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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경호원 고용하는 이유는 팬에게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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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경호원 고용하는 이유는 팬에게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정희준의 어퍼컷] 이재명 대표의 '애완견' 발언은 왜 나왔을까

2017년 4월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이 곤욕을 치르고 결국 사과해야 했던 발언이 있다. 바로 '양념' 발언이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경쟁 후보들에 대한 문재인 지지자들의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을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바로 다음날 사과해야 했다.

사실 문재인도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2017년 그는 자신의 SNS에 "동지들에게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문빠'로 불리던 정치 훌리건들의 행패에 당내는 물론 언론과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직접 자제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강성 지지자들의 행태에 대한 그의 태도는 왜 바뀌었을까. 간단하다. 포기한 거다. 사실 이전에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악플 보다는 선플을 제안하는 등 몇 차례 시도를 했지만 결국 아무리 말해봐야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양념(?)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극렬 팬덤의 시초는 박근혜를 추종했던 박사모와 태극기부대라 해야 할 것이고 안철수, 박원순 지지자들도 못지 않았다. 그래도 이후 등장한 문재인 지지자들의 규모나 강도는 여타 팬덤을 압도했다. 이들은 안철수, 박원순, 이재명, 안희정 등 경쟁자들 뿐 아니라 이해찬, 김부겸, 정세균, 추미애, 정청래 등 자신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은 모조리 적폐로 규정하고 공격했다.

조국, 손석희도 척결의 대상이 됐고, 방탄소년단도 대통령 축전에 빨리(!) 감사인사 하지 않았다고 적폐가수가 됐다. 2017년엔 이재명이 후보가 되면 차라리 홍준표를 찍겠다더니 2018년엔 이재명이 (경기도지사) 후보가 되면 차라리 남경필을 찍겠다 했다. 결국 그들 중 상당수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지지했다. '2찍'의 탄생이다.

이런 강성 팬들은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겐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의 표현처럼 필요에 따라 '깃발 바꿔 드는 사람들'일 뿐이다. 당엔 도움이 안 된다.

'애완견' 발언은 도대체 왜 나왔을까

지난 금요일(1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애완견' 발언이 논란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곧 진화에 나섰다. 특히 김어준, 이동형 등 친이재명 대형 유튜버들은 월요일 아침부터 이 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방송 편성을 했다.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본 것이다.

언론학 대학원을 다닌 사람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 의원들의 애완견 논란 옹호는 다소 민망한 수준이다. 정치인들이 학계 의견을 끌어들이는 모습이나 언론인 손석희의 과거 발언을 소환하는 것은 상황에 맞지도 않고 설득력도 없다. 특히 '기레기를 애완견으로 품격을 높'여준 것이라는 식의 옹호는 이 대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깔끔하게 사과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왜 그 발언을 하게 됐을까. 물론 검찰의 집요하고 끈질긴 수사에 지치기도 했을 것이고 언론이 원망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언론을 일거에 적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그러한 발언이 유력 대선주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 '기자는 애완견'이라는 말이 이 대표에겐 익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과의 소통이 빈번한 대표적 정치인이다. 온-오프라인은 물론 유튜브 방송에 수시로 출연한다. 이 대표는 수시로 접하는 지지자들의 언어에 익숙해졌을 것인데 그 중 강성 지지자들의 언어는 한마디로 살벌하다. 조롱과 멸시의 경연장일 뿐 아니라 때로는 너무 끔찍해서 글로 옮길 수가 없는 표현들이다. '애완견' 표현은 그 중 매우 점잖은 표현이다.

이 대표의 인터뷰 장면을 보면 그는 그 문제적 발언 직전 잠시 멈췄다가 '애완견' 발언을 이어갔다. 그 발언이 적절할지 잠시나마 생각하고 적절하다는 스스로의 찰나적 판단에 따라 말한 것으로 보인다. 실수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일상적 표현이겠지만 국민에겐 과격하고 불편한 발언이다.

모든 기준은 지지자가 아니라 국민이어야

실언의 또다른 사례. 바로 "설마 2찍 아니겠지" 발언. 지난 총선 선거운동 중 자신의 지역구인 계양구의 한 식당을 방문해 손님들과 인사 후 돌아서며 내뱉은 말 때문에 논란이 됐다. 이 역시 '2찍'을 경멸하는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이러한 멸칭에 익숙해지다보니 발생한 해프닝이라 볼 수밖에 없다. 말 섞는 사람들에게 내 언어가 오염될 수밖에 없다. 지지자들과의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 민주당이 강성 지지자들에게 휘둘린다는 염려와 비판이 이어진다. 강성 지지자들에 휩싸인 이 대표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도, 대표도 사고의 기준을 지지자들이 아니라 국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대선을 생각하면 그 중에서도 강성 지지자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타가 경호원을 고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부터)와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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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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