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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떠난지 1년, 진상규명도 교실 고통 끊어낼 대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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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떠난지 1년, 진상규명도 교실 고통 끊어낼 대책도 없었다

[서이초 1년, 실패한 교권5법을 넘어] ① 교사들은 속았다.

따돌림사회연구모임은 지난 20여 년간 '학생을 평화로운 사회의 주인공으로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학교폭력, 생활지도, 교권, 학생 심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구 실천해 온 교사들의 모임입니다.

서이초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 1년. 이 사태를 단지 학부모 악성민원과 아동학대법이라는 좁은 프레임에 가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실이 이미 해체 단계에 이른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공교육 멈춤을 넘어 공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근본적 원인과 해법을 찾기 위해 '3개의 특별법'을 제안합니다. 또한 평화적 공화주의로의 프레임 전환을 위한 논쟁이 벌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장관님, 달라졌다고요?

교육부는 달라졌다고 말한다. 아동학대 신고당한 교사의 불기소 비율이 높아졌고 교육활동 침해 보호자 등에 대한 조치 비율이 대폭 늘어났다고 하였다. 하지만 교사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교사 중 84.1%는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교육부 자료가 보여주는 것은 현실의 변화가 아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교사들 대부분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고당한 교사의 불기소 비율이 높아졌다고 해도 교사는 여전히 아동학대 신고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생활지도가 필요한 순간 주저하고 망설인다. 교사가 공격당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 그래서 학생 지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실은 여전히 정글이고 교사는 여전히 수많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공격받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공격받은 교사도, 학교폭력 피해 학생도 서이초 교사가 그랬듯이 외면받게 될 것이다.

애도로만 끝나버렸다

서이초 선생님의 사망 이후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 그 전에도 많은 분이 돌아가셨다. 따돌림사회연구모임은 서이초 선생님의 사망 사건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최소 10년 간 교사의 사망 사고에 관해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죽음이 생활지도, 학교폭력, 아동학대 등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수 조사는커녕 서이초 선생님 사건의 진실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거리에 나선 교사들은 서이초 선생님, 의정부 호원초 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의 죽음에 애도했지만 애도는 변화의 시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므로 돌아가신 분들은 수많은 동료들의 눈물로 위로는 받았겠으나 편히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

헛다리 짚은 교원단체

1년 사이에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신자유주의와 자유주의를 기조 삼아 달려온 한국 공교육이 이 같은 비극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그것이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라 보았고, 따돌림사회연구모임도 적극적으로 언론 기고 활동을 했다. 하지만 서이초 사건 발생의 직접적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고, 사건 발생의 토대가 된 한국 공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토론도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개정된 법이나 도입된 정책은 현실을 변화시키는데 역부족이었다. 교원지위법, 아동복지법 등 법이 몇 개 바뀌고 정부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제정하고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도를 전면 도입했지만 달라진 것이 별로 없으며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교사도 별로 없다.

서이초 선생님 사망 1주기를 맞이하여 교육부가 성과를 내세우는 것도 우습지만 교원단체들이 자기성찰 없이 국회와 정부에 요구만 하는 것에도 화가 난다. 몇몇 교원단체가 도입에 찬성했던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도는 애초에 교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라기보다는 교육지원청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였다. 퇴직 교사나 경찰이 조사관이 되어 학교폭력의 특성을 이해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작부터 우려가 많았다. 시범 사업을 실시한 것도 아니었고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것도 아니었다. 기존보다 절차가 복잡해져서 사건 해결에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었고, 학교의 협조 없이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교사의 업무가 줄어들지 않을 것도 뻔했다. 제도 도입에 찬성한 교원단체들의 주장대로 미비점을 보완한다 해도 교사의 업무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사안의 교육적 해결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 외에도 교사 생존권 차원의 주장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 학생인권조례의 폐지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거나 관련 논쟁을 회피했던 것, 교사의 지도권이 법률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보장되도록 주장하지 않아 아동학대 관련법과의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 것 등 소극적이고 무능했던 데 대해 비판받아야 한다.

