고통을 일깨우는 걸 회피하는 게 일본의 적극적 조치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되겠나"라고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내용을 비판하고, 윤석열 정부의 대칠 정책에 대해서는 "일본과의 우호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도 국가의 역사적 자기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그래야 용서를 하고 아량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비위를 맞추며 무슨 조치를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구걸, 굴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던 시절에 '청구권 협정 해석상 청구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색하며 배상 판결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강제 징용 배상과 관련해 '제3자 배상' 방식을 주장해 '일본과의 외교를 위해 피해자를 희생시킨다'는 비판을 촉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민들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발언에 대해 “강도가 물건을 빼앗으면 주인이 소유권을 잃는가? 물건의 점유만을 잃는 것이지 소유권을 잃는 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른바 '건국절 주장' 뉴라이트 세력들이 단골로 언급하는 "영토, 국민, 주권이 있어야 국가"라는 주장에 대해 이 교수는 "대한민국이 북한에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수십 년이 지났다고 해서 헌법의 영토 조항을 망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국제적으로 불법 강점 전후 국가의 동일성과 계속성을 주장하는 예가 많이 있다. 소련의 해체로 독립한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는 소련 편입 전의 자국이 소멸하지 않았다며 1940년 강점 전의 법제를 되살리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뉴라이트' 세력이 김구 선생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건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건국절'의 근거로 이용하는 데 대해 이 교수는 "한국이 소멸했으니 나라를 새로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 주권이 침해된 나라의 주권을 되찾아 나라의 실질을 갖춘다는 뜻으로 사용한 것이다. '건국'이라는 말을 레토릭(수사)으로 쓰는 예는 많이 있다. 김대중 정부 당시 '제2의 건국'도 그렇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건국절 논쟁'을 두고 "의가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한민국은 이미 존재하는 나라였기에 건국을 논할 이유가 없다. 광복회는 없던 국가가 1919년에 건국됐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대한제국은 이미 근대 국제질서에 편입되어 다자조약도 체결한 국가다. 그 조약의 효력이 계속됨을 1986년 대한민국 외교부가 확인했다. 그 국가가 1919년에 이름을 바꾸고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것이지, 새로 건국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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