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와 관련해 부적정한 비상구 설치, 안전교육 미실시 등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사항을 65건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 발표에 대해 유족과 노동계는 희생자들에 대한 안전조치가 제대로 없었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언급조차 없고 재발방지대책에도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하며, 유가족 추천 전문가를 포함한 민관합동조사기구 설치를 촉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아리셀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참사 51일 만이다.
이 장관은 "부적정한 비상구 설치, 가스 검지·경보장치 미설치, 폭발 위험 장소 미설정,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 위반사항을 적발했다"며 "65건의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산안법에 따라 사법조치를 실시하고,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특별감독과 별개로 산안법, 중대재해처벌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고의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관련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해나가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재발방지대책으로는 △화재 확산 방지 격벽, 위험물질 별도 보관시설 설치비용 최대 1억 원 지원, △비상구와 대피로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작업장 시각환경 개선비용 지원,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19% 인상, △외국인 안전교육 사각지대 해소 등을 제시했다.
안전장치 해제 금지, 모르는 기계 조작 금지, 보호구 없이 작업 금지, 가동 중인 기계 정비 금지 등 안전수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캠페인을 실시하겠다고도 했다.
발표 뒤 이 장관은 '불법파견에 대한 언급이 빠졌고, 맹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그 부분은 지금 수사 중"이라며며 "특별근로감독을 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고 종합대책은 곧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시각,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 발표에 대해 "수많은 언론이 참사 직후 지적했던 문제를 재확인한 것일뿐"이라며 "23명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조차 성의 없는 행정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비판했다.
신하나 대책위 법률지원단장은 "위장도급, 불법파견 같은 고용 악습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 참사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언급조차 돼있지 않다"며 "이주노동자가 집중투입되는 고위험 제조업 산업단지에 공동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주노동자들에게 공동교육을 진행하자는 대책위 제안도 깡그리 무시됐다"고 질타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위험물을 다루는 사업장에 대한 도급 금지 조치와 정부의 정기적인 관리감독 등을 요청했지만 이에 대한 방안은 단 한 줄도 없다"며 "그저 땜질 처방으로 면피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윤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노동부에 참사와 관련한 조사를 맡길 수 없다"며 "신속하게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들어간 민관합동조사기구를 만들어 제대로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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