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는 28년 만에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딴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삼성생명)의 대한배드민턴협회 비판과 관련해 경위 파악에 나서겠다고 6일 밝혔다.
이날 문체부는 "어제 안세영 선수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경위를 파악한다"며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개선조치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또 다른 종목 역시 선수 관리에 개선할 점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안 선수는 전날 금메달을 획득한 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관리에 문제가 있었고 선수 육성 및 훈련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등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안 선수는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은 후 금메달 시상대에 올랐다.
시상식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안 선수는 작심 발언을 내뱉었다. 그는 우선 자신의 부상이 심각했으나 이에 협회가 안일하게 대처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 선수의 이번 발언 후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이번 사태가 "작년부터 예측됐던 일"이라며 "안 선수는 협회와 법정 싸움도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이번 발언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후 자신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파장이 일자 안 선수는 인스타그램에서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드리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 "선수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 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번 상처를 받는다"며 "제가 하고픈 이야기들에 대해 한번은 고민해주시고 해결해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밝혔다.
안 선수의 부상 이슈는 지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치며 불거졌다. 부상을 딛고 우승했으나 귀국 후에도 안 선수는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지난해 10월 검진 당시는 2주 재활 소견이 내려졌으나 통증이 워낙 심해 재검진한 결과 심각한 부상 판정이 내려졌다. 선수 생명이 달린 문제에 협회가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얘기다.
그 때문에 안 선수는 올해 1월경에는 협회에 부상 관리에 관한 자신의 의견서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협회와 안 선수간 문제는 올해 5월 세계여자단체선수권대회 이후 심각해졌다. 안 선수는 준결승전에 출전하고자 했으나 별다른 이유 없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후 안 선수는 대표팀에서 나온 후 개인자격으로 올림픽 출전을 고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소속이 아니어도 올림픽 출전은 가능하다.
안 선수는 또 대표팀의 선수 훈련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식과 복식은 다른 방식으로 훈련되고 선수 관리가 이뤄져야 하며, 종목별 전문화한 코치진이 포진돼야 하지만 대표팀은 이 같은 관리에 소홀하다는 게 안 선수 측 입장이다.
옛날식 훈련 방식으로 인해 선수 능력 계발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됐다. 안 선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문제를 내부에서 지적하고 싶어도 "물어보지도 못하는 시스템과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협회의 상식 밖 운영은 그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난 2018년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단은 이코노미석을 타고 협회 임원진이 전원 비즈니스석을 타는 상식 이하 선수단 관리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선수들을 혹사시킨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당장 안세영의 경우 지난해 기준 국내외 모든 대회에서 총 20회 참석했다. 부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마당에 한 달에 1회 이상 경기에 나서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지난 2021년에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복식 동메달리스트 정경은 전 선수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 심사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선수 선발에 심사위원 평가 50%가 반영되는데, 자신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선수가 심사위원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최종 5위권에 선발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시스템이 유지된다는 이유였다.
안 선수의 이번 발언 후 28년 전인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방수현 MBC 해설위원이 그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방 해설위원은 "제가 금메달을 땄을 때도 이렇게 울지는 않았다.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하고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 너무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안 선수의 부상에 관해 "굉장히 안 좋은 걸로 알고 있었다"며 "부상을 당한 뒤에는 쉬어야 했는데 (안 선수는) 바로 인도네시아오픈, 싱가포르오픈을 뛰었다. 부상에 안일하게 대처한 협회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방 해설위원은 지난 4일 서승재 선수가 10경기에 달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견뎌야 했다며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새롭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한편 안 선수의 이번 발언에 관해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아직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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