교사 지위의 허상을 드러낸 서이초 사건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도 성과가 있다면 ‘교사의 사회적 위상이 매우 낮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것을 성과라고 말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교사는 부러움을 사는 직업이었다.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교대, 사대의 경쟁률이 높아졌고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교대 합격생이 한두 명만 있어도 대단한 성과라 여겼다. 그러나 교원평가제, 고교학점제 등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꾸준히 추진되면서 교사는 지식 공급자로 전락했고 학생인권조례로 대표되는 자유주의가 밀어닥치면서 모든 교육적 개입은 싸잡아 인권침해, 꼰대질로 폄하되었다. 학교폭력이 이슈가 될 때마다 교사는 무능하고 무책임하다고 비난받았다. 교실에선 교묘한 따돌림과 괴롭힘이 난무하게 되었고 수업 중 절반 이상의 학생이 자거나 학원 숙제를 하는 풍경이 생경하지 않게 되었다. 지도 과정에서 학생에게 욕을 먹거나 걷어차이더라도 물리적 제지를 했거나 엄하게 꾸짖었다면 아동학대 신고당할 위험 때문에 또는 학생인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서 숨죽여야 했고 그 결과 교실은 더욱 난장판이 되었다. 다수 학생과 교사가 오롯이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교사는 손발이 묶여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학교폭력도 해결하고 몰입도 높은 수업을 하며 학생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될 것을 요구받았다. 세상은 교사에게 500원을 주면서 햄버거, 콜라, 감자튀김을 사고 300원을 남겨 오라고 요구했다. 서이초 교사는 그 무리한 요구를 어떻게든 들어주려 애쓰다 결국 스러지고 말았다.

밝혀진 사실과 밝혀지지 않은 진실들

서이초 사건과 관련하여 밝혀진 것들은 고인의 죽음이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 있다는 점, 학교의 입장 발표에 학부모가 개입했다는 점, 연필 사건 가해 학생 학부모의 직업, 서이초가 학교폭력 관련 학부모 민원이 많은 학교였다는 점, 고인의 학급에 지도에 따르지 않는 학생이 몇 명 있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들이 밝혀지지 않았다. 소위 ‘연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담임교사는 무엇을 했고 학교는 어떻게 대응했는가? 가해 학부모, 피해 학부모는 무엇을 했고 그것이 교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이 외에 고인을 어렵게 한 사안들은 무엇이었으며 그 사안들과 관련하여 학부모는 무엇을 요구했고, 학교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사건 직후 학교의 입장 발표가 수정되는데 개입한 학부모는 누구이며, 학교측은 왜 학부모의 요구를 받아들였는가? 학부모가 부당한 요구를 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토대는 무엇인가?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로 넘어가지 않고 학교장 종결 처리되는 사안들은 어떻게 처리되어 왔는가? 등을 밝혀야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에 근접할 수 있는 것이다.

경찰은 학부모들이 실정법을 위반했는지만 살펴볼 뿐이다. 위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은 교육부와 교육청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명백한 답변은 없다. 강남이라는 지역 특성, 해당 학급 학생들과 학부모의 특성, 서이초 교무실 문화와 관리자의 대처 방식, 법과 제도의 한계 등 어떤 요인이 고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자세히 분석해야 한다. 서이초 사건 뿐만 아니라 의정부 호원초, 서울 신목초, 용인 기흥고, 대전 용산초 등의 사건도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1년 뒤에도 절망감과 무력감에 빠져있지 않기 위한 첫 단추이다.

그다음에는 서이초 사건이 내포하고 있는 한국 공교육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1년 동안 개정된 법, 도입된 제도들 중 일부는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있는 것이 조금은 나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보면, 기존에 교육부 고시 수준에서 보장했던 물리적 제지와 분리조치에 관한 권한을 초·중등교육법 수준에서 보장하려는 것은 진일보한 접근으로 볼 수 있으나 상담 또는 치료가 필요한 학생에게 상담이나 치료를 권고할 수만 있어서 사실상 학생이나 보호자가 거부할 경우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 등은 여전히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살펴본 바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 개정안들은 모두 기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어질 기고문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진상규명 특별법으로 가해자를 찾아야

지난해 경찰은 고인의 죽음과 관련하여 학부모에게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발표했다. 교사들 누구도 이 발표를 수긍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경찰 수사가 부실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그런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것, 누가 교사를 죽음으로 몰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현행법이 정의를 실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현행법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진상 규명 특별법이 필요하다. 부당 행위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책임을 지우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고 왜 고인이 스스로 삶을 저버렸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이러한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법도 만들 수 있고 제도도 만들 수 있다.

