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1차전지 생산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난 화재 참사로 희생된 이주노동자 18명이 불법 파견 형태로 근무했을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고용노동부 수사에 착수했다.
민길수 중부고용노동청장(지역사고수습본부장)은 28일 경기 화성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불법 파견 문제는 경기고용노동지청에 수사팀을 꾸려 조사 중"이라며 "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확인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했다. 현행법상 아리셀과 같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체는 파견 근로가 금지돼 있다.
아리셀 박순관 대표는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불법 파견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인력소개업체 '메이셀'은 아리셀에 직원을 파견했고, 이들에 대한 관리와 작업 지시도 아리셀이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 청장은 "아직 도급계약서는 발견하지 못한 걸로 파악했지만, 메이셀이 계약서를 제출해 주면 확인할 수 있다"며 "전지분야 불법 파견 문제를 살펴야 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해 필요하면 점검하겠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도 전날 오후 아리셀과 메이셀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대형 화재 참사 원인을 파악하면서 특히 업체 측에서 안전 관리 과정에 과실이 있었는지를 수사할 계획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관계기관에 대해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향후 이와 같은 참사가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송 위원장은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이전부터 지적되었던 산업구조 및 안전관리 상의 여러 문제점 들을 적시에 개선하였더라면 이와 같은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외환 위기 이후부터, 기업이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위험하고 유해한 업무들을 외부에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이러한 저임금‧고위험‧고강도의 노동환경으로 인해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산업구조 말단부에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어 그 비율이 높아지면서 '위험의 이주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산재 사고 사망자 중 외국인의 비중은 2010년 7%(78명)에서 2022년 9.2%(85명), 2023년 10.4%(85명)으로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번 참사에서도 총 23명의 사망자들 가운데 18명이 이주노동자로 확인됐다.
송 위원장은 "이주노동자의 산재사고 사망자 수와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 점, 고립된 환경에서의 장시간 노동, 저임금 또는 임금 체불, 과로, 스트레스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취약하게 하는 다양한 요인들로 자살 등의 고위험 상황에 처하는 사례들이 보고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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