무책임한 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은 무능하고 무책임했다. 그동안 교사들에게 교육청은 교사의 고통을 외면하는 상급 기관,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급 기관이었고 학생과 학부모의 눈치를 보며 교사를 인권침해자로 낙인찍은 상급 기관이었다. 교육청의 수장인 교육감부터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조희연 교육감은 2020년 3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라는 말을 썼다. 이 말에는 조 교육감이 평소에 교사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었는지가 반영되어 있다. 조 교육감은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에 맞춰 발표한 입장문에서 아동복지법 개정 등 법 제·개정을 요구했는데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고, 무턱대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할 게 아니라 교사들의 죽음과 관련하여 교육청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이 법 때문에 교사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인가? 조 교육감 말대로 법만 제·개정되면 교육청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조 교육감은 입장문에서 그간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해 온 정책들을 소개했는데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들 일색이다. 구체적 반성 없이 추진한 정책들이 가져올 결과는 뻔하다.

서울시교육청은 현행법의 위반 여부와 상관없이 고인에게 그리고 서이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최근 10여 년 간 교사들이 사망한 사안에 관해 다시 조사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할 수 있는 한 노력을 다했다면 법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막기 위한 1인 시위를 하기 전에 자유주의적 학생인권 담론의 명과 암을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2024년 서울 신규 초등교사 중 39%가 강남 서초 지역으로 발령받았다는 것은 서울시교육청이 무능하고 무책임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교사들이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사들은 속았다. 교육부에 속았고 교육청에 속았다. 국회에 속았고 교원단체에 속았다. 교육부는 기존 대책들이 실패했음을 인정하지 않았고, 교육청은 교사의 고통을 외면해 왔다는 점을 감추었으며, 국회는 학교폭력법,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 관련법 등을 잘못 입법하여 교사를 죽음에 몰아넣었음을 반성하지 않았으며, 교원단체들은 무능했음을 반성하지 않았다. 교사들은 속았고, 세상을 등진 교사들의 영혼은 여전히 구천을 떠돌고 있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 앞에서 교사들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제까지와는 달라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주말마다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정부와 교육청과 의회와 교원단체에 속았다. 지금도 속고 있다. 고통의 사슬을 끊고 교육다운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학생으로 하여금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주인공이 되도록 길러내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권한을 요구해야 하고 그만큼의 책임도 감내해야 한다. 권한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하는 것도 필수다. 학교폭력 해결이 어렵다고 해서 학교폭력을 교사 업무 범위 밖으로 완전히 밀어내려는 시도는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교사 역시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대처하는 교실에서 잠재적 가해자의 가해행위는 예방되고 교실은 좀 더 평화로워진다. 교사가 외면하는 교실에서 가해 행위는 교묘해지고 피해자는 기댈 곳이 없어지며, 교사는 무시당하고 조롱당한다.

우리는 스스로 교직을 전문직이라 말한다. 그러나 전문직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를 갖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일부 의사가 오진했다고 해서 의사에게 진단하고 치료할 권리를 빼앗지 않는다. 판사가 재판을 잘못했다면 그 판사를 처벌하면 될 일이지 판사에게서 재판권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교사가 교육 전문가라면 생활지도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받아야 하고 학교폭력에 대해 중재하고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가 질병을 판단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듯이 상담 또는 치료가 필요한 학생을 판별할 수 있는 도구를 지원받아야 하며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학생에게 상담 또는 치료를 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고통받는 학생을 구할 수 없고 고통받는 자신을 구할 수 없다.

▲지난달 20일 오후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초등교사노동조합 주최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1주기 추모행사에서 참석자가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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